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김지운 감독은 1998년 <조용한 가족>으로 충무로에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코믹과 호러를 범벅한 이 정체불명의 영화는 김지운을 한국영화계에서 독특한 크리에이터로 우뚝 세웠다. 데뷔작 이후 <반칙왕>,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악마를 보았다>까지. 그리고 <라스트 스탠드>와 <밀정>을 거쳐 <인랑>까지 흥행과는 별개로 김지운 감독은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코로나 시국을 지나 2023년 추석 극장가에 <거미집>을 내놓았다. 뜻밖에도 1970년대 충무로 영화현장을 다룬다. 영화라는 작업을 통해 영화감독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김지운의 내면을 훔쳐보는 것 같은 작품이다. 개봉을 앞두고 김지운 감독을 만나 쉼 없이 달려온 영화감독의 삶을 들어보았다. <거미집>에서 주인공 김열 감독을 연기한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다름 아님이다.
Q.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 받았고, 이제 한국극장가에 개봉한다. 주위 반응은 들어보았는지.
▶김지운 감독: “VIP시사회가 끝난 뒤, 동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자리는 좋은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들 축하하는 느낌이었다. 팬데믹 이후 다른 나라들은 영화시장이 회복되는 추세인데 유독 한국만 느리더라. 오랜만에 한국영화 속을 풀어주는 영화를 만든 것 같다. 팬데믹 기간에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내게 영화란 무엇인가. 처음 영화를 사랑하고 꿈꾸던 때가 생각났다. 아마도 펜데믹 기간에 세상의 모든 감독들이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바벨론’이나 ‘파벨만스’같은 영화가 나온 모양이다. 칸에서 난니 모레티 감독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찬란한 내일로’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영화를 계속 찍다보면 환멸하는 순간이 있지만 자신에게 자학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이다. <거미집>은 나에게, 또 누군가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주는 영화이다. 김열을 통해서 모두에게 말이다.”
영화 '거미집'
Q. 그런데, 1970년대의 한국영화현장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가 있다면.
▶김지운 감독: “영화에 대해 생각하게된 것은 펜데믹이다. 되돌아보니까 1970년대는 영화 창작자에겐 암흑기였다. 검열이라는 문제만 보아도. 그 시대 선배들은 그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했을까.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였다. 극장을 찾는 횟수도, 제작되는 영화의 수도 최고였다고 70년대에 격감했다.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산업도 비슷한 것 같다. 그 시절 우리 선배 감독들은 어떻게 그 난국을 헤쳐 나갔는지, 어떻게 고민했는지 생각하며 <거미집>을 만들었다. 결국 모든 시행착오 끝에, 좌충우돌하면서 영화를 만든다. 이 시사점이 있을 것 같았다.”
Q. <거미집>은 ‘영화 속 영화’ 형식을 띈다.
▶김지운 감독: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영화 속에 나오는 그 영화 ‘거미집’을 만들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영화가 분절적으로 조금씩 나온다. 그 영화가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 시절의 모습을 빌드업했다. 현재의 영화도, 영화 속 영화도 기대하게 만든다. 원래 영화는 헌신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상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걸 고치려다 위기가 오고,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Q. 당대 최고의 여배우 역할을 임수정이 연기한다.
▶김지운 감독: “김열은 자신이 찍은 영화 후반부를 고치려고 한다. 김열 감독(송강호)은 틀에 박힌, 헌신적인 여성상에서 욕망에 들끓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려고 한다. 그것을 잘 받쳐줄 베테랑 여배우가 필요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에 나오는 하라 세츠코(原節子) 같은 전형적인 모습의 여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임수정 배우가 잘 표현했다. 기존에 보여주지 않은 표정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 <장화,홍련> 만든 게 20주년이었다. 그 영화 만들 때는 신인배우였지만 지금은 베테랑 배우가 된 그런 여배우가 적절했다. 캐스팅이 절묘하였다고 생각한다.”
