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가수’데뷔한 임시완은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어린 허염을 연기하며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어 영화 <변호인>의 대학생, tvN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역으로 ‘연기자’로서 호평을 받았다. 그후 드라마, 영화, OTT를 오가면 ‘연기돌’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추석 시즌에는 강제규 감독의 스포츠감동실화 <1947 보스톤>에서 실존인물 ‘서윤복’ 선수를 연기한다. 서윤복이 누구였는지 몰랐다면, 이번 영화가 확실하게 알려줄 것이다. 임시완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서윤복을 연기한다! 27일 개봉하는 <1947 보스톤>의 주인공 임시완을 만나 영화 이야기와 연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영화를 본 소감.
▶임시완: “제가 연기했지만 선수가 뛸 때 응원을 하게 되더라. 가슴이 울컥해지기도 했다. 마지막엔 레이스에서 1등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캐스팅 시점에서 보자면 4년, 크랭크인 한 지가 3년이 지났다. 3~4년 전 저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때 내가 한 연기를 보니까 뭔가 좀 낯간지러운 것도 있고 지금보다 더 부족함도 느껴진다. 저 신에선 좀 더 뭘 채워 넣을 수도 있었는데. 저 상황에선 웃기는 것도 좀 넣을 수 있었을 텐데. 제 눈엔 허점들이 보이더라. 그래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 보게 되니 온전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선수가 엎치락뒤치락할 때는 ‘저걸 제쳐야하는데...’하는 마음도 들었다.”
Q. 달리다가 넘어졌을 때 정말 다리를 후들후들 떨더라.
▶임시완: “그것은 저의 상상력도 가미된 부분이다. 이 작품을 위해 훈련을 열심히 했기에 달리다가 넘어진 것은 아니다. 열심히 뛰다가 중간에 컨디션 문제로 잠깐 멈췄을 때의 경험을 떠올려 그 때의 통증, 감각을 떠올리며 연기한 것이다. 정말로 내 상태가 그 정도였다면 연기를 못했을 것이다.”
Q. 외형적으로 잘 준비한 것 같다. 마음가짐은 어땠는지. 역사적 인물을 연기해야한다는 부담감 같은 것은 없었는지.
▶임시완: “대단한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책임감을 동반하는 작업이라 생각했다. 이 작품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서윤복 선수나 국가대표만큼은 안되더라도, 작품을 하는 동안은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의 마음으로 살자고 마음먹고 촬영에 임했다.”
Q. 마라톤 선수로 뛰는 장면이 많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임시완: “훈련하다가, 달리기 연습하다가 그런 순간 많았다. 그 날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무리할 때, 괜히 오버페이스 하게 될 때가 있다. 목표를 깨보겠다는 생각으로 오버페이스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뛰고 나서는 한동안 절뚝거렸다. 촬영할 때는 그런 일 없었다.”
Q. 훈련강도는 어땠는지.
▶임시완: “실제 국가대표의 훈련 강도를 모르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래도 배우보다는 선수에 가깝게 연습한 것 같다. 작품 선택하고 나서부터. 크랭크 들어갈 때까지 3개월 남겨두고 훈련을 시작했다. 촬영은 한 5개월 걸린 것 같다.”
Q. 서윤복이라는 실존인물을 역사적 관점에서 공부한 것이 있는지.
▶임시완: “이 영화를 하면서 역사적인 접근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명쾌한 목표가 있었다. 완주하려는 목표의식에 집중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대변하려고 했다. 서윤복 같은 분들이 모여서 지금의 우리가 되었을 것이다.”
Q. 하정우 배우는 영화 <국가대표>에서 먼저 ‘국가대표’를 경험했었다. 영화 찍으면서 어떤 이야기 나눴는지.
▶임시완: “영화보다는 포괄적인 부분이 더 많았다. 정우 형은 이것저것 아는 게 많다. 그런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촬영 끝내고 시간 보낼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연기를 할 때 하나에 집중하여 몰입하면 시야가 줄어든다. 그런 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정우형은 촬영 중간중간 긴장감을 낮추는 완급조절을 잘 하는 것 같다. 일단 촬영 들어가면 집중도가 높아진다. 배우고 싶더라.”
