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loving you.”가 문법적으로 맞는 말인가?
사랑엔 국경도, 남녀도, 시제도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대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으니 둘은 결혼은 한 것이리다. 주위의 반대나, 둘의 현격한 차이도 잠시 잊고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결혼은 눈꺼풀에서 콩깍지가 떨어지면 금세 파경에 이른다. 여기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가 그런 잘못된 선택으로 잘못된 길을 가게 된다.
'만년 백수' 정열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한다. 사이키조명이 신나게 돌아가는 디스코텍에서도 말이다.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나라(정소민)를 만난다. 로코 드라마의 정석대로 둘은 주위의 극심한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에 이른다. 그리고 온달과 평강처럼 산다. 마침내 정열은 사시에 합격한다. 그런데 정열과 나라의 러브스토리는 급격하게 극초현실주의로 바뀐다. ‘찌질한 남자의 구질구질한 삶’과 ‘오리지널 금수저의 자유분방한 라이프’는 상극이었던 것이다. 콩깍지가 떨어지자마자 둘이 달려가는 곳은 가정법원이다. 치열한 법정공방은 없고 살벌한 인신공격 끝에 결론이 나온다. “이혼하세요! 30일 뒤에!” 영화시작 30분도 채 안되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이혼숙려기간을 지정받고 법원을 나서던 정열과 나라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란히 기억을 잃는다. 부부인데, 부부가 아니다. ‘30일’ 동안 이들은 기억을 회복할까? 기억을 회복하면 이혼하는데? 이제부터 듣도 보도 못한 기묘한 동거코미디가 펼쳐진다.
강하늘과 정소민은 <스물>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 뜨거운 커플에서 뜨거운 웬수로 변해가는 신혼의 모습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연애할 때의 불같은 열정과 이혼하기 위한 불같은 분노가 뒤범벅되어 어떤 결말이 도출될지 궁금해진다. 이건 합쳐져도 웃기고, 헤어져도 웃긴 케이스이니까. 물론, 관객들은 합쳐질 것이란 것을 짐작은 할 것이다.
강하늘과 정소민이 야구공과 함께 몸을 마구마구 던지는 코믹액션에 조연들의 연기도 영화를 웃음과 깜찍함으로 꽉 채운다. 김선영와 조민수의 카리스마는 사부인들의 전쟁이며, 윤경호와 카페 패거리는 총각파티의 한국형 서사이다. <거미집>,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연구소>라는 빅3에서 한발 떨어져 3일(화) 개봉된 <30일>은 개봉 첫날 뜻밖의 흥행력을 보여주었다. 역시, ‘연애와 결혼’, ‘사랑과 이혼’은 코미디이며 전쟁이다. 사랑은 어쩔 수 없이 진행형인가 보다.
▶30일 ▶감독:남대중 ▶출연: 강하늘 정소민 조민수 김선영 황세인 윤경호 이상진 원우 송해나 엄지윤 임철형 ▶2023년 10월3일 개봉/ 12세관람가/ 119분 ▶배급:마인드마크
[사진=마인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