영화 '거미집'
Q. 영화에서 김열 감독은 ‘플랑 세캉스’를 강조한다. 자신의 엔딩 장면을 그렇게 찍어야한다고. 김지운 감독의 도전은 어떤 것이었나.
▶김지운 감독: “이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고 싶었다. 할리우드에는 앙상블 코미디가 많다. <돈 룩 업>이나 <아메리칸 허슬> 같이 베테랑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적시에 나와서 앙상블을 보여준다. 한국영화에서도 그런 모습을 고급스럽게, 품격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플랑 세캉스’는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의 메가핀 같은 것이다. 텐션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장치이다. 김열 감독은 자신이 평생 2류 감독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그것을 탈피하고 싶었다. 예술 영화기법을 한 번 보여주고 싶은,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의도는 영화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김열은 모든 사람이 다 (자기의 창작행위에) 방해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왜 나만 애쓰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장면을 성취하기 위해 초긴장하고, 초몰입하는 것이다. 한 신을 위해 메가톤급 에너지를 쏟아 붓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Q. 극중에서 김열 감독은 평론가에 대한 적개심을 소심하게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예전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에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김지운 감독: “그 영화에는 ‘자네는 자네 마누라한테도 별을 주고 그러나...(이하 생략)’라는 대사가 있다. 분명 평론가에 대한 복수이다. <거미집>을 만들면서 평론의 힘, 리뷰의 힘, 기사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그 시대를 회복하고 싶었다. 기운들이 넘쳐나니까 서로 싸우면서 같이 상승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영화의 침체기에, 위기를 극복하려면 영화에 대해 적극지지하고 응원해주거나, 관객들이 모르고 있는 지점을 선도해 줄 수 있는 리뷰, 평론, 글의 힘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열은 특수한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지만, 나는 약간 비틀어서, 김열 감독을 통해서 한 것이다.”
Q. 송강호 배우와는 다섯 번째 작품을 같이 했다.
▶김지운 감독: “<조용한 가족>때 생각도 많이 난다. 송강호 배우를 이야기하자면 이런 짤이 유행했었다. 송강호 배우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다른 얼굴을, 봉준호 감독은 찌질한 모습을, 김지운은 자기가 재밌을려고 캐스팅한다’고. 반은 맞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안 웃는데 자기만 웃는 지점이 있다. 그런 지점을 어떤 배우가 할 수 있을까? 송강호는 해낸다. 여태 안 해본 웃음을 해내고는 자기도 즐거워한다. 송강호 배우와 나는 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조용한 가족> 때부터 새로운 웃음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송강호 배우는 무슨 역할을 해도 인간적인 느낌이 난다. 건달을 해도, 밀정을 해도, <놈놈놈>의 좀도둑을 해도 그런 강력한 힘이 있다. 송강호가 가진 독보적인 힘은 인간적인 얼굴, 낯설지 않은 친숙한 얼굴을 하다가 순식간에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표현력, 장악력이다. 그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차가운 연기를 하면 얼어붙게 만든다. 그런데 그걸 또 순간적으로 풀어낸다. 기가 막히게 잘 하는 배우이다. 쥐락펴락, 능수능란하게 양 극단을 표현해낸다. 물론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다. 최민식, 이병헌, 설경구, 전도연, 문소리 등 많다. 송강호 배우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양극단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장악력!“
영화 '거미집'
Q. 정수정 배우에 대해서.
▶김지운 감독: ”정수정 배우 연기를 보고 나도 놀랐다. 흑백영화 장면에서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클래식에 어울리는 세련되면서도 시크한 면이 있다. 고전적인 연기를 펼치는 세련된 배우이다. 의외였다. 배우의 역량이다.“
Q. 정우성을 깜짝 등장한다.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김지운 감독: ”<밀정>에서 이병헌 배우가 카미오로 출연하여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 영화 <놈놈놈>은 영화에 대한 저의 로망이 많이 반영된 작품이다. 영화 찍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 ‘거미집’의 김열 감독 말처럼 ‘내가 재능이 부족한 것인가’ 자책하기도 했다. 내가 왜 서부극을 한다고 했을까. <인랑>에서 김무열이 지하수로에서 거대한 벽을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내 마음이었다. <놈놈놈>에 출연한 세 배우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이병헌이 <밀정>에, 정우성이 <거미집>에 나온다. 나만의 <놈놈놈> 유니버스를 만들었다.“
