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가장 영화를 재밌게 찍는다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가 베일을 벗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부정거래>, <베테랑>, <모가디슈>까지 한국영화 액션의 지형도를 그려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는 1970년대 서해 앞바다를 배경으로 ‘생필품 밀수’에 생계를 건 어촌마을 사람들의 ‘해양범죄활극’ 영화이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 IMAX관에서 진행된 영화 <밀수> 기자시사회장에는 류승완 감독과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가 직접 참석해서 영화관람을 같이 한 뒤 간담회가 이어졌다.
영화 ‘밀수’는 기본적으로 군천 앞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 춘자와 진숙이라는 두 여자주인공의 서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곳에서 공장이 들어서고 해녀 수입이 줄어들자 위험한 밀수 범죄에 뛰어들게 된다.
김혜수는 성공을 위해 악착스레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를 연기한다. "촬영 3개월 전부터 해녀와 수중장면 촬영 준비를 했다. 그 때 '소년심판' 촬영을 하고 있어서 준비를 제대로 못 했다. 이전에 영화를 찍으면서 물속에서 공황을 경험한 적이 있어 겁이 났다.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응원과 격려로 극복했다. 그런데 촬영 막바지에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아픔보단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고 촬영담을 밝혔다.
염정아는 군천의 해녀들을 이끄는 리더 엄진숙을 연기한다. “김혜수와 같은 작품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수영을 아예 못하는 사람이라 어떻게 극복하나 했는데 동료들과 극복을 하면서 촬영을 마쳤다"고 소회를 전했다. 오랜만에 만들어진 충무로 여성 투톱영화에 대해 "여성 서사 중심의 영화인데 이런 영화가 흥행이 잘 되어서 다른 기획이 잘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인성은 전국구 밀수왕이었다가 부산 앞바다의 단속이 강화되자 춘자의 제안으로 군천에 진출하는 권 상사를 연기한다.
박정민은 진숙 밑에서 막내로 허드렛일을 하다가 상황이 역전되자 크게 한몫 잡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장도리를 연기한다. 파격적인 외모변신과 함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퍼덕이는 연기를 펼친 박정민은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함께 해보는 것이 어떠냐 하셨다. 대본도 보지 않고 알겠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팬이고 꿈이었던 감독님이다. 대본을 받아보고 또 한 번 감사했다. 지금까지 해온 역할에서 제가 보여준 이미지와는 상반된 또 다른 모습을 저에게서 어떻게 발견을 하시고 이런 제안을 해주셨나 해서 감사했다"라고 애정과 흠모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종수는 군천의 세관계장 이장춘 역을 맡아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해상 액션 연기가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부산) 남천동에서 태어났고, 해병대 나왔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고민시는 군천의 정보통인 다방 마담 옥분을 연기한다. “극중 옥분이의 걸음걸이부터 제스처까지 김혜수 선배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밀수>에서는 박정민과 고민시의 염분(?)도 재미를 더한다. 고민시는 "처음에 대본 받았을 때는 장도리가 옥분이를 향한 마음에 대해서 저는 무조건 장도리의 일방적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장도리의 뜨거운 사랑 덕분에 장도리와 옥분이의 케미가 괜찮지 않았나 싶다.“고 말하자, 박정민은 정색을 하고 ”장도리는 겉으로는 옥분이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사실 기회가 닿으면 쉽게 마음을 주는 그런 인물인 거 같다. 옥분이가 착각하는 거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류승완 감독은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당초 김혜수와 염정아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다. 박정민과 김종수 배우는 제작에 참여했던 영화 ‘사바하’, ‘시동’을 보고 욕심을 냈다. 고민시 배우는 영화 ‘마녀’에서 매료됐었다. 세상에서 정말 저렇게 찐달걀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각각 밝혔다.
류승완 감독은 후반부 바다 밑에서 펼쳐지는 액션에 대해 ‘액션지존’의 로망을 밝혔다. “그동안 격투 장면을 많이 촬영했지만 중력으로 인한 한계를 느꼈다.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액션은 수중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지상에서 남성과 여성이 벌이는 액션의 결과는 뻔하다. 그런데 해녀들에게 유리한 배경에서 격투를 벌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 같았다”고 덧붙였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7>이 불을 지핀 올 여름 극장가는 <밀수>(7/26)를 시작으로 '비공식작전'(8/2), '더 문'(8/2), '콘크리트 유토피아'(8/9), '보호자'(8/15) 등 한국영화 대작들이 줄지어 영화팬을 찾을 예정이다.
한편 이날 류승완 감독은 OTT공세 속에 주춤한 한국극장 상황과 관련하여 "대형 스크린과 어두운 공간, 최적화된 사운드가 있는 곳에서 감상하는 게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계는 늘 어려웠다. <쉬리>로 한국영화계를 한 단계 성장시켰을 때는 IMF로 어려움을 겪을 때였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진정성에 집중했다. 진심을 담고 정성을 다해 만들려고 했다"며 <밀수>의 극장 개봉에 영화팬의 애정을 완곡하면서도 절실하게 표했다.
[사진=NEW/외유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