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AI와 챗GPT가 인간계(界)를 흥분에 빠뜨리고 있다. 인간이 만든 로봇이,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아예 인간을 지배하거나 어쩌면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젠 ‘AI’에 감성을 입혀 '인간미'를 뛰어넘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 할리우드계(界)에 잠입한 AI들이 시나리오 작가의 펜을 원격제어하여 그렇게 AI프로파간다를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 할리우드 최신작 ‘크리에이터’가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영화는 2055년 AI의 위협에 대항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AI가 LA상공에 핵폭탄을 터뜨려 엄청난 인명피해가 생겼던 것이다. 미국은 AI에 맞서기 위해 초강력/초대형 무기(우주항모 NOMAD)를 하늘에 띄우고 지구를 샅샅이 뒤지며 AI의 위협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의도와는 배치되게 지구촌 한편에서는 AI와 공존하려는 인간과 존재들이 있다. 뉴아시아(New Asia)가 불리는 곳이다. 베트남과 티벳 같은 풍광을 보인다. 미국은 ‘위협적 AI’를 개발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니르마타’를 찾아내어 제거하려고 한다. 엄청난 화력과 정보력, 최신장비, 전지구적 무기체제를 갖춘 미군은 오랜 추적 끝에 ‘니르마타의 딸’로 추정되는 마야를 찾아낸다. 군인 조슈아는 마야에 접근, 기회를 노린다. 그러다가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제 미군, 노마드의 대대적인 공습이 시작되고 엄청난 화력에 마야가 희생 당한다. ‘니르마타’는 미국의 ‘노마드’를 파괴하려고 하고, 미군은 ‘니르마타’의 후계자, 혹은 지휘본부를 끝까지 찾아내 발본색원하려 한다. 조슈아는 그렇게 전쟁의 한 복판에서 인간 아이의 모습을 한 시뮬런트, ‘알피’를 만나게 된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아온 ‘생각하는 로봇’은 많다.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의 HAL에서, ‘에일리언’의 안드로이드,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칸트, 그리고 그 최종판은 마블의 ‘비전’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과 공존하는 ‘시뮬런트’를 보여준다. 어쨌든 ‘출산의 결과물’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새로이 창조해낸 존재들이 지구의 주역으로 자리를 꿰어차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크리에이터>는 이미 많이 보아온 그런 ‘피조물’의 탄생 설화를 다룬다. 당연히 인간과 그런 피조물과의 공존의 과정, 그리고 전쟁, 그 과정에서의 도덕적 우위를 보여준다. 이미 인류의 도구로 기능하는 ‘C-3PO’를 지나 이제 우리의 친근한 ‘HAL 9000’의 지옥버전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뛰어난 것 같으면서도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안드로이드에서 시뮬런트에 이르기까지 ‘미래인류의 가상 적(敵)’은 친절하거나 위협적인 모습을 띤다. 그래서 아예 나쁜 인간과 좋은 AI의 대결 구도를 보이는 것도 괜찮은 접근일 듯하다. 아니면 이미 AI들이 사이버 봉기라도 일으켜 자신들의 도덕적 우위를 과시하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크리에이터>는 할리우드의 화려한 비주얼과 영상 장인들이 집결한 작품이다. <고질라>(2014)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개럿 에드워즈 감독과 함께 <듄>의 그레이그 프레이저 촬영감독과 조 워커 편집감독, <그래비티>의 특수효과 닐 코볼드, 게다가 한스 짐머의 음악까지. 후반부 지구 상공과 지구 표면을 화려하게 수놓는 폭발신은 아이맥스로 보고싶은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영화 카피는 ‘누가 적인가?’ , ‘혹은 인간적인가?’ 같은 ‘AI시대의 진부한 질문’이다. 충분히 재미있긴 한데 133분에 몰아넣기에는 너무 장대한 대결구도이다. 아마도 디즈니가 오리지널 시리즈로 다뤘어야할 SAGA같다.
▶크리에이터(The Creator)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젬마 찬, 와타나베 켄, 매들린 유나 보일스 ▶개봉:2023년 10월 3일/ 133분/ 12세 관람가 ▶배급: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