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작품상 스틸과 감독의 어머니
홍콩의 금상장과 함께 중화권 전통의 영화시상식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만 금마장(金馬獎)영화시상식이 지난 17일, 중국인의 정신적 지도자인 손문을 모신 타이베이 국부(國父)기념관에서 열렸다. 대만의 정체성을 가름할 대만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열린 이번 시상식에서 한 수상자의 ‘정치적 발언’으로 그간 위태위태하게 이어오던 대만-중국의 영화교류에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제55회 대만금마장 영화시상식이 17일 오후 5시 레드카펫 행사를 시작으로 타이베이 국부기념관(國父紀念館)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이날 최우수작품상은 중국 후뽀(胡波) 감독의 3시간 50분에 이르는 영화 ‘코끼리는 그곳에 있다’(大象席地而坐)에 돌아갔다. 왕샤오슈아이가 제작을 맡은 이 영화는 후뽀 감독의 장편데뷔작이자 유작이다. 그는 작년 영화가 채 개봉되기도 전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그의 어머니가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대신 받았다.
감독상은 12개 부문에 올라 최다후보작이었던 <삼국-무영자>의 장예모 감독에게 돌아갔다. 지난 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무영자’로 소개된 이 영화는 ‘삼국-무영자’로 곧 국내에 개봉될 예정이다. 이 영화는 감독상과 함께, 미술상, 의상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여 ‘장예모스타일의 비주얼을 기대하게 만든다.
남우주연상은 중국 블랙코미디 ‘나는 약신이 아니다’의 쉬쩡(徐崢)이 차지했다. 이 영화는 남우주연상과 함께 각본상, 신인감독상(원무예/文牧野)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나의 Ex’의 시에잉쉬앤(謝盈萱)이 차지했다.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대만영화로는 최다후보에 올랐던 ‘나의 Ex’는 여우주연상과 함께 주제가상과 편집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수상자 푸위 감독(왼쪽)
이날 시상식에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부문. ‘우리의 청춘, 대만에서’(我們的青春,在台灣)로 수상한 푸위(傅榆)는 수상소감을 말하며 “나는 언젠가는 우리나라가 하나의 진정한 독립된 주체로 대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한 대만인으로 가장 큰 희망이다.“라고 말한 것. 한국 영화 팬이 보기에는 별 문제 없는 발언같지만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하는 중국입장에서는 간과하기 어려운 정치적 발언이었다.
이날 금마장시상식에는 많은 중국측 영화인들이 참석했는데 다큐멘터리부문 수상에 이어 진행된 시상식은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실제,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작년 수상자인) 중국영화배우 투먼(涂們)은 “‘중국대만’ 금마장 시상식에 다시 오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말했고, 이후 무대에 오르는 중국 배우들은 의식적으로 ‘중국 영화’를 언급했다. 그리고 올해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중국영화배우 공리는 관례상 오르는 최우수작품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지 않고 객석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이안 감독과 공리
가장 난감했던 것은 대만금마장 주석을 맡은 이안 감독. 푸위가 수상소감을 말할 때, 방송카메라는 객석의 이안 감독을 잠깐 비쳤는데 표정이 밝지만 않아보였다.
이안 감독은 “금마장에서는 모든 중화권 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우수한 작품을 경축해 주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예술은 예술로 평가받기를 바라며, 어떠한 정치적 요소로 흔들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영화인들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시상식이 끝나면, 보통 수상팀 단위로 축하파티를 여는데, 장예모 감독의 ‘무영자’만이 비공개로 파티를 열었고 나머지 중국영화팀들의 파티는 모두 취소되었다고 대만매체는 전했다. 밤늦게 축하파티장을 찾은 이안 감독은 늦게까지 대기 중인 취재진에게 “피곤하다.”고 언급.
금마장이 끝나자마자 중국 측 영화인들은 SNS(웨이보)에 앞다투어 붉은 중국지도와 함께 ‘中國一點都不能少’(하나라도 없어서는 안된다)라는 코멘트를 올렸다. 트와이스의 쯔위 사태때와 비슷한 양상. 올해 끝없는의 구설수에 올랐던 판빙빙 조차 웨이보에 저 문구를 올렸다. 장예모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책상서랍 속의 동화’의 원제목은 ‘一個都不能少’였다. 의미는 ‘어느 하나(영화에서는 어느 한 학생이라도)라도 빼놓거나, 없어서는 안될, 똑같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뜻이다. 마치 독도가 우리의 필수불가결한, 절대 분리할수 없는 하나이듯이, 대만은 중국을 구성하는데 어디 떼놓을 수 없다는 의미를 가졌다.
문제(?)의 발언을 한 푸위 감독은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면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푸위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대만의 학생운동을 담은 작품이다. 2014년 중국과 대만의 서비스무역협정이 국회에서 비준될 때 이를 반대하는 대만학생들이 대만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며 시위를 벌였는데 이때 사태를 중동의 자스민혁명에 빗대 ‘318 태양화 학운’(太陽花學運/해바라리 학생운동)이라 보도했다. 푸위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에 대해 “많은 매체들이 내 영화를 ‘태양화학생운동’의 기록영화라고 보도했다. 사실은 318운동은 이 영화의 한 부분일 뿐이다. 제목에 쓰인 ‘우리’는 대만학생, 중국학생, 그리고 나 자신을 지칭한다. 내 영화는 단지 우리가 함께한 대만의 크고작은 사회운동과정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 구상한 것은 대만내, 대만과 중국-홍콩사이의 국가와 민족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젊은 세대들이 소통을 할 수 있는지, 사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지, 나아가 공동으로 힘을 모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KBS미디어 박재환)
제55회 대만금마장 영화상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 후뽀(胡波) (코끼리는 그곳에 있다/大象席地而坐)
남우주연상: 서쟁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
여우주연상: 시에잉쉬앤(謝盈萱)(나의 Ex/誰先愛上他的)
감독상: 장예모 (삼국-무영자/影)
주제가상: 나의 Ex/誰先愛上他的
음악상: 지구최후의 밤(地球最後的夜晚)
각색상: 후뽀(胡波) (코끼리는 그곳에 있다/大象席地而坐)
각본상: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
최우수다큐멘터리상: 우리의 청춘,대만에서 (我們的青春,在台灣)
최우수단편영화상: 깅상/대붕 (吉祥/大鵬)
편집상: 나의 Ex/誰先愛上他的
신인감독상: 원무예文牧野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
촬영상: 지구최후의 밤(地球最後的夜晚)
올해의 대만영화인상(年度台灣傑出電影工作者): 류산랑(劉三郎)
미술상: 삼국-무영자/影
의상상: 삼국-무영자/影
특별공로상: 리아오칭숭(廖慶松)
신인상: 종지아준(鍾家駿) 只有大海知道
남우조연상: 위앤푸화(袁富華)/翠絲
여우조연상: 딩닝(丁寧)/행복도시(幸福城市)
음향효과상: 지구최후의 밤(地球最後的夜晚)
시각효과상: 삼국-무영자/影
액션감독상: 사불압정(邪不壓正)
단편애니메이션상: 당,일개인(當一個人)
장편애니메이션상: 행복로상(幸福路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