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명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황여환을 연기한 배우는 장률이다. 장률 배우는 넷플릭스오리지널 '마이 네임'(21)에서 폭력조직원 도강재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티빙드라마 '몸값'(22)에서는 아버지를 위해 사람의 장기를 사려고 하는 고극렬을 연기해 호평 받았다. 정신과의사로 섬세한 연기를 펼친 장률 배우를 만나 작품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인기를 실감하는지.
▶장률: “이렇게 기자들 만나 인터뷰를 하디니... 정말 이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다. SNS와 인터넷 검색해보면 이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전작에서의 저를 못 알아보는 것 같다. 저라는 배우가 한국에 존재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할 것 같다. 많이 도와주세요. 다양한 모습과 결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Q. 캐스팅 관련하여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장률: “그동안 제가 어떤 연기를, 어떻게 하였는지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예전에 <마이네임>때 잡지사와 한 인터뷰를 보셨다고 하더라.(씨네21) 그 인터뷰에서의 표정이나 모습이 감독님에게 ‘황여환’ 같이 보였던 모양이다. 좋게 봐주신 것 같다.”
Q. 황여환 의사의 모습에서 본인과 닮은 면이 있는지.
▶장률: 연기를 하면 집중하고 몰입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집에선 막내이다. 황여환이 막내아들 설정이었다. 막내아들 같이 철없고, 순수한 이미지를 캐릭터에 녹여내는 것이 숙제였다. 발전시켜나간 것 같다.“
Q. 민들레 간호사를 향한 감정은?
▶장률: ”저는 여환처럼 못 할 것 같다. 그렇게 직진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였다. 계속 상처를 받으면서도 계속 용기를 낸다.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 모습들이 귀여워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쟁취하려는 모습보다는 잘 못하고 서툴지만 자기 모습을 내려고 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Q. 민들레 간호사에게 다가가기 위해 갑자기 ‘얼음물통’을 뒤집어쓴다.
▶장률: “이게 왜? 가능한 이야기인가 생각했었다. 민들레 쌤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은, 공감하려는 여환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다. 여환은 작품에서 부자로 나온다. 그래서 둘 사이를 밀어내고 있는 어떤 계급의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들레도 분명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들레한테 다가가면 갈수록 밀어내려는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나와는 처한 환경이 달라서, 처음부터 어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감하고 싶었고, 서툴지만 그렇게라도 해보려한 것이다. 현장에서 얼음을 더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통증을 담아내고 싶었다.”
Q. 의사와 간호사라는 신분, 계급, 재력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였나.
▶장률: “그런 설정이나 이야기에 주목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지금 여환이 갖고 있는 정서의 깊이, 마음가짐을 생각했었다. 이 인물의 성격이 어떻고, 어떻게 다가갈까 생각했다. 그렇게 몰입해야 시청자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감독님과 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Q. 여환은 다은이가 고등학생 때 과외선생이었다.
▶장률: “둘 사이를 오해할 의도의 연기는 하지 않았다. 대본 읽고 느낀 것을 직관적으로 연기했다. 여환은 이 작품에서 많은 인물의 연결고리이다. 다양한 관계성에 집중했다. 빛나는 다은이에게 집중한 것이다. 과외선생은 재밌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과외 받을 때를 떠올렸다. 중2때 한창 꿈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였다. 그때 과외선생님은 공부는 안하고 저랑 놀이터에 앉아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내가 고민하다가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의사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었다. 그러자 선생님이 픽 웃으면서 ’그럼 공부 잘 해야 돼.‘ 그러는 거였다. ’아 그래요? 포기하겠습니다.‘ 그랬다. 이후 예고로 진학했고, 연기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렇게 연기를 통해 의사가 되었다.”
Q. 황여환이라는 인물은 첫 회부터 시작하여 모든 캐릭터와의 관계의 중심에 있다.
▶장률: “배우로서 집중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성이다. 정신과 의사를 연기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여러 환자의 에피소드를 겪게 된다. 연기하면서 인물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것은 직업병 같다. 이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애정을 갖고 있는지, 대사마다 상황마다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Q. 정신질환을 다룬 작품이다. 편견이나 오해가 있었는지.
▶장률: “작품을 하면서 선생님들을 잠시 만날 수 있었다. 대사에도 있지만 ’감기 걸리면 내과 가고, 뼈를 다치면 정형외과 가듯이 마음이 아프면 오는 곳이 이곳 정신과이다. 이곳은 환자랑 많은 시간을 두고 꾸준히 증상을 추적해가야 한다. 우리 주변에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많다. 관심을 갖고, 즉시에 도움을 줘야한다. 그리고 ’나에게 병이 있다. 치료해야겠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분이 계시다면 용기를 내시길 바란다. 정신과 문턱도 낮아져야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장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이야기를 다룬 대본을 보면서 6~7시간을 울었다.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의 이야기를 잘 받아주어야 하는데 내가 의사로서 신뢰감을 줄 수 있을까. 견딜 수 없는 아픔에 매몰된 의사 같았다. 그래서 드라마 자문하는 의사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청했다. 환자를 대할 때 객관적이어야 할 텐데 환자를 보고 울어도 되는지. 의사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다 듣고는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된다‘고 하시더라. 그때 용기를 얻었다. 환자와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의사로서의 애티튜드 같았다. 최대한 공감하는 마음을 작품에 담아내려고 했다. ’최준기 환자‘ 에피소드에서 대화하고, 그 일에 대해 컨퍼런스 하는 장면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아쉽고 부족하지만 이 또한 33살 장률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장률이 연기한 황여환이고, 그렇게 성장하는 인물인 것 같다.“
