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되는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전시회에는 특별한 유물이 전시된다.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서 보관중인 고려목판과 건칠(乾漆) 희랑대사좌상 등 고려 문화재들이 포함된 것이다. 서울 전시회를 위해 천년동안 해인사에 고이 모셔졌던 이 문화재들이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 9일과 10일, 해인사 보관 고려문화재를 서울로 옮기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9일, 해인사 현지에서는 사찰을 떠나는 고려목판과 희랑대사좌상의 이운(移運)을 고하는 고불식(告佛式)이 열렸다. 이어 10일 오전에는 고려 태조, 현종, 문종, 원종과 충신 16명 위패를 보관한 경기도 연천 숭의전지(사적 제223호)에서 희랑대사좌상 복제품과 왕건 초상화가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는 행사도 열렸다.
10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중한 이운식 행사가 열렸다. 전시회를 개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배기동 관장은 “대장경판이 해인사 산문을 나서서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며 "살아 숨 쉬는 자랑스러운 민족사와 목판에 담긴 숭고한 가치를 함께 느끼고 감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개막될 전시에서 개방성, 창의성, 정교함, 우아함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있을 것이다.”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이어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은 "태조 왕건의 스승인 희랑대사를 형상화한 보물 제999호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우리나라에서 인물을 소재로 한 가장 오래된 목조 조각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려 대장경은 국란 극복의 상징이며 목판인쇄술 분야에서 최고 경지에 이르렀다. 주지로서 장경각을 참배할 때마다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에 감동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최초로 외부에 공개되는 희랑대사좌상은 고려 왕건이 스승으로 모신 고려 초기 불교의 정신적 지주 희랑대사((希朗大師)를 기린 목조 인물상이다. 고려 초기에 만들어졌으니 천년이 더 된 유물이다. 박물관 측은 이번 이운식 행사에서는 희랑대사좌상 복제품이 사용되었다며 외부행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다.
이날 행사에서 배기동 관장은 “다음 달 ‘대고려전’에는 북한의 ‘청동 신성황제 왕건상’이 내려와 같이 전시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왕건상은 1992년 10월 고려 태조릉인 현릉(顯陵) 봉분 북쪽에서 출토된 청동 좌상이다. 박물관 측은 ‘대고려전’을 위해 북한에 있는 왕건상과 개성 만월대 출토 금속활자 다양한 고려 유물의 대여를 북측에 요청한 상태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운식 행사에서는 시인 신달자의 헌시낭독과 취타대 및 전통의장대의 공연이 열렸고, 본 행사 뒤에는 쌍승무 등 축하공연, 대장경을 이고 도는 탑돌이·길놀이 행사가 이어졌다.
고려 1,10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 4일 개막하는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에서는 청자와 불화를 비롯해 주요 고려 문화재 약 390점을 만나볼 수 있다. 북한이 보관하고 있는 왕건상과 개성 만월대 금속활자의 전시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