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가 해마다 ‘한국드라마의 미래를 책임질 산실’로 자부하는 ‘드라마스페셜’의 2018년 시즌이 시작되었다. 올해도 10편의 재기발랄하고, 실험적인 작품이 시청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다양한 장르가 준비되었는데 스타트를 끊은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는 정통의 로맨틱 코미디이다.
어느 해, 이들은 수능시험 출제위원으로 차출되어 합숙소에 입소하게 된다. 이들이 시험문제를 만들고, 검토하고, 난이도를 조절하고, 전국적으로 시험이 치러질 동안 합숙소에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하게 된다. 마치 애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등장하는, 폭설로 외부와 단절된 산속의 별장처럼. 그런데 이곳에선 살인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봉인된 옛날의 연애기록들이, 기억들이 들추어지게 된다.
도도혜(전소민) 선생님은 수학선생님. 수능출제위원으로 합숙소에 들어와서 짐을 풀면서 한 남자를 마주치게 된다. 수능출제위원들을 감시하는 경찰 나필승(박성훈). 이 남자는 대학시절 첫사랑이자 그녀의 첫 번째 흑역사였다. 달콤했거나 끔찍했던 옛 추억을 더듬기도 전에 또 한 남자가 등장한다. 수능시험 검토위원인 최진상(오동민) 교수. 문제는 최근 이혼한 그녀의 전 남편이었다. 도도혜는 최대한 이들과의 관계를 숨기고, 과거를 떠올리려 하지 않지만 남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제 단절된 공간에서 단절된 기억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배우들의 통통 튀는 매력과 함께.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는 효율적 구성의 단막극이다. 딱 필요한 만큼의 주요 배우들과, 이들의 연기를 받쳐줄 2선 배우들, 그리고 그들이 펼치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한정된 공간에서 유려하게 진행된다. 이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은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 전소민의 조금은 허당스런 연기와 박성훈의 집요한 연기, 그리고 오동민의 찌질한 연기가 합을 맞추면서 로코의 전형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송지인(오 선생)의 적당한 끼어듦이 영화에 활기를 더한다.
단막극답게 진행도 깔끔하고, 주제도 단순하다. 사랑과 수학문제는 다르다는 것이다. 틀려도 괜찮다는 것이다. 인연이란 것은 이렇게도 연결되고, 저렇게 연결된다. 이어질 인연이면 단막극에서도 충분히 방정식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는 2017년 KBS단막극 극본공모 최우수상 수상작(극본 배수영)이다. 연출을 맡은 황승기 피디는 2016년 드라마스페셜 <한여름밤의 꿈> 조연출을 거쳐 작년 <혼자 추는 왈츠>,<강덕순 애정변천사>를 연출했고 이번 작품이 세번째 단막극 연출작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