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데뷔하였지만, 오랫동안 와신상담해야했던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간다>와 <터널>로 일약 주목받는 충무로 영화감독이 된다. 그리고 넷플릭스 <킹덤>의 연출을 맡으면서 ‘조선 좀비의 탄생’을 글로벌하게 알렸다. 그가 스크린으로 다시 돌아와 만든 작품은 <비공식작전>이다. 한동안 <피랍>이란 가제로 알려졌던 작품이다. 1986년 중동 땅, 레바논에서 한국 외교관이 무장단체에게 납치당하고, 생사도 알 수 없는 긴 시간이 흐른 뒤 모두가 그러한 사실조차 잊어갈 즈음, 그의 생존소식이 '어떤 방식으로' 전해진다. 이제 그를 구하기 위한 급박한 움직임이 시작된다. 때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둔 민감한 시기. 서울 외교부의 하정우가 협상금을 들고, 베이루트로 향한다. 그곳에서 택시를 모는 미심쩍은 한국인 판수를 만나 듣도 보도 못한 액션 극을 펼치게 된다. 김성훈 감독을 만나 <모가디슈>와 <교섭>에 이어 이런 영화를 만든 이유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Q. 감독님은 섬세한 스타일인지?
▶김성훈 감독: “그렇게 보시는 분도 있다. 개봉을 앞두고는 기왕이면 없던 예민함도 가져가고 싶다. 태생적으로 그렇게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Q. 개봉 소감
▶김성훈 감독: “이 작품은 2020년부터 준비한 것 같다. 2019년인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긴장된다. 2016년 <터널> 끝내고, 그 사이에 <킹덤>(시즌1 전편, 시즌1화)과 <아신전>을 했지만, 관객과 만나는 오프라인 행사는 없었다. 그래서 많이 긴장된다. 이번 여름시즌에 한국영화가 6편이나 개봉된단다. 할리우드 영화야 알아서 할 것이고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6편이 모두 잘 되었으면 한다.”
Q. <비공식작전>은 오재석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도재승 서기관이라는 실재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
▶김성훈 감독: “2018년 <킹덤>의 음악 작업을 위해 체코로 가는 비행기에서 이 작품의 원작 각본을 받았다. 비행기에서 누가 읽고 싶겠는가. 그냥 자야지. 그런데 초반 5페이지 정도 봤는데 흥미로웠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밑도 끝도 없이 납치되는 것이다. 아, 가족사가 있긴 했다. 그리고는 그 (납치)사건이 잊혔다가, 또 살아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다. 보면서 이건 영화로 만들어질 것 같았다. 보면서 두 가지가 궁금했다. 그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팩트든 창작이든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다. 제가 그동안 해온 서스펜스, 유머, 액션. 그리고 안 해봤던 카체이스까지 다 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홧(what)’과 ‘하우(how)’가 겹치는 부분이다. 그분이 어떻게 돌아왔을까 궁금했다. ‘홧’과 ‘하우’ 사이에는 또 ‘누가’ 했을까가 있다. 팩트는 납치당했고, 한동안 잊혀졌다. 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누군가가 ‘살아있어요. 데려와야 해요’라고 말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한국인일 수도, 외국인일 수도 있다. 왜 그랬을까.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그랬을까. ‘살아있으면 데려와야죠!’란 말을 민준을 통해서 펼친다면 볼만한 여름영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극중에서 민준은 ‘서기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타임’ 잡지를 보내고, 살아있음을 알리는 사진을 보내온다. 그런데 당시 신문기사를 찾아보니,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
▶김성훈 감독: “그때 일들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민준은 잡지표지에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는 글씨를 써서 보냈는데 그런 문구는 없었다. 세밀하게, 그 때까지 살아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행히 ‘타임’이 영화사용을 허락해 주었다. 사전에 허락받고 그 장면 넣은 것이다. 실제 표지에서는 아이가 있는데, 다 처리하고 영화에 사용한 것이다. 무단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의심스러운 것은 다 사전에 조치를 했다.”
Q. 액션 연출에 대해서.
▶김성훈 감독: “기획의도는 그 때, 우리가 모르는 영웅이 있었을 것이다. 서기관님에게 사전 동의를 얻을 때 그 분은 극구 자신은 조명 받고 싶지 않다고 그랬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납치된 사람의) 고통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하려 가는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갇혀 있는 사람의 고통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피하려고 했다. 딱 한번, 트렁크를 여는 장면에서는 희망을 응축시켜 보여주려고 했다. 그 순간만큼은 구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진지하다. 그 이야기를 관객들이 재밌게,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려고 했다. 아무리 가치 있는 이야기라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마치 당의정 같은 것이다. 정말 쓴 약이지만 먹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다. 액션과 유머가 많이 가미되었다. 옥상 장면부터 이어지는 18분 정도의 분량이 그렇다. 우리 스태프가 한국과 모로코 합쳐 250명, 많을 때는 300명까지 있었다. 그들이 힘을 합쳐 최고의 것을 만들려고 했다.”