Q. 아이돌을 하다가 연기를 시작했는데, 연기의 매력이 있다면?
▶임시완: “글쎄요. 연기는 좋아서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연기를 할 때 오롯이 나만이 가진 있는 숙제를 푸는 것 같다. 어떤 감정과 과정들을 거쳐서 결과가 눈이 보이는 게 연기이다. 그 과정은 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내면의 영역인 것 같다. 그게 숭고하다고 생각된다. 연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그 내면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
Q. 그동안 대단한 선배들과 연기호흡을 맞췄다. 하정우, 송강호, 이성민.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임시완: ”뭔가 선배님만의 개그요소가 있는 것 같다.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유머요소가 있다. 저는 늘 진지하게, 진중하만 살아왔는데 선배들은 유쾌한 면이 있다. 항상 유머러스한 포인트가 있었다. 그게 선배에게 다가가게 만들어준다. 그런 게 큰 선배님들의 공통점이지 않을까.“
Q. 식단조절과 한동안 물을 안 마시는 방식 등 극한 트레이닝을 했다고 한다. 연기를 할 때 그렇게 자신을 내모는 편인가?
▶임시완: ”이번 작품에서 좀 더 그랬던 것 같다.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까지 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또 그런 식으로 급하게 몸을 만들어야하고 식단을 조절해야 한다면 출연을 결정하기에 앞서 심도 있는 고민을 할 것 같다.“
Q. 평소 어떤 식으로 연기 준비를 하는지.
▶임시완: ”몸을 만들 때의 고생을 아니까, 분배를 잘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생의 총량은 똑같으니까. 미리 해놓자는 것이다. 마라톤이 취미가 된 게 필연적인 것 같다. 또 복싱에도 빠졌다. 요즘 틈 날 때마다 복싱을 한다.“
Q. 보스톤(보스턴)마라톤 경주 장면은 호주에서 로케이션 촬영했다. 특별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지.
▶임시완: ”호주에 머무르는 3~4주 동안 거의 매일 뛰었다. 러너로서는 로망 같은 게 있다. 새로운 곳에 가면 뛰어보고 싶어진다. 멜버른 인근에 밸러렛, 질롱 같은 작은 마을이 있는데 그런 곳에서 뛰어보니 러너로서의 욕구가 해소되는 것 같았다. 촬영 때문에 뛰고, 개인적으로 뛰고 그랬다. 신기했던 것은 우리가 촬영할 때 그 작은 마을 지역신문사에서 사진을 찍었다. 지역뉴스에 1면으로 나왔었다. 한국영화를 촬영하는 게 뉴스가 되었다. 제가 뛰고 있는 모습이 사진이랑 대서특필된 게 재밌었다.“
Q. 요즘 콘텐츠는 글로벌하게 공개된다. 배우로서 해외진출의 꿈은 있는지.
▶임시완: ”그런 생각은 있다.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잠재적 관객, 시청자들은 이제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을 만족시키고 싶은 생각은 하고 있다.“
Q. 역사적 인물을 연기했다. 알고 있었는지.
▶임시완: ”손기정 선수는 굉장히 많이 접한 인물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내가 연기한 서윤복은 이번 작품 대본을 보고 알았다. 이렇게 의미 있고, 대단하신 분인데, 더 많이 알려야할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손기정 선수, 남승룡 선수, 서윤복 선수를 알게 되어 기쁘다. 더 많이 알고, 자랑스러워해 주셨으면 좋겠다.“
Q. 강제규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임시완: ”강제규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가슴 뭉클함이 느껴졌다. 시사회 끝나자마자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그랬다. <1947 보스톤> 만드는 과정에서 연기할 때 특별한 압박이나 요구사항이 크게 없었다. 영화를 찍을 때부터 연기라는 작업 자체가 감독님이 만들어놓은 공간, 놀이터에서 배우들이 뛰어놀고, 그것을 담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감독님이 만들어놓은 공간이 아주 크구나, 내가 어떻게 놀든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압박도, 유도도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감독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 생겼다.“
Q.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있다면.
▶임시완: ”내게 어떤 작품이,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니, 평소 어떤 것이라도 담을 수 있게 만들어놓자는 생각이다.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되든, 배우로서 백지화 시키는 게 주안점이다. 이게 들어오면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게 들어오면 저런 것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저의 목표이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도전을 해왔고. 그런 과정에서 차츰 임시완이라는 배우의 색깔, 방향성이 정해지는 것 같다. 그렇게 임시완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고 한다.“
하정우, 임시완, 배성우, 김상호, 박은빈(특별출연) 등이 출연하는 강제규 감독의 영화 <1947 보스톤>은 9월 27일 개봉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