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선균 배우를 극장에서 많이 만나볼 것 같다. 지난 봄 [킬링 로맨스]에서는 괴상한 인물 조나단을 연기했고, 6일 신작 [잠]이 개봉된다. 이어 [탈출: PROJECT SILENCE]와 개봉이 한참 밀리고 있는 [행복의 나라]도 있다. [잠]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영화에서 이선균과 정유미는 부부로 출연한다. 신혼의 행복은 밤이면 깨진다. 이선균은 ‘몽유병’,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자면서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모른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이 부부는 위기를 맞게 된다. 남편 ‘현수’를 연기한 이선균 배우에게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위기의 부부를 연기한 정유미 배우와의 연기호흡에 대해서.
▶이선균: “(정)유미는 일단 저랑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호흡을 많이 맞춰봤다. 홍 감독님 영화가 ‘원 신 원 테이크’인데 서로 주고받는 감정을 연기로 잘 메꿔야한다. 둘의 호흡이 잘 맞아서 일상적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게 편하게 보인 모양이다. 그때 느낀 것이지만 처음 볼 때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연약해보이지만 어떤 배우보다도 과감하게 연기하는 걸 알고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연기하자고 했는데 이번에 부부로 호흡을 맞추게 되어 좋았다.”
Q. [킬링 로맨스] 같은 괴상한 코미디 다음에 정색한 드라마이다.
▶이선균: “‘킬링 로맨스’ 촬영을 먼저 들어간 것이다. 봉준호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었다. 봉 감독님 영향이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칭찬한 부분이 있어 기대감과 궁금증 있었다. 그 후에 대본을 봤는데 깔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였다. 군더더기 없는 장르영화 같았다. 캐릭터 욕심이 생긴 대본이었다.”
Q. 봉준호감독이 유재선 감독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던가.
▶이선균: “농반진반으로 ‘유 감독은 천재다’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만나서 이야기할 때 칭찬도 많이 하셨다. (정)유미한테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지금 이런 질문을 받는 것도 신인감독인 유 감독에게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이 영화는 투자도 힘들었다. 데뷔하는 감독에 힘이 되어줄 것이다. 힘든 시기에 아이템이 시의적절했던 것 같다.”
Q. 마지막 장면은 일반적으로 ‘관객의 해석에 따른다’고 하기엔 너무 열린 구조이다.
▶이선균: “음, 에필로그가 하나 더 있었는데 삭제되었다. 감독은 이렇게 열린 결말로 놔둔 것 같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과) 다른 결로 연기한 것도 있는데 최종편집은 감독님이 결정한 것이다. 저는 다른 버전을 연기한 것 도 있다. 암시하는 장면이 있어서 그렇게 연기한 것도 있다.”
Q. 극중에서 연극배우이다. 그래서 더욱 라스트 신이 ‘필사의 연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선균: “저는 약간 그런 식으로 연기를 했다. 물론 감독은 그것 때문에 직업군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찍었고 마지막 장에 그렇게 보인 것이다”
Q. 이선균 배우는 실제 유명배우인데 극중에서는 무명배우 역할을 한다. 그런 데서 오는 괴리감이 있는지. 부부사이에서 경제력이 아내보다 낮은 셈인데, 그런 모습을 연기하면서 신경 쓴 게 있는지.
▶이선균: “그 장면 연기하면서 공감이 많이 갔다. 저의 경험도 있어서 더 부끄럽고, 더 숨고 싶게 연기한 것도 있다. 제가 하는 게 별로 없는데 연기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둘이 편하게 대본에 나온 것보다 더 한 것 같다. 경제력 부분도 생각해 본적 없다. 이건 유재선 감독이 당시 결혼 준비할 때 작업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결혼준비하고 있는 유 감독과 현수의 결이 비슷한 걸 요구한 것 같다. 감독님은 훨씬 다정다감하고, 차근차근하고, 조곤한 면이 있다. 그런 결을 원하시고 표현을 더 했던 것 같다. 그런 관계에서 나오는 부딪침이 효율적으로 보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신혼부부 연기라고 하는데 ‘신혼부부’라는 워딩이 마음에 걸렸다. 내 나이가 말이다. 유미랑 같이 하면 편했다. 진짜처럼 나올 것 같았다.”
Q. 냉장고 신은 어땠나.
▶이선균: “대본 보면서 이 부분을 잘 하고 싶었다. 극중에서 내 역할은 그냥 자고 있거나, 별로 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그 장면만 잘 표현하면 되겠다 싶었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욕심이 생겼다. 그런 장면이 내게 주어진 것이 좋았다. 좀 더 기괴하게 보여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적절하게 보여준 것 같다. 음식 먹을 때는 걱정한 것보다는 수월하게 해낸 것 같다. 계란 먹을 때는 소리 때문에 약간의 쾌감이 있었다. ‘아스작’하는 소리. 생선은 전어를 준비해 주었기에 문제없이 먹었다.”
