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1898년 12월 26일.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그 인물, ‘퀴리 부인’이 새로운 방사성 원소인 '라듐'을 발견했다. 반년 전에는 ‘폴로늄’도 발견했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퀴리 부인과 남편 피에르 퀴리는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남편이 죽은 뒤에도 연구에 매진한 퀴리 부인은 1911년 노벨화학상도 수상했다. 이로써 과학사에 위대한 여성과학자의 이름이 길이 남게 된다. 퀴리 부인은 최초의 여성노벨상수상자이며, 유일하게 ‘자신의 학문영역에서’ 두 번 노벨상을 받은 인물이다. 세상은 오랫동안 그(녀)를 ‘퀴리 부인’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 그녀의 이름이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임을 알려주는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뮤지컬로 만들어진 ‘마리 퀴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 -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데 이어,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창작 뮤지컬을 기획·개발하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에 선정되어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기대를 모은 ‘마리 퀴리’의 프레스콜이 26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렸다.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에 이어 제작진과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마리 퀴리’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이날 프레스콜은 특별히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윤진희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윤 교수는 시연 중간중간, 마리 퀴리의 과학적 성과와 작품에 등장하는 ‘화학’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주인공 '마리 퀴리'룰 연기한 김소향은 "대학로 바깥에서는 '안나 카레리나', '아이다', '마타하리', ‘엘리자벳’ 등 여성 중심의 작품이 있었지만 대학로에서는 이번 작품이 유일한 것 같다. 임강희 배우와 함께 책도 찾아보고 공부를 많이 했다"면서, “마리 퀴리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여배우들의 관심이 크다. 부러워하기도 하고 응원도 많이 해준다. 이런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마리 퀴리를 연기하는 임강희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굉장한 책임감을 느꼈다. 공연계에서 여성 서사를 많이 가진 공연이 많지 않아, 여성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가는 여자배우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현우 연출은 "이번 작품은 단지 여성을 내세워 여성의 서사를 다루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라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위대한 과학자로서 순수한 열정과 인지하지 못했던 비극과 마주치며 일어나는 갈등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남편 피에르와의 갈등도 아내와 남편으로서의 갈등이 아니라 과학자 대 과학자로서의 신념과 가치관의 갈등을 서사의 중심에 두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뮤지컬로 완성된 ’마리 퀴리’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이다. '마리 퀴리'의 과학적 업적과 라듐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는 이른바 '라듐 걸스'는 실제 존재했던 일이다. 이들의 만남은 허구란다. 이에 대해 천세은 작가는 "마리 퀴리가 과학자로서의 신념이 부딪히면 어떻게 이겨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라듐을 발견했을 때 과학자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을 테지만, 이것이 과연 인류에게 축복이기만 할까 생각하면서 그 상징으로 라듐 걸스와 '안느'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마리 퀴리’는 뮤지컬 '랭보', '팬레터' 등을 성공시킨 라이브(주)의 강병원 프로듀서가 완성시킨 작품으로 김현우 연출과 천세은 작가, 그리고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 등의 음악을 맡았던 최종윤이 곡을 만들었다.
지난 22일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마리 퀴리’에는 김소향, 임강희와 함께, 남편 '피에르 퀴리' 역에 박영수, 루벤 역에 조풍래, 그리고 라듐 공장 직공으로 김아영, 장민수, 이아름솔이 출연한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오는 2019년 1월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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