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비닐하우스>가 11일(화)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영화 <비닐하우스>는 비닐하우스에 살며 간병사로 일하고 있는 ‘문정’이 간병하던 노부인이 사고로 숨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이솔희 감독과 김서형, 양재성, 안소요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이어졌다.
이솔희 감독은 “<비닐하우스>는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시작이 되었다. 누군가를 돌봐야만 하는 쪽과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아야만 사는 쪽 그런 관계를 제가 좀 가까이서 내밀하게 지켜볼 수 있었던 경험이 있었고 그렇게 시작하면서 그 돌봄으로 얽힌 인물들의 깊고 어두운 욕망을 들여다보고 싶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펼쳐 나가게 됐다”라고 밝혔다.
'문정'을 연기한 김서형 배우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문정’은 피하고 싶은 여자였던 것 같다. 읽고 나서 엄청 울었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보다는 ‘문정’이 겪는 상황이 왜 꼭 착한 사람한테 와야 될까 생각을 했다”며 “양재성 선생님이 연기한 캐릭터도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뉴스에서 보고 안타까워했던 이야기들에 대해 지금 살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맞닥뜨리고 싶지 않고 회피하고 싶은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 왠지 제게 언젠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서 마주하는 게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김서형은 “‘문정’을 받아들이고 연기함에 있어서는 그냥 ‘문정’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 힘든 삶의 고초를 티 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힘든 것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삶에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사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았다. 최대한의 자연스러움을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태강’을 연기한 양재성은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다들 끙끙거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고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끙끙거리며 사는 인물을 신나게 연기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만 우리 사회에 이런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게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전하며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태강’ 캐릭터에 대해 “‘태강’이란 인물이 나하고 맞다.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작업하면서 재미있었다. 그래서 아주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 특히 후천적으로 앞을 못 보게 된 사람의 특징을 과장되지 않고 별로 티 안 나게 어떻게 연기할지 신경을 썼다”라고 전했다.
‘순남’을 연기한 안소요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재미있어서 '미쳤다'를 연발하면서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 ‘순남’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있다고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이 캐릭터에 깊게 매료가 되었다.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순남’이 악의가 없는데 천진난만함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께름칙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이런 모순이 많은 인물이라서 제가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순남’ 캐릭터에 푹 빠져서 이 인물을 사랑하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전했다.
안소요는 김서형과의 호흡에 대해 “거의 덕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선배님을 바라봤다. ‘문정’ 역할이 ‘순남’을 친절하게 대하듯 하면서도 은근히 선을 긋는데, 조금만 더 ‘문정’이 ‘순남’을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것처럼 저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동경의 눈빛으로 선배님을 봤다”라며 애정과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이솔희 감독은 “<비닐하우스>는 배우분들의 연기를 보는 게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을 한다."며 "영화가 무언가 파국을 이야기하고 있고 모든 인물들이 좀 부서진다는 표현도 맞지만, 조금 나쁜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문정’ 같은 인물들이 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조금 이기적이지만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영화에 대해 전하며 관심을 당부했다.
언론 시사회와 기자 간담회를 성황리에 개최하며 개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비닐하우스>는 7월 26일 개봉한다.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트리플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