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8일) 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선 백승화 감독의 <오목소녀>이 방송된다. ‘오목소녀’는 몇몇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면서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물론, 5월 극장 개봉 당시 관객 수는 모두 합쳐 ‘1682명’에 그쳤다. “오호 통재라!” 대한민국 독립영화의 운명인가 보다. 그런 불운한 한국 독립영화를 심폐 소생시키는 KBS독립영화관이 2018년을 보내며 올해 마지막으로 선택한 작품이 ‘오목소녀’이다.
영화는 ‘오목’ 게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바둑판에서 흑백의 바둑돌로 싸우면서 먼저 다섯 개의 줄 놓기에 성공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한 때 바둑신동으로 불렸던 ‘이바둑’(박세완)은 어느날 바둑대회에서 지는 게 두려워진 나머지 바둑을 그만둔다. 이후 기원에서 일하며 청춘을 보낸다. 룸메이트(장햇살)는 가수가 꿈이라지만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말벗은 기원을 찾아오는 초등학생 조영남(이지원). 어느 날 이바둑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생긴다. 오목대회 참가. “바둑 잘 두는 사람은 오목을 무시하다가 댄통 깨진다”는 말처럼, 호기롭게 출전한 이바둑은 김안경에게 참패한다. 이후 ‘쌍삼’(김정영)이라는 이상한 스승 밑에서지옥(!)훈련을 거친 뒤 전국대회에 나간다. 다시 맞붙은 김안경(안우연)과의 대결. 우승하고 상금 300만원을 차지할 수 있을까. 룸메이트가 되도 않은 응원가로 힘을 북돋운다.
‘오목소녀’의 백승화 감독의 전작은 심은경이 출연했던 ‘걷기왕’이다. 오직 차멀미가 있어 탈 것을 못 타는 여고생이 자신의 신체적 특성을 살려 ‘경보’ 선수가 된다. 물론, 대회에 참가할 차를 못 타 밤새 걸어서 경기자에 간다. 백승화 감독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진정한 스포츠맨십과 청춘의 열정, 그리고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전해주었다. 이번 작품 ‘오목소녀’도 마찬가지이다. ‘오목소녀’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순수하다.
백승화 감독은 “별 거 아닌 오목 덕분에 일상이 조금 더 즐거워진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했다.”고 자신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두가 챔피언이 되려고 아등바등할 때, 그 과정에서 땀과 열정을 쏟은 사람은 모두가 승자일 수 있다는 소박한 깨달음을 안겨준다.
영화는 밍밍한 웃음으로 점철된다. 때로는 하찮은 웃음을 안겨준다. 갑자기 일렉트로닉 기타의 응원가 나오는가 하면, “경기장에선 정숙 몰라, 정숙!”하자 한 아줌마가 손을 든다. 자막은 ‘김정숙’이다. 이런 귀엽고, 가벼운, 소소한 웃음코드가 하나씩 모여서 작지만 소박한 인생의 맛을 안겨준다.
드라마스페셜 ‘너무 한낮의 연애’와 최근 ‘땐뽀걸즈’에 잇달아 출연했던 박세완은 ‘오목소녀’에서 통통 튀는 캐릭터를 만화같이 소화해 낸다. 만화 같은 캐릭터 소화력은 박세완 뿐만이 아니라 모든 배우가 그러하다.
우승 못하면 어때, 인형눈깔 3만개만 붙이면 되지 뭐. 그런 소박함이 왠지 짜릿한 삶의 철학으로 다가오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 굳이 상을 하나 준다면 단언컨대 주제가상이다 장햇살이 직접 부른 ‘내 친구 이바둑’은 백승화 감독이 직접 작사작곡을 한 것이란다. 승부욕과 삶의 의욕이 불끈불끈 솟게 하는 곡이다.
“오목을 잘 두는 내 친구 이바둑 예~ 예~
이름은 바둑이지만 오목을 잘 둔다네 예 예
이바둑 이겨라 삼백은 우리 꺼
이겨라 이바둑 삼백만 원
인형 눈깔은 이제 그만“
오목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인형눈깔이 그대를 고달프게 하더라도, 청춘의 열정은 좋지 아니한가. 오늘밤 ‘오목소녀’를 보시고, 2018년을 가볍게 마무리하시길.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