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과 ‘파이터클럽’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맹크>에 이어 다시 넷플릭스과 손잡고 만든 영화 <더 킬러>(원제:The Killer)가 내달 10일 공개된다. 네온사인 조명과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펼쳐질 영화를 작은 핸드폰, 혹은 좀 큰 TV화면으로 본다는 것은 영화팬으로서는 억울한 일일 것이다. 다행히 오늘(25일)부터 극장에서 잠깐 상영된다. 우리나라 CGV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극장(잠깐)공개 – OTT’방식으로 선보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애플TV+ 무비 <플라워 킬링 문>도 그런 방식이다. 어쨌든 영화팬으로서는 다행인 셈이다.
영화는 ‘킬러’가 주인공이다. ‘레옹’보다는 스마트하고, ‘존 윅’보다는 육체적 부딪침을 덜 하는 살인청부업자이다. ‘킬러’ 마이클 파스팬더는 지금 초고성능 저격총을 앞에 두고 새로운 타켓을 노리고 있다. 파리 도심지 ‘WEWORK’의 빈 공간이다. 며칠째 맞은 편 고급호텔 펜트하우스에 나타날 타켓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기다리는 그 지루한 시간, 수다를 떤다. 아니, 킬러의 임무에 대한 나레이션을 펼친다. 지구에 인구가 얼마이고, 하루에 몇 명이 태어나고 몇 명이 죽는지. 기다리다 지치면 내려가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거나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다. 물론 카페인과 단백질 함량을 주절거린다.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체크하고, 애플팟으로 노래를 듣는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타켓을 놓치고 만다. “젠장, 여자가 끼어들었네!” 킬러는 서둘러 무기를 거두고, 현장을 정리하고 신속하게 파리를 떠난다. 도미니카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니 여친이 무자비하게 공격당한 상태이다. 이제 누군가를 죽이는 킬러 입장에서, 임무실패자로 쫓기는 타켓이 된다.
알렉시스 놀랑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더 킬러>는 데이비드 핀처의 숨결이 가득한 작품이다. 오랫동안, 차분하게, 묵묵히 준비한 작업이 실패했을 때, 살인청부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 킬러를 이해하기 위해선 ‘세븐’이 아니라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비드를 떠올려야할 것이다. ‘프로그래밍된 괴물’말이다. 마이클 파스팬더가 연기하는 킬러는 엄격한 규율로 무장된 ‘사무라이’의 냉철함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시끄러운 노래를 한쪽 이어폰으로 듣는 무심함을 보여준다. ‘실패한 킬러’에게 붙는 ‘킬러’들, ‘킬러’를 조종하는 누군가. 그 목록에는 틸다 스윈튼도 있다. 영화에서 기이한 대사가 나온다. ‘존 윌키스 부스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존 윌키스 부스는 링컨 대통령에게 총을 쏘고 황급히 현장을 벗어나 도망갔다가 나중에 사살된 암살범이다.
마이클 파스팬더는 파리로, 도미니카로, 뉴욕으로, 시카고로 움직인다. 가는 곳마다 마련된 비밀창고에는 수많은 여권과 돈, 암살장비가 준비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킬러와 동행한다. 아마존에서 키 복제기를 구매하기도. 넷플릭스는 PPL을 하지 않는다는데, 만약 한다면 글로벌마케팅 지형도가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덤으로 든다.
자신의 임무에 실패한 킬러는 사무라이처럼 자살하지 않는다. 존 윅처럼 연인을 위해 총구를 돌리는 것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그런 킬러를 쫓아가며 영화를 스타일리쉬하게 포장한다.
지난 달 열린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서 상영된 넷플릭스 무비 <더 킬러>는 오늘(25일)부터 CGV에서 단독/제한상영에 이어 내달 1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더 킬러 (원제:The Killer)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스 하워드, 찰스 파넬, 케리 오맬리, 살라 베이커, 소피 샤를로치, 틸다 스윈턴 ▶2023년 10월25일 CGV개봉/ 11월 10일 넷플릭스 공개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