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뮤지컬 호프’)이 지난 9일 첫 무대를 가지며 관객들과 만났다.
‘뮤지컬 호프’(프로듀서 오훈식, 연출 오루피나)는 작품개발 및 신진작가 양성을 위한 '2018 예술공연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뮤지컬 부문 선정작이자 신진 크리에이터 작가 강남과 작곡가 김효은의 데뷔작이다.
첫 뮤지컬에 도전한 두 사람은 뮤지컬처럼 만들기, 예측할 수 있는 음악은 지양하며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자신들만의 독창성이 묻어있는 대본과 음악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여기에 뮤지컬 <록키호러쇼>와 <마마돈크라이>, <꾿빠이,이상> 등의 작품에서 활약한 연출 오루피나가 합류해 힘을 보탰다.
카프카 유작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브로 한 ‘호프’는 30년간 이어진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78세 노파 '호프'의 재판을 배경으로 한다. 원고의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집중하는 실제 재판과 달리 호프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뮤지컬 호프’는 3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이 사람이, 왜, 원고를 지켜왔는가에 대해 조명한다.
특히 호프가 견뎌 온 오랜 세월은 작품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뮤지컬 호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먼저 8살 과거부터 78세의 현재를 오가는 전개의 대본은 2차 세계대전 발발부터 그 이후까지 다양한 배경 속 호프의 세상을 보여준다.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의 의상은 소매나 옷깃을 낡아 해지고 말린 종이처럼 표현해 오랫동안 보관해 온 책과 원고임을 보여주는 디테일을 강조했다.
개막 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오루피나 연출은 ‘뮤지컬 호프’에 대해 "쇼 적인 것보다는 호프의 삶을 얼마나 다각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지, 배우들의 에너지가 중요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김선영, 차지연을 비롯한 배우들은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오랜 세월 전쟁과 세대를 넘어 지켜져 온 원고를 중심으로 호프라는 인물의 일생을 따라가며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의 페이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뮤지컬 호프’는 오는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호프’는 1월 공연을 마친 뒤 3월 28일부터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로 무대를 옮겨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