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유튜브에 올라온 2분 30초 정도 되는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인도계 미국인 아니쉬 차간티가 올린 ‘Seeds’라는 작품이다. 한 남자가 여행가방을 싸더니 택시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인력거를 타고, 나룻배를 타고, 고향 인도의 한 시골마을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이 담겼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얼굴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손에 들린 노란 봉투를 애지중지 보여줄 뿐. 엄마를 만나 봉투 속에 든 사진을 건네준다. 이 영화는 당시 ‘디지털 디바이스 덕후’에게 화제가 되었던 ‘구글 글래스’로 찍은 작품이다. (요즘은 ‘고프로’로 이것보다 더 재밌게, 박진감 있게 찍을 수 있겠지만) 당시 아니쉬 차간티는 ‘구글글래스’의 특성을 잘 살리고, 여행(이동)의 박진감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리고 봉투 속 사진이 전하는 감동도 놓치지 않고 말이다.
그 아니쉬 차간티가 할리우드에서 감독 데뷔를 했다. 요즘 극장가에서 은근히 화제가 되고 있는 <서치>이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SNS’를 적극 활용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텀블러까지. 일단 소재 면에서 흥미롭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가족(한국계)의 최근 몇 년의 이야기가 ‘컴퓨터월드>인터넷세계>SNS’를 통해 속성으로 전달된다. 윈도우X 시절, 노턴 바이러스가 다 깔려있던 그 시절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데이빗 킴(존 조)의 사랑하는 아내 파멜라(사라 손)가 암으로 죽고, 이제 15살 된 딸 마고(미셀 라)만을 바라보면 살고 있다. 그런데 밤 새워 스터디한다고 친구 집에 간 딸과의 연락이 끊긴다. 아빠는 서둘러 딸의 행방을 좇기 시작한다. 겨우 몇 군데 전화를 돌려 알아봤지만 행방을 하는 사람이 없다.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데브라 메싱)은 ‘앰버발령’을 내리는 등 실종자 수색에 들어간다. 아버지는 이제 남겨진 딸의 노트북을 통해, 딸이 사용했던 SNS를 뒤지기 시작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딸이 즐겨 찾던 ‘디지털’ 흔적을 뒤쫓는다.
영화는 SNS전성시절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CCTV로만 사건을 재구성하듯이 SNS를 통해 그 사람의 일상, 생각, 심리적 상태를 엿보게 된다. 이미 이런 흔적은 ‘디지털지문’(Digital footprint)이라 하여 ‘첨단과학’ 축에도 못 끼는 기본옵션이 되어버렸다. 영화는 그런 디지털지문을 남기는 SNS와 댓글놀음 등 찌질한 모습들과 함께 미국 미디어들의 특종경쟁 등이 적당히 첨가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혹시, 딸애의 핸드폰 패턴 잠금을 풀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거나, 딸애가 무슨 SNS에 빠져 사는지 전혀 모르는 부모라면, 그래서 혹시 이런 일이 생기면 걱정인 부모라면, 딸애랑 같이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시길. 여기서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퍼거슨 감독 이야기를 하면 정말 대책 없는 부모가 된다.
이 영화 제작에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이 참여했다. 러시아에서 ‘나이트 워치’를 만들었고, 할리우드 건너와서 ‘링컨 뱀파이어 헌터’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가 관여한 작품 중에 ‘하드코어 헨리’(2015)가 있다. ‘1인칭 시점’으로만 만든 굉장히 하드한 액션영화였다. 영화판에서는 새로운 피가, 다양한 형식으로 새로운 소재를 활용하여 흥미로운 사건을 영화관객을 전해주고 있다. 참, 존 조의 동생(마고의 삼촌)으로 나온 배우는 KBS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 출연했던 조셉 리이다. 2018년 8월 29일 개봉/12세 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