Q. 정우성이 등장하는 장면은 아주 중요한 신 같다. 감독의 심정이 담겼을 것 같다.
▶김지운 감독: ”그 장면은 영화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이다. 그 장면과 세트 뒤에서 김열이 강호세(오정세)를 만나 내면의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그건 감독 김지운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들 방해만 한다’, ‘재능이 없다’고. 자기멸시와 의심을 하루에도 수십 번 한다. 감독들은 현장에서 그런다. 박찬욱 감독도 ‘한 번은 쓰레기, 한 번은 천재’라고 느낀다고.“
”세트 뒤에서 호세를 만난 것은 심리적으로 가장 몰려 있을 때, 쫓겨났을 때의 상태를 보여주려고 했다. 세트는 스테인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다. 엔터 산업이란 것은 앞과 뒤가 다르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앙상하다. 그런 모습을 통해 영화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감독이 심정적으로 가장 내몰렸을 때의 모습이다.“
Q. 그런 극한의 내몰림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김지운 감독: ”끊임없이 고민한다. <거미집>을 만든 것도 나를 격려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힘을 내라고 한 것인지 모르겠다. 잘 극복했는지는 모르겠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리플레시 하려고 한다. 일상에서는 밖으로 나가 쇼윈도를 보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된 것을 본다. 자꾸 새로운 것을 찾는다. 영화든, 소설이든, 조형물이든. 일부러 그런 것을 찾아 백화점을 가고, 번화가를 걷는다. 지금 뭐가 유행인지 찾기도 한다. 내가 정체되지 않으려고, 예민해지려고 노력한다.“
Q. 김열 감독은 금고에서 뭔가를 꺼낸다. 김지운 감독이 미치도록 탐이 나는 다른 사람의 재능이 있다면?
▶김지운 감독: ”그런 영화는 많다. 한국의 대표적 영화는 다 질투가 난다. <올드보이>도 그렇고. 탐나는 작품들이 있지만 나는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기에 다른 감독보다는 덜할 것이다. <괴물>,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이런 것도 질투가 난다. <살인의 추억>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적 야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려고 작업을 해온 것 같다. 성공했던 영화를 또 만드는 것은 나에게 의미가 없기에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든 게 나를 리플래쉬 하고, 에너지를 잃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서태지도, 데이빗 보위도 그런 말을 했다. ‘안주하는 것은 예술가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이 좋다. 체게바라도 쿠바 혁명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밀림에 들어가서 최후를 맞았다. 이데올로기 문제를 떠나, 장인의 모습, 꾼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다른 것을 했을 때 나에게 에너지가 되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내가 나이 먹는 것은 상관없지만, 내 영화는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지운 감독
Q.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
▶김지운 감독: ”미국에 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너무 편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서 나에게 어려운 말을 안 하고, 내가 하는 것이 맞다고만 리액션하는 게 불안했다. 이런 게 너무 편해지는 순간에 미국으로 간 것이다. 밑바닥에서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리프래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모험에서 영화 한 편 한 편이 성공하느냐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꿈과 사랑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장르를 하는 것이 텐션을 유지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Q. 마지막 송강호의 모습은 어떻게 보아야하나. 모호한 표정에 대해.
