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지난 주에 이어 <궁금한 단편들> 두 번째 상영(!)이 이어진다. 서정신우 감독의 <고란살>, 형슬우 감독의 <그 냄새는 소똥냄새였어>, 이은정 감독 <치욕일기> 등 세 편이 시청자를 찾는다.
서정신우 감독의 <고란살>은 특별한, 혹은 보기에 따라선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한 남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 첫 장면은 정원(이유영)이 사주관상을 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명리학자’(점쟁이)는 정원에게 “고란살이 있네. 땅에 등을 대고 살 일이 없는 사주야. 딱히 어디 갈 데도 없고. 마침 올해 떠날 운이 있네.”란다. 정원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만으로 훌쩍 떠날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사주를 본 것은 오빠(원태희)였기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빠는 오래 전 사기를 당했고, 사업이 망해서 여동생 집에 몇 년 째 얹혀사는 형편이다. 여동생은 그런 오빠가 안쓰럽다. 오빠가 얼른 힘내어 집에서 나가, 활력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사주풀이에서 고란살(孤鸞殺/煞)은 고독한 ‘난’(鸞) 새의 액운을 타고났단다. ‘란’이란 새는 고대 중국에서 전해지는 전설의 새이다. 봉황처럼. 그 새가 홀로 외로이 먼길을 떠난다는 것이다. 오빠에게 어떤 사연이 있어서 저런 형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외지에서, 힘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주는 남매의 정이 애틋하다. ‘사주풀이’까지 등장했으니 이들의 운명은 정해졌는지 모른다. 감독은 정해진 명운을 따르는 젊은이들의 외로움, 좌절, 불운, 비극을 영화에 담으려 하지 않는다. 여동생이 대만으로 훌쩍 떠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작 집을 떠나, 길을 떠나, 대만을 찾은 것은 오빠이다.
오빠는 대만에서 좌판에서 묵묵히 우육면이라도 먹는 모양이다. 한국에선 여동생이 밥상을 차려놓고 묵묵히 밥을 떠먹는다. 힘들어도, 운명이더라도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가고, 오늘 지금, 밥 한 숟가락을 드는 것이다. 밥을 먹다 보면, 음식을 씹다보면 ‘고란살’은 풀릴지 모를 일이다. 이유영이 뜨기 전에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오늘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고란살>외에 두 편의 단편영화가 더 방송된다. 형슬우 감독의 <그 냄새는 소똥냄새였어>는 긴장감 넘치는 코미디이다. 단역급 배우인 민지(공민정)와 한나(김한나)는 친한 친구이며 동시에 준호 선배(조형래)를 좋아하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이 함께 차를 타고 바다로 향한다. 고속도로 위, 뒷자리의 준호선배는 헤드폰을 쓴 채 곡 작업에 빠져있다. 앞좌석에서 삶은 계란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민지와 한나. 갑자기 자동차 안에서 심상찮은 냄새가 난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가 방귀를 끼었다며 자존심과 함께 오스카급 연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 막장드라마를 능가하는 초절정 생활연기가 이어진다. 결론이 궁금해 지는 단편이다.
이은정 감독의 <치욕일기>는 가난한 현실 속에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연경과 희수의 연애기록이다. 사진작가의 조수로 일하는 여자는 작가가 맡겨둔 카메라를 잃어버리는 상황에 처한다. 비싼 카메라 값을 물어주기 위해 남자가 또 다른 카메라를 훔치는 사고를 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