Q. 실제 본인의 수면 스타일은?
▶이선균: “저는 잘 잔다. 자면 한 6시간 잔다.” (코는 안 고는지?) “나 때문에 못 잔다고 하지만, 전 나 자신이 잘 잔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Q. 감독님이 명확하게 그리는 그림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선균: “유미의 변화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있었다. 내가 맡은 남편은 대게 무딘 역할이다. 그것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었다. 공포스러운 것 같은데 잘 잔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연기해야할지. 그 사람의 캐릭터 봐야할지, 와이프가 과도하게 예민해지는 것을 받쳐주는 가벼운 장식처럼 전달해야 할지에 대해. 그런 것 때문에 ‘나도 힘들어’라는 말이 애드립처럼 나온 것 같다. 챕터마다 입체적인 표현을 하려고 한 것 같다.”
Q. 코믹한 느낌도 있다. 그런 장면에서의 완급조절은 어떻게 했는지.
▶이선균: “‘둘이 함께라면..’하는 현판을 걸어놓은 것 자체가 코미디 같기도 하고, 멜로 드라마 같기도 하다. 이것 자체가 주는 코믹함이 있다. 병원에의 윤경호나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국희 배우가 연기를 잘해 주어 재밌게 나온 것 같다.”
Q. 그래서 두 사람은 고난을 이겨내고, 상황은 봉합된 것인가?
▶이선균: ”극복하려고 애쓰는 자체가 사랑이야기이고 코미디인 것 같다.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와이프는 처가로 보내고 내가 병원에 입원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현판을 걸고 하는 게 이뻐 보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포인트이다.“
Q. 반려견 장면은 놀랍다.
▶이선균: ”이건 스포이다. 칸에 같이 갔던 큰 애가 화를 내더라. 공포영화 처음이라서 보다가 짜증나 미칠 뻔했다고 하더라.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이) 실제라면 이혼사유가 될 것 같다. 큰 질병이다. 격리해야죠. 그 정도 수준이면.“
Q. 후반부에 등장하는 부적이 가득한 집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이선균: ”처음에는 저도 놀랐다. 다 한 곳(세트)에서 찍은 것이다. 하루 만에 그곳이 그렇게 바뀐 것이다. 그로테스크하다. 속으론 ‘수진이 이걸 다 붙였다고?’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수진이 그렇게 해놓고선 PPT를 한다. 연기하면서 수진이 말에 설득이 되는 거였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하는 것 같았다. 그 장면 에너지 소비도 많았고, 여하튼 색다른 경험이었다.“
Q. 유재선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입봉작이다.
▶이선균: ”제가 대선배라고 이야기하기는 뭐하지만 현장에서 감독이 제일 젊었고, 제가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감독에게는 그런 말을 했었다. 감독님 신경 쓰지 마시고, 원하는 만큼 하라고. 나중에 편집할 때 후회 없이, 테이크 많이 가시고, 콘티에 없는 것도 더 찍으라고 이야기한 것 같다.“
Q.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 번 칸에 간 소감은.
▶이선균: ”<기생충>을 처음 칸에 가서는 너무나 큰 반응을 얻었었다. 이번에 참여한 섹션은 ‘비평가주간 섹션’이다. 신인감독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상을 받는 섹션이 아니니 일단은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감독에게는 응원이 된다. 오전에 뤼미에르보다 작은 극장에서 상영되었는데 많은 분들이 기립해 수셨고, 진심으로 좋아해 주셨다. 좋은 기운으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축하의 응원을 받은 느낌이다. (칸의 단골배우가 된 느낌?) ”<기생충> 때 가고 이번에 두 작품으로 가게 되었으니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 단골배우 되고 싶다.“
Q. 칸에서 왜 이 영화를 불러줬을까?
▶이선균: ”일상적인 이야기인데 복합적인 요소가 들어간 것이 주목받은 모양이다. 한국의 무속신앙도 있으니. 외국인이 보기엔 더 새롭게 다가온 것 같다.“
Q. 이야기의 흐름으로 보면 <곡성>의 신혼부부 버전 같다는 평도 있다.
▶이선균: ”처음 대본 봤을 때랑 다른 것이 있다. 대본의 에필로그가 좋았다. 그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연기할지 준비한 게 있었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이렇게 열린 결론을 선택하셨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관객도 있을 것이다. 감독님은 이런 걸 의도하고 편집한 것 같다.“ (에필로그가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어쨌든 그런 게 삭제되고, 열린 결말로 끝나게 된다.“
Q. 봉준호 감독이 유재선 감독을 천재라고 했는데 배우가 보기엔?
▶이선균: ”무엇보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 궁금해진다. 어떤 장르를 할지. 직접 시나리오를 쓴 것이니 두 번째도 궁금해진다.“ (감독님 말하는 것이 독특하다) ”그렇다. 제가 농담으로 그런 말도 했다. 감독님은 어릴 때 초등학교 때 영국에 갔었다. 그래서 내가 ‘맨체스터에서 예절교육 열심히 받아 오셨군요나’라고 농담했다. 화법도 독특하고 귀엽다.“