▶김지운 감독: “배우에게 두 가지를 다 요구했다. 다 표현되기를 원했다. 영화가 완성되어 반응이 좋다. 그러면 당사자는 성공했다고 좋아할까. 영화를 하면서 느꼈던 것이 일희일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김열 감독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축하하는 분위기지만 그에 이르기까지 좌충우돌하는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런 마음을 주문했다. 또 한편으로 아놀드 하우저(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학>에서 예술가와 창부의 공통점을 말한 게 있다. 둘 다 자기가 가진 고도의 테크닉을 총동원해서 황홀경을 만들고, 그러면서도 또한 가장 멀리 떨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극을 읽는 사람으로서 예술가의 초상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이 환호하고 열광할 때, 그 성과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냉담한 존재가 바로 예술가의 초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주문을 했고, 송강호의 오묘한 표정이 지속된다. 관객들이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이 영화가 성공했다는 것을 전달하면서. 또 하나는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정적인 미장센은 배우의 표정,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 묘비에 ‘배우의 표정을 가장 아름답게, 적절하게 담은 감독 여기 잠들다’고 써주었으면 한다. 저도 배우를 쫓아다니며 영화를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의 표정을 담으려고 영화를 하는 모양이다. 배우의 표정이 영화의 풍경이고, 아름답고 진실한 미장센이 되는 것 아닐까.”
**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창비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창부는 격정의 와중에서도 냉정하고, 언제나 자기가 도발시킨 쾌락의 초연한 관객이며, 남들이 황홀해서 도취에 빠질 때에도 그녀는 고독과 냉담을 느낀다. 요컨대 창부는 예술가의 쌍둥이인 것이다.” 김지운 감독은 이 구절에 매료된 모양이다 **
Q. 예전 충무로 영화, 구시대 한국영화를 말할 때 ‘강압적 제작자 – 불쌍한 영화감독’이라는 구도가 있었다. 혹시 영화판에 들어온 뒤 그런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지.
▶김지운 감독: “저는 비교적 운이 좋게 좋은 파트너 만나서 괜찮았다. 초반에는 명필름이라는 너무나 훌륭한 제작자를 만나서 나름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그리고 봄영화사의 오정완 대표를 만나 <반칙왕> <달콤한 인생>, <장화홍련>까지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최재원 대표와 <놈놈놈>부터 <밀정>, <거미집>까지 만들 수 있었다. 감독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감독의 요구를 적절하게 콘트롤하면서도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게 하는 제작가를 만났다. 물론,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은 김열 감독이 느꼈던 것만큼은 저도 느꼈을 것이다.”
Q. 한국영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김지운 감독: “한국영화는 2000년 전후로 다양성과 역동성이 넘치면서 여러 장르를 잘 만들어내었다. 지금도 그런 다양성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기획을 좀 더 관대하게 하여야할 것 같다. 펜데믹 이후 더 보수적이 된 것 같다. 모험과 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거미집>도 새로운 시도였다. 개성이 뚜렷한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예전엔 재능 있는 감독만이 아니라 모험적인 제작자가 있었다. 같이 가야한다. 나와 같이한 그런 좋은 파트너로서의 제작자가 필요한 것 같다. 예전엔 감독들을 발굴하고, 이런 감독들의 영화적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모험적인 제작가가 같이 갔었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보호해줄 수 있는 그런 제작자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Q. 영화의 대중성, 오락성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김지운 감독: “이 영화가 너무 자기들만의 리그 이야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는 모든 매체, 모든 드라마, 모든 이야기는 특수한 상황에서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해야한다고 본다. 어떤 대상이든 그걸 보려면, 소설을 읽는 사람이든, 영화를 보는 사람이든 특수한 상황에서 보편적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가족>은 훨씬 비대중적이고 비상업적인 작품이었다. 대중적인 영화가 갖춰야하는 것을 모두 배신한 작품이다. 당시에는 ‘원 톱’, ‘투 톱’ 같은 주인공이 있어야하는데 스타플레이어가 없었다. 그리고 가족이 주인공이다. 호러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닌, 두 장르를 막 섞어놓았다. 상업영화가 가져야할 덕목이 아니었다. 리스크가 많았다. 게다가 열린 결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퇴행한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감독의 몫이지만 관객들도 무엇을 하려는지 최소한 고민해 보는 것이 문화를 수용하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새로운 ‘민초맛’의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 색다른 재미를 기대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것이다. 그게 대중성이 확장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운 감독
김열 감독만큼 고민 많은 김지운 감독인 것 같다.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김민재, 김동영, 정인기, 그리고 정우성이 등장하는게 비밀도 아닌 영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오늘(27일) 개봉한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