Q. 민들레 간호사와의 로맨스 연기는?
▶장률: ”로맨스 연기를 펼치기엔 너무 경험이 짧다. 이번 작품은 힐링휴먼드라마 장르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로 커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서 그 사이에 사랑이라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완전한 로맨스물을 하게 되면 더 노력하겠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로맨스 사극이다. 티빙오리지널 <춘화연애담>인데,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Q. 민들레 간호사를 연기한 이이담씨와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장률: “너무 아름다운 분이다. 평상시 성격이 밝고 표정이 다양하다. 많이 웃고 현장에 밝은 에너지를 안겨주는 배우였다. 극중에서 워낙 힘든 상황에 놓인 인물이다 보니 현장에서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들레에게도 저런 밝은 면이 있구나. 현재 상황 때문에 꺼내놓지 못하구나‘ 생각해서 내가 웃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람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매번 이담 배우가 챙겨줬다. 현장에 밥차가 오면 구석에서 혼자 먹는데, 와서 같이 먹자고 말을 걸어줬다. 그 때문에 이담 배우랑 동료배우랑 빨리 친해진 것 같다.”
Q. 민들레 간호사와의 로맨스 엔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률: “지금 엔딩이 너무 좋았다.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 과정을 거쳐 성장해 간다. ‘나 버려요’라는 대사도 있다. 사랑을 쟁취하는 인물로 그리지 않아서 좋았다. ‘내 옆에 둬야지’가 아니라 꿈과 미래를 응원하는 조력자로서, 따뜻한 시선의 사람이라서 너무 좋았다.”
Q. 여환은 민들레뿐만 아니라 정다은, 동고윤, 송유찬 등 여러 인물의 관계를 있는 고리 역할을 한다.
▶장률: “어쩌면 그렇게 멋있고 좋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나는 작품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이 작품에서도 그랬다. 초반에 박보영 배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가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연기적으로 잘 이끌어주었다. 다은의 모습에 집중하다보니 여환이라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었다. 박보영 배우는 우리 작품의 기둥 같은 존재였다. (연)우진이형 너무 좋아하는데 부드럽고 자상한 사람이다. 초반에 ‘찐친’ 바이브를 내야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다가갔다. 형이 걸으면서 ‘이런 거 아닐까?’하면서 바로 어깨동무를 하는 것이다. 그런 신체적 언어 하나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알겠더라. 이런 선배라면 어떤 표현이라도, 말이라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유찬이는 에너자이저이다. 긍정맨이다. 멋있었다.”
Q. <마이네임>, <몸값>에 이어 <정신병동에도>까지 열심히 연기를 펼치고 있다. 건강이 괜찮은지.
▶장률: “의도한 것은 아니다. <몸값>하면서 살이 빠졌다. 그 상태에서 바로 이어서 출연한 작품이다. 연기를 하면서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라 잘 안 먹는다. 그래서 주위에서 ‘장률, 밥 먹어야지’한다. 손이 많이 가는 친구이다. <마이네임>할 때는 건강한 신체 만들려고 했었고, 여환이는 건강한 신체를 갖고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 살이 빠져서 시청자분들이 걱정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정상이다.”
Q. 민들레랑은 어떻게 되나.
▶장률: “꿈꾸는 것은 자아실현에 중요한 것이다. 크든 작든 계속해서 꿈을 실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 장률이다. 안정적인 부분을 갖는 것보다 꿈을 갖고 사는 것에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말하지만 요즘 ‘페이스타임’ 잘 되어있다. 코로나 시국에도 ‘줌’으로 이야기 나눴다. 영상통화만이 갖는 느낌이 있다.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제가 (들레에게) 갈 수도 있고. 더 애틋한 것 같다. 옆에 매번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수상황에 놓였을 때 생기는 힘이 있다.”
Q. 이번 작품에서 특히 마음을 움직인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장률: “초반에 나온 ‘워킹맘’ 이야기가 정말 좋았다. 우리 작품이 앞으로 더 깊은 이야기를 선사할 것이라는 알려준 것 같다. 김여진 선배님이 멋진 연기를 보여주셨다. 같이 연극도 해봤지만 놀라면서 봤다. (이)상희 누나 너무 좋아하는데 시시콜콜한 연기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 두 분이 만나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게 너무 멋있었다.”
“초반부터 걱정한 것이 다은이다. 대본을 들여다보며 다은이라는 인물이 신경이 쓰였다. 제가 치료를 할 수는 없고. 보영 배우랑 호흡 만들어내려고 다가가려고 했다. ‘응원한다고, 힘냈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카톡으로 응원메시지 보내기도 했다. 멋진 배우이다.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감명 받으면 연기했다. 영광이었습니다. 박보영 배우님!”
Q. 연기자로서의 다음 꿈은?
▶장률: “지금 너무 행복하다. 연기자로서 시청자분들에게 다양한 작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좋은 제작진, 좋은 감독과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좋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주어지는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그것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다. 묵묵히 주어지는 연기를 하며 조금이나마 좋은 감정 전달하려고 한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장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장률 배우는 ‘다 할 수 있구나’, ‘이것도 되구나’, ‘어떤 것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런 느낌을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계속해서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 작품 하면, 장률이 떠오르는’, ‘이꼴 장률’ 그런 작품을 언젠가 만나고 싶다.”
한국영화판에는 ‘배우 장률’과 함께 ‘영화감독 장률’이 있다. 장률 배우는 장률 감독의 어떤 영화를 보았을까. “하하. <이리>랑 박해일 선배님 나왔던 영화 <경주>를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란다.
참, 인터뷰 끝나자 장률 배우가 라운드인터뷰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작은 선물꾸러미를 돌렸다. 조그만 ‘칭찬노트’와 ‘민들레차’가 들어있었다. 이 센스쟁이~“
[사진=매니지먼트mmm/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