Q. 집에서만 벌어지는 공간적 제약이 있다. 정유미 배우와 둘이서 끌고 가기엔 어렵지 않았는지.
▶이선균: ”그래서 시의적절하다고 말한 것이다. 촬영할 당시 로케이션과 헌팅이 어려웠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세트촬영이 많은 만큼 몰입해서 찍는 장점이 있었다.“
Q. 정유미 배우와 연기하면서 애드립이나 자연스럽게 나온 부분이 있는지.
▶이선균: ”대본에도 없는데 따귀를 때린 적이 있다. 마지막에 날 묶어놓고 겁박할 때. 자기도 모르게 나에게 따귀를 때린 것이다. 사실 그 때 좀 웃겼다.“
Q. 그 장면에서 정유미가 보여주는 초췌하면서도 광기어린 모습이 낯설었을 것 같다.
▶이선균: ”배우로서 그게 너무 좋았다. 홍상수 감독 영화를 세 편 해서 호흡을 많이 맞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다. 테이크가는 회차가 많은 것도 아니고. 둘이 ‘원 신 원 테이크’로 길게 호흡하는 장면이 많다보니 둘이 호흡 맞추는 게 훈련이 많이 된 모양이다. 둘 사이에 뭐든 주고받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좋았다. 유미씨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살이 많이 빠져있더라. 수진이 예민해져 가는 것에 외형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다. 점점 변해가는 눈빛이 영화적으로 너무 좋았다. 그런 게 고마웠다.“
Q. 유재선 감독은 효율적으로 영화를 찍었다는데, 봉준호 감독과 비교하자면.
▶이선균: ”봉감독도 콘티대로 찍는 스타일이다. 그런 것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감독들이 확신이 없고 불안하면 많이 찍는다. 그래서 편집할 때 고생한다. 러닝타임 3시간 반 정도 되게. 그리곤 반을 들어내야 하는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유재선 감독은 신인 감독인데 그런 걸 잘한 것 같다.“
Q.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타겟>이랑 개봉 시기가 1주차이다. <잠>의 차별점을 말한다면?
▶이선균: ”<타겟>을 안 봤지만, <잠>의 장점을 말하자면 일단 ‘칸 마케팅’일 것이다. 그리고 신인감독의 등장에 주목해야할 것 같고. 정유미와 이선균의 케미가 대단하다는 정도? <잠>은 장르적으로 잘 꾸민 것 같다. 과하게 표현하거나 자극적이거나, 잔인한 장면 없이 장르의 특징에 잘 스며들게 한 작품이다. 정유미의 연기가 시시각각 변해가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하다. 극적인 재미가 있다.“ (이선균의 연기는?) ”나는 냉장고 신 하나 건진 것 같다.“
Q. 올해 [킬링 로맨스]에 이어 [잠]이 개봉된다. 이런 독특한 작품을 선호하는지.
▶이선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래도 작품을 선택할 때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전작으로 뭘 했느냐도 중요한 것 같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결정한 것도 있고. 같이 하고 싶은 감독이 제안을 준 것도 있고. 장르적으로 안 해 본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이따. 이번 작품은 솔직히 장르적 독특함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약간 부담이 되긴 한다.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다행인 것은 장르적으로, 캐릭터적으로 다양한 작품이 선보이게 되었고, 차별성을 보여드리게 되어 안심이 되기도 한다. 촬영에 들어갈 <노 웨이 아웃>도 시기적으로, 대본도 재밌게 나왔다. 같이 하고 싶은 배우들이 나와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Q. 예능프로그램(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에도 나와서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다. TV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있는지.
▶이선균: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함께 가게 되어 너무 좋았다. 친해지는 계기도 되었고. 내가 본 것만 기억하는데 그 프로그램을 통해 못 봤던 부분도 보게 되었다. 추억 같은 선물을 만들어준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거부감을 있다. 여행예능은 그냥 하겠는데... 예전에 예능 나가면 장기자랑 같은 걸 해야 했다. 그런 예능에 대한 불편함이 솔직히 있었다. 지금 예능은 많이 변했다. 편하게, 촬영 신경 안 쓰게. 진짜 어느 순간 여행이 되니까. 요즘은 여행이 유튜브로 바뀌었다. 방송국 녹화장 가는 것보다 편한 것 같다. 또 편하게 해주시고.”
Q. 그 동안 출연한 작품이 기대나 예상과 달랐던 게 있는지. 흥행측면에서.
▶이선균: “<킬링 로맨스>. 호불호가 있지만 반응이 좋았다. 좀 더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잘 되었으면 했는데 잘 안 된 작품은 <악질경찰>이다. 정말 열심히 찍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 들었다. 아쉽다. 호불호가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개인적으로 힘들게 액션한 것이다.”
“칸에서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의 등장. 오래 호흡을 맞춘 정유미와 이선균의 케미, 이게 가장 어필할 듯하다. 그리고 이 작품이 사운드디자인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 장르적인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며 다시 한 번 <잠>의 장점을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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