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할게
뭘 응원해
너
책으로 나온 강풀 원작 웹툰 <무빙> 1권의 표지는 노란우비를 쓰고 달리는 장희수의 모습과 함께 ‘응원’의 문구가 쓰여 있다. 지난 9일 첫 공개된 디즈니+의 20부작 드라마 ‘무빙’에서 장희수는 고윤정 배우가 맡았다. 2019년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데뷔한 고윤정은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로스쿨', '환혼: 빛과 그림자'와 영화 '헌트'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이미 받았다. 작품으로 라운드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긴장이 되어 배탈이 났어요. 약 먹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란다. ‘배가 아프면 이야기 하세요’ 라며 응원과 배려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Q. ‘무빙’이 공개된 뒤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출연 소감은?
▶고윤정: “워낙 유명한 작가님의 유명한 작품이었고, 제가 아는 웬만한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어서 잘 될 것 같았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일찍 확정되었는데 나중에 다른 분들이 결정되어 부담이 되었지만 재밌는 작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Q. 정원고로 전학 오기 전, ‘17대 1’로 싸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고윤정: “그 장면은 10월, 11월 무렵에 찍은 것이다. 대본을 보면서 가장 기대한 신이었다. 원작에서는 비를 맞고 씻겨 내려가면 상처가 없어진다는 설정인데 살수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진흙탕 싸움으로 바뀌었는데 그게 좀 더 효과적으로 나온 것 같다.”
Q. 액션 장면은 어렵지 않았는지?
▶고윤정: “합이 굉장히 중요했다. 액션팀이 학생으로 분장하고 같이 싸웠다. 피를 뿜거나, 지우는 장면 말고는 CG가 없었다. 운동장 바닥에 물을 뿌린 것이라 많이 까졌다. 바르는 메디폼인가 하는 것을 붙였는데 그걸 떼어낼 때 따끔했다는 기억이 남는다.”
Q. 극중 체대입시준비생이다. 달리기 장면은 괜찮았는지.
▶고윤정: “달리기는 제가 워낙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었다. 체대 입시생이다 보니 정석으로 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했다. 멀리뛰기나 윗몸일으키기 장면이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입시학원에도 4~5개월 다녔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그리고 중요한 신 있으면 또 잠깐 나갔다.” (어떤 수준이라고 하던가?) “중학교 입시는 가능할 것 같다고 하더라.” (하하하)
Q. 봉석(이정하)과의 관계가 풋풋했다.
▶고윤정: “원래 둘 사이가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이기도 해서 더 예쁘게 그려진 것 같다. 서로의 비밀을 터놓은 신뢰의 관계이다 보니 더 사랑스러운 모습인 것 같다. 편하고 끈끈한 관계로 보이면 우정 같기도 하고, 의리 같기도 하고, 사랑 같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촬영 들어갔는데, 바로 친해져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Q. 오디션은 어땠는지.
▶고윤정: “얼마 전에 이정하(김봉석), 김도훈(이강훈)과 함께 셋이서 강풀 작가님 만났다. 작가님이 밥을 사주셨는데 그 자리에서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오디션 때 난 원작을 안 본 상태에서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 읽었다. 제가 즉석리딩이 약하고 어려워한다. 준비도 안 되었고, 빨리 읽고 파악해야했다. 희수 성격이 저와 비슷하고 말투도 비슷해서 그런지 낯설지가 않았다. 똑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듣기로는 작가님이 강력하게 캐스팅에 관여한 것은 희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 때 장면을 캠코더로 찍었는데 제 목소리가 컸다. 표정이 털털해 보였나 봐요.” (언제부터 이런 목소리였는지?) “크게 변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조금씩 이렇게 변해온 것 같다. 만족이나 불만족 이런 건 없었는데 데뷔하고 나서 내 목소리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요즘은 감사해요. 그 동안 맡았던 배역 중에 가장 털털하고, 말을 툭툭 뱉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Q. 희수와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는 것 같나?
▶고윤정: “90프로 이상은 된다고 생각하고 찍었는데 완성된 것을 보니 다른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저랑 다른 것 같다. 고통이나 상처에 무딘 것 하고, 어설픈 게 닮았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연기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나보다 훨씬 다정하고 따뜻하고 훨씬 더 강한 것 같다. 다섯 번을 봤는데 볼수록 느낌이 다르다. 나랑 다른 게 보이기 시작하더라.”
