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에서 개최한 ‘정지영 감독 40주년 회고전’이 지난 9월 6일부터 시작하여 9월 14일까지 진행되어 막을 내렸다.
지난 9월 6일부터 14일까지 9일간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정지영 감독 40주년 회고전]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번 회고전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깊이 통찰한 90년대 전성기 작품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와 2010년대 기득권의 부조리함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중적인 흥행까지 이끈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1985>(2012), <블랙머니>(2019)까지 대표작 6편을 스크린을 통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한국 사회파 영화계의 거장이자 현재진행형 감독 정지영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며, 정지영 감독의 영화 인생 40년의 계보를 짚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6일 열린 개막식 행사에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을 비롯하여 한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역사 이장호, 배창호 감독은 물론 이명세, 이창동, 임순례, 박광수, 권칠인, 장선우, 이준익, 방은진 감독 등 영화계의 어제와 오늘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하는 자리가 되었다. 한국 영화계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앞장서 변화를 불러온 정지영 감독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묻어나왔으며, 한국 영화계가 앞으로 나아갈 뜨거운 힘을 모으며 [정지영 감독 40주년 회고전]의 시작을 알렸다.
당대를 함께했던 중년 관객층뿐만 아니라, 20대, 30대의 많은 젊은 관객들이 이번 회고전을 찾아와 ‘카메라를 통해 시대를, 세상을 비춘 감독 정지영’의 작품세계에 빠져드는 시간을 가졌다. 정지영 감독 40주년 회고전을 찾아준 관객들은 ‘사회를 제대로 된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영화를 통해 보고 있어 더욱 부릅뜨고 보았다.’라며 감상을 남겨주었다. 오동진 평론가가 “이제 한국의 사회와 역사가 거꾸로 정지영을 기록해야 할 때”라고 말했듯, 정지영 감독의 계보를 짚는 것은 한국 현대 역사의 초상을 되돌아보게 해주어 관객들에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현재 진행형 감독’으로 다가와 깊은 감동을 주었다.
게다가, <남부군>의 제작 일지, <하얀전쟁>의 콘티,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대본집 등 정지영 감독의 영화를 위한 고민과 손길이 담긴 소장품부터 상영작 포스터 및 신문 스크랩이나 스틸북 등 이번 회고전에서만 볼 수 있는 정지영 감독의 소장품 전시회까지 진행해 더욱 풍성한 기획전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소장품 전시와 함께 자신이 생각하는 ‘정지영 감독은 _____다.’ 한마디를 적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는데, 이창동 감독, 예지원 배우, 임순례 감독 등 영화계 유명 인사부터 관객들까지 자유롭게 지금 이 시대의 정지영 감독의 의미를 나누어 주었다.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 중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행사는 릴레이 GV 행사다. 회고전에 진행된 5개의 GV 행사에 정지영 감독이 참여할 뿐만 아니라 조진웅, 박원상 배우부터 당대를 함께한 정성일, 오동진 영화 평론가 등 영화계의 유명 인사들이 정지영 감독의 40주년을 위해 게스트로 참여하며 정지영 감독과 함께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릴레이 GV 행사는 정지영 감독의 영화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먼저, 9/8(금) 주성철 영화 평론가의 진행으로 정지영 감독과 박원상 배우가 이야기를 나눈 <남영동1985> GV로 포문을 열었다. 정지영 감독은 <남영동1985> 새로운 세대들에게 이 영화가 보여 진다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으며, 과거의 일을 영화로 재현하여 관객들에게 남영동 대공분실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에, 박원상 배우는 “<남영동1985>는 기록되어야 되는 영화이고, 시간이 흘러도 누군가는 만나야 되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이며 2023년에 다가온 <남영동1985>의 의미를 되새겼다.
9월 10일 오동진 평론가와 함께한 <하얀 전쟁>GV에서는 ‘정지영 감독에게 영화로 사회를 말하는 것의 의미’를 묻자 정지영 감독은 “환경이 변하면서, 정치적 상황도 변한다. 당대의 윤리들이 지금은 어떠한지,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가 살고 있는지 질문해 보고 싶다.”라 답하여 깊은 여운을 전하였다.
9월 12일에는 조진웅 배우, 정지영 감독 그리고 이화정 영화 저널리스트가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블랙머니> GV가 진행되었다. <블랙머니>를 경유하며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장르적으로 풀어내는 정지영 감독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정지영 감독은 언제나 영화를 통해 많은 대중들과 만나고 싶다며, “대중들이 피할 수 있는 사회적인 주제를 대중들과 만나게 하기 위해서 끝도 없이 고민을 한다. 한국에서 어렵게 영화를 만드는 감독 중 하나일 거다.” 라 전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편, 조진웅 배우는 <블랙머니>의 양민혁 캐릭터는 ‘너무나 올곧게 서 있는 인물’이라고 말하며, ‘감독님이 만들어 준 캐릭터는 가장 노선이 확실하였기에 연기하는데 거침이 없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지영 감독 40주년 회고전의 피날레는 정성일 영화 평론가와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 상영 후 대담 토크가 장식했다.
정성일 평론가는 40주년 회고전인 만큼 정지영 감독의 데뷔작부터 가장 최근작까지 장르적인 분석을 통해 정지영 감독의 영화 인생 40년의 계보를 짚어보고, 그 계보 안에서 첫 번째 사회적인 영화였던 <남부군>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GV의 마지막에 이르러 정성일 평론가는 “개인적으로, 경험적으로 정지영 감독님에게 영화란 무엇이었습니까?”라고 정지영 감독에게 물었다. 이에 정지영 감독은 “영화는 내가 가진 허구를 극복하는 힘 같다.” 고 답하며 “저는 니힐리스트인데, 영화 속에서는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서 무엇인가 해보려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정성일 평론가는 ‘정지영 감독의 대답이 영화감독을 꿈꾸는 관객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며 깊은 여운을 전했다.
[사진=아트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