Q. 모로코에서 찍은 카체이싱 장면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김성훈 감독: “그런 장면을 찍을 때는 뒤에서 골목을 뛰어가는 주민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세트에서 찍게 된다. 그러면 타격감이나 실제감이 제대로 나올 수 없다. 현장에서는 차와 사람을 통제하고 찍어야했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주민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합의 받고, 소정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길을 막으면 짜증나잖은가. 우리 때문에 10미터만 돌아가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 아이들 학교가고, 사람들 출근한 뒤, 길을 막고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도 또 모르니 이동식 계단을 만들었다. 총 쏘는 장면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분에게 귀마개도 나눠졌다. 4~5일 촬영하며 크레임이 전혀 없었다. 나중에 박수 쳐주고 다들 좋아하셨다.”
Q. 카 체이스 장면은 전부 모로코에서 찍은 것인가.
▶김성훈 감독: ‘낮에 펼쳐지는 카체이스 장면은 대략 21회 차가 모로코에서 진행되었다. 계단 장면 포함해서. 한국에서는 차가 붕 날아가는 장면을 따로 촬영했다. 짐볼을 이용해서 찍었다. 차가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은 꼭 찍고 싶었다. 현지에서 적당한 계단을 찾았는데 계단 턱 높이가 제각각이어서 차를 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단을 다시 만들었다. 높이를 똑같이 하고, 난간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좋아했다. 벤츠를 8대를 준비했는데 계속 차가 부서졌다. 아까웠다. 네 대가 완전히 망가졌다. 한국에서 또 2대를 더 이용했다. 모로코에서 사용하던 차를 가져오고 싶었는데, 배기가스 규제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 그리고 가져올 수도 없었다. 촬영 마지막 날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축제 분위기였다. 있는 동안 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들이 빵 같은 것을 만들어왔고, 우리도 케이크 준비했다. 마지막 남은 벤츠 위에 올라타서는 카퍼레이드도 하고 그랬다. 옛날 우리처럼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총127회 차 중에 모로코에서 70회 차를 찍었다. 4개월 반 정도 소요되었다.“
Q. 야간 장면은?
▶김성훈 감독: ”밤에 차를 모는 장면이 있다. 모로코에서 굳이 찍어야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강원도에서 찍어도 되는 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해질 무렵의 광경이 필요했다. 이른바 ’개늑시‘라는 매직아워에 찍어야했다. 판수가 그 순간에 달리는 장면을, 저 멀리 하늘과 땅이 다 보이는 그런 장면을 꼭 넣고 싶었다.“
Q. 중동의 서기관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영화이다. 사람의 생명을 중시하는 점에서 지금 전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김성훈 감독: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하지만 그런 기본이 가장 무시당하기 쉽다. ’터널‘도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서로 예의를 갖춰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는 신뢰로 엮어진 사람이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최초로 태동하게 된 것은 ’누군가를 구해야한다고 말해준‘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는 엄혹한 시기였다. 극중에서 김응수 배우가 연기하는 안기부장이라는 인물은 절대적 악이라기보다는 그만의 철학이 있었을 것이다. ’다수에게 좋은 것‘이라는 어설픈 공리주의를 들이댈 것 같았다. 지금, 2023년에 관객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 시대의 아이러니한 엄혹함을 김응수 배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지금의 우리에게 전달해주려고 했다.“
Q.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임순례 감독의 <교섭>이 모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액션작품이다. 충무로 현실에서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말이 나돌 때 작품을 계속해야하는가 라는 의문을 들지 않았는지? 완성시켜야한다고 생각한 뭔가가 있었는지.
▶김성훈 감독: ”두 작품은 완성되었고, 개봉되었다. 영화팬의 사랑도 받았다. 저희가 제일 마지막에 나왔는데, 만들면서 계속 그 생각을 했다. 각자 갈 길을 가자고. 각자의 롤을 했다고 생각한다. 건방진 표현일 것 같지만, 영화가 같았다면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저희는 저희의 길