Q. 드라마 후반에 갈수록 감성적 흔들어놓는 부분이 있다는데.
▶고윤정: “봉석이(이정하)가 약간 보여주기는 했다. 7화에서 화를 내고 속상해 하며 걱정하는 것을 암시하는 신이었다. 그동안 희수밖에 모르는 말랑말랑한 모습에서 성숙해진다. 희수도 그렇다. 아빠는 딸을 위해, 딸은 친구를 위해, 친구는 가족을 위해서 성숙해진다고 생각한다. 감동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후반에 많이 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강풀 작가에 대해서.
▶고윤정: “피자도 사오시고 밥도 사주시고 그랬다. 작가님이 현장에 그냥 오셨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보시고는 ‘이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너무 좋다. 너무 좋다’고 하셨는데 그런 말씀들이 너무 감사했다.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강풀 작가의 <아파트>를 좋아했는데 그런 유명한 분이랑 작품을 하는 게 신기했다. 작가님은 덩치도 크고, 감수성도 풍부하시고, 따뜻하신 분이다. ‘나도 대본작업이 처음이야. 희수는 너 말투로 편하게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요구할 게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 해.’라고 말씀해 주셨다. 감독님도 그러셨다.” (편하게 이야기했는지?)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 나를 알고 쓰셨는지 너무 편하고 그랬다.”
Q. 가족들은 본인 연기에 대해 어떤 말을 하던가.
▶고윤정: “‘편하게 찍었겠다’고 하셨다. 딸내미랑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하다며. ‘완전 넌데?’ 하셨다.”
Q. 연기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고윤정: “입시 준비를 오래했다. 예고 준비하다가 떨어지고, 일반고 갔다가 편입을 했다. 그냥 한 눈 안 팔고, 경주마처럼 머리를 비우고 가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관성이라 하나. 어제 한 거 오늘하고, 오늘 한 거 내일 또 하고. 그렇게 늘 해오던 것을 쭉 해 와서 그런지 희수의 그런 모습이 공감도 되고, 이해도 되고 그렇다. 미술도 그렇고, 체육도 그렇다. 닮은 것 같다.“
Q. 지방촬영은.
▶고윤정: ”지방에서의 촬영은 그렇게 오래 해본 적이 없다. 한 달 동안 살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첫 촬영은 정원고 이야기로 한 달 동안 거의 합숙한 셈이다. 금방 친해졌고, 그 때문에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출퇴근을 하였다면 서로 사는 곳도 다를 것이니, 친해지자고 만나자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다들 피곤할 테니.“
Q. 세 사람은 주로 어떤 이야기 나눴는지.
▶고윤정: ”누가 NG를 덜 내나. 이런 마음으로 서로 응원했다. 타박하는 게 아니라, ‘우리 NG내지 말자, 서로 잘하자’ 그런 의미로. 중요한 신이 있으면 미리부터 말을 안 붙이고,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Q. 전학 가는 계기가 학교폭력이었다. 희수가 아니라 고윤정 배우가 그런 경우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윤정: ”희수처럼 ‘너 나와!’하고는... 그 뒤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희수가 아니니까. 저는 다칠 수도 있고, 학교 잘릴 수도 있고. 뒷일은 생각 안하고 부르긴 했을 것 같다. 그리곤 병원에 실려 갔겠죠.“
Q. 액션연기는 힘들지 않았는지.
▶고윤정: ”많이 뛰어 체력이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힘들었다. 윗몸일으키기 같은 경우는 앵글이 많아서 대역을 쓸 수가 없었다. 훈련을 반복해서 하는 게 힘들었다. 액션 보는 것을 좋아했다. 데뷔 전까지는 운동 말고는 액션할 일이 없었다. 과목 중에서 체육을 제일 좋아했다. 괜히 기록에 목숨 걸고 그랬다. 멀리뛰기할 때에는 제일 멀리 뛰고 싶어 했다. 액션 연기할 때도 이 합을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연습하고, 관찰하고 그랬다. 이렇게 잘 나올 줄은 몰랐다.“ (어릴 때 운동을 했는지?) ”어릴 때 발레를 했고, 피겨를 1년 정도 잠깐 했었다. 발레는 남자아이들이 태권도 학원 다니듯이. 오래 다녔다. 그런데 안한지가 오래 되어서 몸이 굳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할 때 조금의 도움이 된 것 같다. 유연성을 요구하는 부분에서. 발레 그만두고는 여름에 더워서 아이스링크 간 것이다. 피겨는 운동이 목표가 아니어서 오래 하지는 않았다.“ (집안에 예체능 쪽인지?) ”엄마아빠, 남동생이 다 이과이다., 나만 돌연변이이다.“
