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Tasha Tudor)의 이름은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정원가꾸기의 달인’으로 알고 있거나, 동화 작가와 어린이서적 삽화가로 유명하다. 그림을 보면 “아~” 할지도 모를 것이다. 워낙 유명하니.
타샤 튜더(1915~2008)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최근 개봉되었다. 이미 그녀를 다룬 책이 수십 종이 나온 상태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일본에서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NHK에서도 이미 4편의 다큐를 만들었고, 이번에 마츠타니 미츠에(松谷光絵)감독이 미공개 영상과 이후 근황까지 더해 타샤 튜더 탄생 100주년 기념작으로 내놓은 <탸샤 튜더>(Tasha Tudor: A Still Water Story/ ターシャ・テューダー 静かな水の物語, 2017)이다.
타샤 튜더는 1915년 미국 매사츄세츠 보스턴에서 선박기사였던 아버지와 초상화 작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 가족에게는 슬픈 일이 있었다. 타샤는 엄마 손에서 자라며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인형 만들기를 즐겼으며 무엇보다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매료된다. 그녀는 1938년 <호박달빛>이란 동화책을 처음 내놓았다. 그때부터 그녀의 화풍과 정서는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게 된다.
타샤 튜더는 버몬트의 시골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며 안빈낙도의 노후를 보내게 된다. 봄이면 씨를 뿌리고,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한 그런 삶 말이다. 그녀의 주변에는 항상 코기 한 마리가 쫄래쫄래 따라다닌다. 아들과 손주들이 언제나 찾아와서 화목한 패밀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영화는 나이 아흔이 넘은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 어떠한 자극적 모습도, 드라마틱한 전개도 없다. 하다못해 태풍이나 폭우로 정원이 위기를 겪는 그런 ‘일상적인’ 모습조차 없다. 단지, 오래된 집에서 낡은 가재도구와 아날로그 냄새 물씬 풍기는 방식으로 요리를 하고, 과일 즙을 내고, 자연과 호흡하는 지극히 전원적인 모습을 만나게 된다.
타샤 튜더의 아버지 윌리엄 스탈링 버지스는 엔지니어였다. 요트설계사이며, 항해기술자, 해군 설계사였단다. 유명 요트경기인 아메리카컵에서 우승한 요트를 세 차례나 설계했을 정도였다고. 타샤 튜더의 이름은 처음엔 아버지 이름을 딴 스탈링이었다가 아버지가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에 감명 받아 이름을 나타샤로 바꾸었다고. 이후 다시 타샤로 줄었단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가족의 불행한 일은 타샤가 어릴 때 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일이다.)
영화는 워낙 조용하다. 할머니는 너무나 조곤조곤 평화롭게 사는 방식을 전해준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면, 좁은 아파트 베란다에라도 화분을 하나 더 갖다 놓고, 정성스레 물을 주고 싶을지 모를 일이다. 올해의 힐링 무비이다. 2018년 9월 13일 개봉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