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아파트, 훤히 트인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부녀회장은 집값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다. 그런데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 그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람이 있다. 비명소리에 밖을 내다보던 남자. 하필, 살인범의 무시무시한 눈과 마주쳤다. 살인자는 여유 있게 이 남자가 사는 집을 확인하고 있다. 1층, 2층, 3층.... “6층이군!”
경찰에 신고하면 다 해결될 것 같은 단순한 상황. 그런데, 이 남자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영화 <목격자>이다.
2005년 유연석-문채원의 로맨틱 코미디 <그날의 분위기>의 조규장 감독이 내놓은 작품은 가장 안전하다고할 자기 집 앞마당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둘러싸고 보이는 소시민의 현실적 갈등을 다룬다.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보험설계사’라서 사건 처리의 과정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집에서 키우는 개(삐삐)가 사라지면서 엄습해오는 가족에 대한 위해가 더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독은 적절하게 경찰 내부의 적절치 못한 사건처리 방식을 보여주면서 ‘경찰도 그렇게 믿음직한 존재’가 아님을 상기시켜준다.
‘목격자’ 이성민은 소시민이지만 그렇다고 살인마저 못 본 채 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다. 감독과 배우는 ‘주저하는 목격자’의 심리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교통사고 보험처리 과정의 번잡함과 아파트주민들의 집단적 이기주의, 그리고 무엇보다 살인범의 개인적인 캐리어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강력범죄를 외면하려는 ‘소시민적 공감지수’를 높인다.
물론, 영화 후반부는 감독의 연출과잉이다. 공권력을 불신하고, 가족의 위해에 대해 직접 나서는 소시민은 더 이상 ‘지푸라기 개’가 아니다. 물론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살인범’이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것을 알려주려 했고, 동시에 아파트의 그 집만이 위험한 게 아니라 공동체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는지 모른다.
<목격자>의 배우들이 자기 배역에 충실하여 전체적인 스릴러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이성민의 열연은 ‘쉽지 않은 설정’들에 대해 공감의 빈틈을 채워나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성민이 눈 내리는 한밤의 아파트에서 소리칠 때,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섬뜩한 ’외면과 방관‘의 공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준다. 2018년 8월 15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