Q. 미술은 적성에 맞았는지.
▶고윤정: ”미술할 때 제일 어려웠던 것이 내가 이성적인 편이라는 것이다. 정물화 그릴 때 똑같이 그릴 수는 있는데 예쁘게 그릴 수가 없더라.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도 있다. 대학 와서 교수님이 ‘이제, 너의 그림을 그려 봐’ 했을 때 그 말씀이 이해가 되는데, 입시준비를 오래 해서 그런지 상상력과 감성이 풍부하지 않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연기할 때 미술을 한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관찰력이 좋아진 것 같다. 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사람 관찰을 잘 하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특징을 잘 파악한다고.“ (여기 기자들 특징은 파악할 수 있겠나?) ”여기는 따다닥 소리 밖에 안 들리네요.“ (키보드 소리뿐!)
Q. 극중 초능력 연기에 대해서.
▶고윤정: ”언제 그런 역할 맡아보겠는가. 일단 영광이었다. 희수는 ‘재생능력’이어서 크게 CG가 들어가지 않는다. 크로마키에서 연기하는 장면도 없었다. 저나 아빠(류승룡)는 맨몸으로 싸워야하니까 어느 정도 아픈지 표현하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았다. 고통을 느끼긴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몰라 작가님에게 물어보니 ‘느끼긴 하는데 보통사람보다 덜 느낀다’고 하셨다.“
Q. 갖고 싶은 능력이 있다면.
▶고윤정: ”봉석이의 비행능력을 갖고 싶다. 집에 갈 때 편할 것 같다. 오늘 같이 차가 많이 막히는 날이면. 그런데 촬영할 때를 생각해 보면 희수 능력도 괜찮을 것 같다. 액션 하다가 다쳐도 괜찮고, 와이어 없이도 뛰어내릴 수 있으니. 리얼하게,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
Q. 고윤정 배우는 예쁜 배우로 언급되고 있다. 그런 것 아는지.
▶고윤정: ”알고는 있었어요. 외모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더라. 제가 어떤 옷을 입거나, 액세서리를 하면 대중들이 그것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그만큼 제가 잘 된 모양인 것 같다. 그런 반응을 보면 신기하다. ‘고윤정 브랜드’, ‘고윤정 패딩’ 이런 게 뜨는 걸 보면.“ (인터넷 검색을 하는지?) ”‘고윤정’ 치면 연관검색어로 그런 게 나온다. 난 내가 출연한 작품이 뜰 줄 알았는데. 아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데뷔 때는 검색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안한다. 가족들이 반응을 보고 먼저 알려주니. 지금은 대본 보는 게 더 중요하다.“
Q. 연관검색어로 어떤 것이 떴으면 하는가?
▶고윤정: ”그 당시 하고 있는 작품이 뜨면 제일 좋을 것 같다. ‘고윤정 무빙’. 이렇게 떴으면 한다.“
Q. 연기자의 길은 어떻게 들어왔는지.
▶고윤정: “학교 다닐 때 미대 옆에서 사진 찍을 수 있냐고 그랬다. 잡지에 올리는 사진이라고. <대학내일>이라고. 그런데 그 다음날 바로 그 잡지에서 표지모델 촬영할 수 있는지 연락이 왔다. 또 그 사진을 보고 매니지먼트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 집안에서는 그런 재주가 있는 사람이 없다.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고, 연기는 상상도 못했다. 죄송하다고 거절했는데, 대표님이 ‘안 해봐서 그런 것’이라며 한 번 해보라고 그랬다. 그렇게 모델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연기)학원 다녔다. 엄마에게 학원비 달라고는 못하겠더라. 휴학하고 오디션 열심히 보며 이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Q. 돌아보면 어떤지.
▶고윤정: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잘 하지는 않았더라도 후회는 없다. 잘 살아온 것 같다.”
Q. <무빙>은 죽어가는 디즈니를 살렸다는 평가도 있다. 남은 회차 어떻게 보면 재밌는지.
▶고윤정: “그만큼 <무빙>이 재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봐주셔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재밌다. 액션 스케일이 더 커지고, 또 다른 인물들, 못 보던 사람들이 나오니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디즈니+ <무빙>은 지난 9일, 1~7화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2개씩 그리고 마지막 주 3개로 총 20개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이다. 고윤정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에 출연할 예정이다. 후속작품으로는 <응답하라>와 <슬기로운> 시리즈의 신원호 피디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는 작품에 출연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는 소속사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한다. 고윤정은 “그렇다고 하네요.”라고 덧붙인다. 다행히, 인터뷰 하면서 배탈은 다 나은 모양이다. ‘재생능력’이 뛰어난 액션배우이다.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