서울시 서초구 우면산 자락의 예술의전당에는 오페라하우스, 한가람미술관 등과 함께 서예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이곳에서는 훌륭한, 고답적인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지난 연말부터는 <같고도 다른: 치바이스와 대화>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치바이스(齊白石,제백석 1864~1957)는 중국이 자랑하는 서예가이자, 조각가, 문인화가이다.
치바이스는 1864년 중국 후난(湖南)성 샹탄(湘潭)현에서 태어났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동향이다. 어릴 때부터 약골이었던 치바이스는 그림그리기와 글씨 쓰기에 매진했고, 여러 스승을 거치며 시,서,화,각 등을 두루두루 익혀 마침내 중국 최고 문인화가가 되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중국국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400여 점의 치바이스 작품 중 최고작 45건 81점이 한국에 소개된다. 이와 더불어 치바이스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선배 화가 팔대산인, 오창석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품 중에는 중국 국가1급문물 13점이 포함되어 있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특별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았던 우웨이산 중국국가미술관장은 “13억의 중국인들도 팔대산인, 오창석, 치바이스를 다 알지만, 그들의 진품을 본 사람은 많지 없다. 이번에 한국에 온 팔대산인의 대표작 7점은 중국 내에서도 미술관 밖을 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되는 작품이다. 중국 국가문물국과 문화부가 허가해서 처음 반출됐다.”고 소개했다. 전시회는 ‘중소형신-사고회통-화오자화’ 등 고풍스런 타이틀로 작품들이 배치되었다.
이번 전시회 제목으로 쓰인 ‘같고도 다른’은 치바이스의 생전의 예술혼과 관련이 있다. 치바이스는 “그림의 묘미는 사(似)와 불사(不似) 그 사이”라고 말했다. 서예박물관의 이동국 수석큐페이터는 이에 대해 “사는 구조와 형태, 조형의 의미이고, 불사는 신명과 영운이 넘치는 묘함을 뜻한다”며 “그 사이는 창작자의 예술적 경지이며 심미적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너무 닮은 것은 세속에 아첨하는 것이고, 하나도 닮지 않은 것은 세상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한 치바이스의 미학을 맘껏 향유할 수 있다.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이듬해 1950년 봄, 마오쩌둥 주석이 차비아스를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중남해로 초청했다. 고향음식을 함께 들며 나눈 대화가 아직도 전해진다. 마오 주석은 “당신 이름은 원래 순지(纯芝)이고, 내 이름은 윤지(纯芝)였다. 둘 다 어릴 때 아쯔(阿芝)로 불렀다. 동향 선배이니 큰형님이라 부르겠다.”고 말했단다. 치바이스는 마오를 위해 서화 두 폭을 선물했단다. 마오쩌뚱은 그 뒤에도 그의 그림을 모았고, 120점의 작품을 소장했다고 한다.
치바이스는 생전에 수만 점의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후, 중국이 개혁개방과 함께 국력이 신장하면서 그의 작품의 가치는 가히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2011년에 열린 한 경매에서 그의 <송백고립도>가 4억 2550만 위안(718억원)에 낙찰되었고, 2017년 ‘산수십이조병’이라는 열 두 폭 병풍그림이 9억 3150만위안(153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의전당과 중국국가미술관이 지난 2017년에 맺은 양 기관간의 ‘한중예술교류협력을 위한 협약’에 따라 처음으로 공동개최된 행사이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는 중국국가미술관에서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 중국전이 열릴 예정이다.
<같고도 다른: 치바이스와 대화> 전시회는 2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에서 전시된다. 입장료는 어른 5천원, 청소년/어린 3천원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