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떄 시네필의 예술영화 입문의 관문이었던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희생>이란 작품이 있었다. 영화는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예술영화와 작가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며 당시 유례없는 센세이셔널한 흥행을 기록하고 예술영화 시장에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 경이롭고 시적이며, 묵시록과 천국을 보여주는 듯한 영혼의 풍경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타르콥스키 감독은 그렇게 우리와 만났다. 그가 떠난 지 30여 년이 지난 이 겨울, 우리는 다시 한번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영화들에 빠져드는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Andrey Tarkovsky. A Cinema Prayer)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타르콥스키의 아들 안드레이 A. 타르콥스키가 연출하였으며, 타르콥스키가 사랑한 그의 아버지이자 시인 아르세니 타르콥스키의 시들을 타르콥스키가 낭송한다. 영혼을 담아낸 풍경화 같은 영상들과 함께.
또한 영화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의 개봉과 함께 영화 평론가 이다혜가 번역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시인 강정, 서윤후의 헌정시, 소설가 정지돈의 추천사, 영화 평론가 정성일의 헌정 에세이이자 영화에 대한 해설 “나는 믿는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이 모든 것을..”이 함께 실린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이 동시에 출간된다. 텀블벅을 통해 특별한 행사도 진행한다. 영화 관람과 대본집, 시나리오를 번역한 이다혜, 영화 평론가 정성일, 영화 평론가 오동진의 스페셜 GV를 함께 만날 수 있다.
타르콥스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여덟 편의 영화와 그의 작품에 대한 끝없는 미스테리, 예술가로서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남겼다. 그 여덟 편의 영화는 <이반의 어린 시절>, <안드레이 루블료프>, <솔라리스>, <거울>, <스토커>, <희생>, <노스탤지아>, 그리고 단편 <증기기관차와 바이올린>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타르콥스키의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할 시기, 조국에서 무의미한 존재가 되고 망명에 이르기까지,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종말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던 그의 삶에 대한 기억과 기록이 관통한다.
그의 예술관, 예술가의 운명과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생각들이 그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매우 희귀한 오디오 녹음 덕분에, 관객들은 아름답지만 다소 난해해 보였던 그의 영화적 이미지의 세계에 보다 몰입할 수 있고, 위대한 감독의 작품과 내면의 삶을 더깊이 이해하고 재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세상에 대한 근심과 염려, 인간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희망이 있다고 믿었던 그의 세계관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영화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에는 세 명의 타르콥스키가 함께 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영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그의 아버지이자 시인인 아르세니 타르콥스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타르콥스키의 아들 안드레이 A. 타르콥스키다.
영화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영화 속 대사나 나래이션을 번역한 차원을 넘어 타르콥스키가 사랑한 아르세니 타르콥스키의 시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러시아 시인 중 한 명이자 타르콥스키의 아버지인 아르세니 타르콥스키의 시는 이전에 단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타르콥스키의 육성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아르세니의 시는 타르콥스키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감독의 시적 재능과 예술가적 감수성에도 중요한 자양분이었다. 비록 함께 살지는 못했지만 그들간의 문화적, 정신적 유대는 매우 깊고 심오했음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책에서는 영화 평론가이자 저자 이다혜가 번역한 영화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의 대본집과 시인 강정과 서윤후의 헌시, 영화 평론가 정성일의 헌정 에세이이자 영화에 대한 해설 “나는 믿는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이 모든 것을..”을 만날 수 있다. 영화의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이번 책에서는 타르콥스키가 사랑한 아르세니 타르콥스키의 시들이 함께 수록되어 특별함을 더한다. 정성일의 해설에서는 이 시가 영화화될뻔한 비밀스런 과정들도 설명되어져 흥미를 더하며, 우리가 타르콥스키을 이해하는데 더욱 내밀한 단서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진=하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