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마우스’와 ‘겨울왕국’을 만들던 디즈니는 잊으라. 루카스 필름과 마블을 손에 쥔 디즈니는 그야말로 탐욕스러울 만큼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끊임없이 발굴하고, 리메이크하고, 정복하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원제:The Nutcracker and the Four Realms)은 디즈니의 그런 행보의 일환이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으로 발표했던 작품을 실사(라이브 액션)로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말레피센트>(2014)를 시작으로 <신데렐라>(2015), <정글북>(2016), <미녀와 야수>(2017) 등이다. 이번엔 발레의 고전으로 익히 알려진 '호두까기 인형'을 재해석한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을 내놓았다.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의 대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이다. (나머지는 ‘백조의 호수’와 ‘숲속의 잠자는 공주’이다) 독일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대왕’을 원작으로 발레 대본이 만들어졌고, 차이콥스키가 곡을 입혔다. 내용은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서 대부 드로셀마이어로부터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는다. 그날 밤 잠이 들었을 때 호두까기 인형이 장난감병정이 되고, 생쥐떼와 싸운다. 클라라의 도움으로 병정은 왕자가 되고 생쥐 떼를 물리친 뒤 과자의 나라로 가서 축하파티를 연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한 판 꿈나라이다.
이번 디즈니의 실사영화는 차이콥스키의 발레음악에 원본 이야기를 충실히 담았다. 물론, 화려한 CG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는 원래 ‘개 같은 내 인생’, ‘초콜릿’을 만든 스웨덴의 라세 할스트롬이 감독을 맡았다가 무슨 일인지 조 존스톤 감독이 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미국 감독협회에서는 크레딧을 이름을 나란히 올리는 ‘공동연출’ 조건이 까다롭단다) 여하튼 ‘쥬만지’에서 ‘쥬라기공원’(3편), 마블영화(퍼스트 어벤저)에 이르기까지 모험과 가족, 그리고 흥행에 어느 정도 수완이 있는 사람이 추가로 한 달여 다시 촬영했다니 우려가 가기도 하는 장면이다.
키이라 나이틀리, 모건 프리먼, 헬렌 미렌 등 대배우가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클라라를 연기한 메킨지 포이이다. ‘인터스텔라’의 그 깜찍한 딸 (어린) 머피를 연기했던 배우이다. 예쁘게, 잘 성장한 아역배우의 전범일 듯.
디즈니 영화지만 올드 스타일은 아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안녕을 고하듯 ‘장난감 병정’은 흑인(아프로 아메리칸)이고, 여주인공은 학구파이다. 그렇지만 ‘디즈니영화’치고는 너무 뻔한 스토리텔링이라 요즘 디즈니 영화답지 않을 정도이다. 그나마 메킨지 포이의 매력으로 영화가 빛을 발한다.
물론, 또 하나 음악은 훌륭하다. 차이콥스키 곡을 제임스 뉴턴 하워드가 손을 봤으니. 랑랑의 피아노도 들을 수 있다. 원곡의 향연에 안드레아 보첼 리가 그의 아들과 함께 주제가도 불렀다. 12월 6일 개봉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