을 간 것이다. 영화를 보고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
Q. 하정우와 주지훈의 연기호흡은 어땠는지.
▶김성훈 감독: ”이 질문은 인터뷰할 때 꼭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에 조금 다르게 말하고 싶다. 제가 아내와 같이 산지가 23~4년 되었다. 제가 기분 나빠하는 것은 아내가 바로 맞춘다.하정우, 주지훈 배우가 그런 식으로 정확하게 맞춘다. 영화를 찍다보면 그런 일이 많다. 힘들게 했는데 ’NG!‘이렇게 할 수 없다. 제가 트리플 A형, ’INFJ‘EK. ’어~. 음. 좋은 것 같아요‘나 ’음, 좋은데...‘하면, 둘이서 듣고 있다가 ’아닌 것 같은데.. 감독님은 좋으면 '오케이'라고 한다‘면서 ’다시 할게요‘라며 귀신같이 맞춘다. 같이 산 아내보다도 제 마음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두 배우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항상 더 확장시켜서 만들어준다. 다시 이 영화를 만들더라도, 두 배우를 선택할 것이다.“
Q. 두 배우가 보여준 최고의 장면은?
▶김성훈 감독: ”배우가 나온 신은 모두 최고의 장면이다. 상투적이지만 진실이다. (하하하) 두 사람이 처음 웃는 장면이 기억난다. 옥상에서 농담하며 내일 탈출하자고 이야기하는 장면. 그때 처음으로 개인사를 이야기한다. ’너 왜 따라 왔니?‘하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여자친구 라일라 이야기를 한다. 그 당시에는 국제연애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가 놀라시지 않을까‘ 할 때 하정우 배우가 ’허허 그럴 만도 하지‘하며 현실웃음이 터진다. 그 모습 찍으면서 왜 그리 흐뭇한지. 물론 그 장면이 흐뭇하지는 않다. 때마침 석양이었다. 최상의 장면을 찍기 위해 스웨덴 드론팀이 왔었다. 또 한 장면은 터닝포인트가 되는 장면이다. 둘이 다시 만나는 장면이다. 뒤로는 설산이 보인다. 정말 그렇게 찍고 싶었다. ’저 둘은 이제 동행을 합니다‘ 하고 보여주는 신이다. 처음 헌팅 갔을 때 이 장면은 꼭 찍고 싶었다. 조금만 날이 흐려도 안 나온다. 다행히 찍는 날 맑았다. 정말 천진난만하게 굿모닝하고 나타나는 판수와 날아 차기하는 하정우. 이 장면 찍으며 너무 좋았다. ’이거 찍으려 여기 왔지!‘ 보람있었다.“
Q. 코로나 시국을 관통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김성훈 감독: ”그 당시엔 지구상의 지구인은 다 힘들었을 것이고, 각자 자기가 제일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모로코에는 선발대로 40명 정도 나갔고, 나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기 6일 전에 셧다운된 것이다. 모로코에 있던 친구는 빨래하다말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했다. 정기노선이 제일 먼저 폐쇄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에 머뭇거렸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정말 눈물이 나오더라. 몇 년을 준비했는데... 집에서 콘티를 보는데 너무 억울했다. 이렇게 재밌는데 말이다. 제가 한 것 중에서 제일 재밌었다. 그런데 모로코 당국이 허락을 해 준 것이다. 현지 프로덕션에서 연락이 왔고, 우리는 무조건 가야했다. 일단 들어오면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곳 외교부와 협정을 맺은 것이다. 하늘길이 파리까지 열려있었고, 그곳에서 전세기로 모로코에 들어갔다. 우리 비행기만 유일하게 허락된 것이다. 공항에 아무도 없었다. 활주로를 걸어가는데 감개가 무량했다.“
Q. 모로코는 영화 찍기에 어땠는가.
▶김성훈 감독: ”코로나 시국이었으니까. 들어가서는 낯설고 두려웠다. 귀신도 모르니까 무서운 것이다. 알고 나면 괜찮다. 그 또한 사람 사는 공간이다. 다들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인프라도 잘 되어있었다. 잘 훈련된 스태프가 있었다.“
Q. <킹덤>을 연출했다는 것이 메리트가 되지는 않았나.
▶김성훈 감독: ”모로코 사람들에게는 영화감독으로 보다는 [킹덤] 감독으로 더 유명했다. 모로코에는 우리나라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같은 조직이 있는데 꽤 파워풀한 기관이었다. 모로코는 할리우드 영화 <카사블랑카>로 유명하다. 물론 그 영화는 모로코에서 찍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사블랑카‘ 카페는 있다. <킹덤>과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은 이곳에서도 유명하다. 그래서 이 영화 찍는 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촬영하면서 현지인들이 우리 스태프들과 사진도 많이 찍었다. BTS의 나라에서 왔다고. 우리 스태프 중에 BTS 멤버 닮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다. 정말 큰 환대를 받았다. <오징어게임>과 BTS 역할이 컸다. 깜짝 놀랐다.”
하정우, 주지훈, 임형국(오재석), 김응수(안기부장), 김종수(외무부장), 박혁권(외교부과장), 유승목(외교부차관), 번 고먼(카터) 등이 출연하는 김성훈 감독이 <비공식작전>은 어제(8월2일) 개봉되었다.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