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밤 10시, KBS 2TV에서 방송되고 있는 ‘KBS 드라마스페셜’은 KBS의 자랑거리이다. 한 시간 남짓의 단막극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충무로 신인감독의 패기 넘치는 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기성 연출자의 연출작도 있지만 드라마스페셜의 진짜 재미는 신인연출자의 작품을 만나는 것이다.)
송민엽 피디는 올 시즌에 두 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참치와 돌고래>와 <이토록 오랜 이별>이다. 윤박, 박규영, 정건주가 나온 <참치와 돌고래>는 동네수영장에서 펼쳐지는 수영강사와 수강생의 연애의 시발을 담고 있고, 임주환과 장희진이 출연한 <이토록 오랜 이별>은 5년 동안 신작을 내지 못한 작가와 그를 지켜보는 연인의 정해진 수순을 담고 있다. 연애의 '시작'과 '끝'을 각각 담은 두 작품을 연출한 송민엽 피디를 만나 작품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참치와 돌고래와 송피디
송 피디는 “두 작품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참치와 돌고래’가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이토록 오랜 이별’은 너무 현실적이라 대면하기 힘든 연애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 마치 다른 사람이 연출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참치와 돌고래’는 지난 4월 준비를 시작해 6월에 촬영을 끝냈고, ‘이토록 오랜 이별’은 8월에 시작해 9월 작품을 완성했다. “두 편을 연이어 해야해서 촬영에 일찍 들어갔다. 특히 '참히와 돌고래'는 수영장이 배경이라 미리 끝내야했다.”고 연출 과정을 소개했다. 먼저 <참치와 돌고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만화를 좋아한다. ‘참치와 돌고래’는 연재할 때부터 재밌게 봤던 작품이다. 단막극을 준비하며 작가에게 연락을 드렸고, 드라마로 만들게 되었다.”
올해, TV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웹툰 원작의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 올해 정말 많이 나온 것 같다.”며 “웹툰의 장점은 캐릭터와 세계관이 잘 짜여 있기에 쉽게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같은 이유로 웹툰 원작의 세계관을 얼마나 유지하며 만들 것인가가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완전히 재구성할 것인지, 그대로 따라갈 것인지. 웹툰 팬과 갈등이 있는 경우도 있잖은가.”
드라마스페셜은 제작비가 ‘영세’하기로 유명하다. 판권비는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뭐, 굉장히 싼 가격에. 처음부터 이것밖에 못 드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캐스팅은 어땠나? “사실 어려움이 많았다. 요즘 드라마도 너무 많고, 새 작품에 금방금방 들어가니. 다행히 윤박씨는 초반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어려움이 있었다면 수영장이 무대이다 보니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송 피디는 배역마다 열 명 이상의 신인을 염두에 두었었다고) “박규영은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건주 씨는 경력은 별로 없지만 신체조건을 유심히 봤다. 수영을 잘 해서 캐스팅한 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캐스팅이었다. 너무 잘 해주셔서.”
수영장 장면은 경기도 과천의 수영장에서 주로 찍었다고. “수영 연습을 많이 했다. 한 달 정도. 국가대표 수영선수로부터 강습을 받았다. 일정 맞추기가 어려웠지만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원작은 길고, 단막극은 짧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등장인물을 각각 설명하는데 60분 안에 끝내야 한다. 이게 2부작, 4부작이었으면 더 잘 풀어갈 수 있었을 것 같다.”면서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잖은가. 어떻게 사랑이 시작되고, 어떤 사람이 나한테 잘 맞는지. 그런 것이 마지막에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압축적으로!”
이 작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차세대방송용 콘텐츠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UHD로 찍었다. “요즘 드라마 촬영장에서 사용되는 카메라는 영화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다. 렌즈도 길어지고, 무거워졌다. 그만큼 화면 톤이 아주 좋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수중촬영 장면에 대해 물어보니 “노하우가 많은 박상훈 촬영감독과 함께 3~4일 매달렸다.”란다.
여기서 잠깐. 2012년 KBS에 입사한 송민엽 피디(39기)는 왜 피디가 되었을까. “드라마하고 싶었던 이유는 군대갔다오고 힘들었던 시기에 드라마를 보면서 위로받았던 것 같다. 그 때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보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삶의 활력소를 찾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박찬홍 감독의 <부활>을 이야기한다) “만들 때 쉽고, 보기에 편한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주제의식, 작품성보다는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너무 부담되지 않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박한 연출 입봉 소감을 덧붙였다.
이토록 오랜 이별과 드라마스페셜
<이토록 오랜 이별>은 5년 동안 신작을 못 내고 있는 소설가(임주환)와 그를 담당하는 출판사 직원(장희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일로 엮여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거 중인 연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곧 헤어질 것이다.
송 피디는 “오래된 연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연애를 오래하다 보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연애는 연애, 개인생활은 개인생활’이라지만 오래된 커플이라면 두 사람이 함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야하는 기로에 설 때가 있을 것이다. 작품은 두 사람의 갈등이 터지고, 우울해진다. 현실적인 결말이다.”고 말한다.
데뷔작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남자 주인공을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작가라는 직업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배상희라는 캐릭터를 좀 더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직업군으로 작가를 설정한 것이다. 글이 아니라, 음악, 회사원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캐스팅은 처음 생각대로 되었다. 다들 흔쾌히 출연에 응해 주었다.”며 “임주환은 약간 예민하면서도 불안한, 못난 남자의 심리를 잘 표현해 주었다. 장희진 배우는 나보다 더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남자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거나, 내조, 혹은 뒷받침하는 인물이면서도 그 와중에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 등이 혼재되어 있는데 연출자보다 더 잘 이해하시고 연기를 해 주셨다”면서, “두 분 다 신인급은 아니잖은가. 오래된 연인, 기로에 선 남자와 여자의 심리를 잘 표현해 주신 것 같다. 연륜인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KBS드라마의 미래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보았다. “갈수록 과열되는 것 같고, 만드는 게 어려워진다. 자본의 차이도 커지고 말이다.”고 말하더니 ‘단막극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요즘 JTBC, tvN뿐만 아니라 다른 지상파에서도 단막극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수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사의 드라마 제작시스템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올 시즌 ‘참치와 돌고래’와 ‘이토록 오랜 이별’을 연출한 송민엽 피디는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에 대해 “코미디는 정말 어렵다.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장르, 다양한 톤을 만들고 싶더라. 그리고 잘 몰랐던 부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한 것도 많다.“면서 마지막으로 “한 시간 안에 드라마를 완결하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인다.
금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KBS 드라마스페셜2018’ 시즌은 <엄마의 세 번째 결혼>(11/2), <너와 나의 유효기간>(11/9), <닿을 듯 말 듯>(11/16) 등 세 편을 남겨두고 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