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되는 영화 <소금별>은 꽤 슬픈 영화이다. 오래 전 유승호가 나왔던 ‘집으로’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개그콘서트에서 블랑카가 말하던 “사장님 나빠요”란 유행어가 떠오를지 모른다. ‘소금별’은 그런 이야기이다.
열세 살 소녀 지우(박서연)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시골 할아버지 댁에 맡겨진다. 아빠 엄마가 이혼했단다. 엄마는 미국으로 가 버렸고 아빠는 일이 많아 제대로 키울 수가 없어 방학동안 시골집에 맡긴 것이다. 할아버지는 염전을 하신다. 그런데, 자기 또래의 남자애가 고된 염전일을 거들고 있었다. 시골집도, 시골생활도 마뜩찮은 지우는 그 남자애 이름이 ‘미잔’(박희건)이고, 피부색이 달라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우는 미잔의 형편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동정심을 갖게 된다. 친구가 없어 외롭던 지우는 미잔에게서 어떤 동질감과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 지우는 ‘불법체류자’ 미잔에게 서울의 자기 집으로 가자고 그런다. 둘은 길을 나선다.
‘소금별’은 어느새 우리 주위에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국사람’들이 힘들다고 못하는 많은 일자리를 차지한 그들의 이야기이다. 소년 미잔은 그런 사람들의 아이이고, 그들이 한국에 남겨졌을 때에 맞닥치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한글을 쓸 줄도 모를뿐더러, 자기들의 나라에 돌아가도 그들의 말을 할 줄 모른다. 블랑카처럼 그들은 “먹여 주고 재워주면 다지~”라는 한국사람에게서 착취당하고, 무시당하고, 내팽개쳐진다.
지우는 열 세 살이다. 아직은 세상을, 한국의 현실을 모를 수도 있다. 지우가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미잔은 어찌될까. 언젠가 읽은 기사에서 한국에서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노동착취를 당한 뒤 자기 나라로 돌아간 동남아의 어느 나라 사람이 한국을, 한국인을 극도로 증오해하며 내뱉은 말이 기억난다.
‘소금별’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있다. 신문에 난 기사이다. 2008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저녁,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16세의 한 방글라데시 소년이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었다. 소년의 이름은 ‘미잔 모하메드’. 죽지 않았단다. 대신 두 발목과 손가락 일부가 절단됐다. 소년은 3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진다. 그리고 어느 날 새벽, 미잔은 병원 화장실에서 목을 매달고 죽는다. 미잔은 형을 따라 한국에 왔고, 형이 귀국하면서 혼자 남겨졌단다.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불법체류자로 혼자 남겨진 것이다. (그가 일하며 손에 쥐었을 돈과 비교할 수도 없는) 병원치료비가 절망에 빠뜨렸을지도 모른다. 미잔 모하메드의 이야기를 전한 기사(동아일보 2009년 5월 16일)는 이렇게 끝난다. 미잔은 죽었지만 고향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센터 측은 “방글라데시의 형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간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니 유해만 보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우의 사정도 딱하다. 하지만 미잔의 운명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물론, 돈을 벌겠다고 이 땅에 온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것이 순수함과 인간애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양심과 측은지심은 갖춰야하지 않을까.
지우와 미잔이 서울에 올라와 공원에서 낙담하여 분수 물을 고스란히 맞는 장면은 안양 평촌의 중앙공원이다. 아는 곳이 나와 반갑다. 그러고 보니 6일부터 이곳에선 제3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가 열린다. 양쪽에 목발을 짚은 미잔은 죽어서 자기 나라에 갔을까. 절뚝대며 말이다. 그런 미잔의 모습을 본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그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KBS독립영화관 <소금별>은 오늘밤 12시 30분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