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대지진이 발생했다. 모든 곳이 폐허가 된다. 재난 속에서 서울 황궁아파트만이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몰려온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황궁의 주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올 여름 개봉하는 한국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이다.
21일 오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엄태화 감독과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했다. 영화는 김숭늉 작가의 인기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가려진 시간’이후 7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 엄태화 감독은 "4년 전쯤 원작 웹툰을 봤는데 기존 재난물과 다르게 느껴졌다. 대지진의 배경이 아파트라는 설정이 특별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파트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이라면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에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면서 각색했다“며, ”제목을 바꾼 이유는 박희천 작가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입문서'라는 책을 보았다. 아파트가 한국에 자리 잡고 지금의 형태가 됐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인데, 우리 영화에서 하는 이야기와 맞닿는다고 생각해 처음 ‘가제’로 사용하다가 더 나은 제목이 없는 것 같아서 작가의 허락을 받고 영화제목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대재난이 일어난 뒤, 유일한 안식처인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몰려들자 주민들은 '아파트는 주민의 것, 주민만이 살 수 있다'며 바리케이드를 친다. 902호 주민 영탁은 '투철한 희생정신'을 인정받아 새로운 주민 대표로 선출되어 외부인으로부터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게 된다.
영탁을 연기한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단순한 재난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의 재난 영화라면 러닝타임 내내 재난 상황이 이어지지만, 이 작품은 재난이 벌어진 후 사람들이 어떻게 버텨나가는지를 그렸다. 휴먼이나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극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뭉친다해도 다들 성격이 달라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의 이기심, 잔인함을 보는 경우도 있다. 영화 속 상황은 극단적이지만, 개인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지점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박서준은 602호 주민 민성을 연기한다. 모든 것이 무너진 지금, 사랑하는 아내 ‘명화’(박보영)와 함께 생존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의경 출신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으로 본의 아니게 주목을 받게 된 ‘민성’은 방범대 반장을 맡게 된다. “이병헌 선배의 팬이라 꼭 함께 작업해 보고 싶어서 출연을 강하게 어필했다"며 ”민성은 그동안 했던 역할과 많이 다르다. 많은 감정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다. 섬세하게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민성의 아내 명화 역의 박보영은 극중 간호사를 연기한다. ”현장에서 자문해 주시는 분도 있었고, 간호사 친구에게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워낙 대형 재난이고 거의 모든 것이 무너진 뒤라 한계가 있는 상황이지만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김선영은 주민들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행동파 아파트 부녀회장 금애를 연기한다. 박지후는 대지진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생존해 홀로 황궁 아파트로 돌아온 혜원을, 김도윤은 재난상황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로 고립되어가는 주민 도균을 연기한다.
이날 화제가 된 것은 배우들이 앞 다투어 이병헌 배우의 연기에 대해 찬사를 펼친 것. 박보영은 ”시나리오에 '이상한 소리를 낸다'라는 지문이 있었는데 선배는 상상도 못한 연기를 하시더라. 그런 걸 100개는 준비한 것 같았다. 눈빛 연기를 할 때는 순간 안구를 갈아 끼운 것 같이 완전 다른 눈빛을 보여주더라.“고 말해 레전드 어록을 남겼다.
‘이병헌영화’라는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다는 김선영 배우의 찬사에 이병헌은 "저도 김선영 배우에게 큰 에너지를 느꼈다. 따귀를 맞는 신이 있는데 30년 연기 인생 중 최고였다. 심지어 발차기보다 강했다. 맞는 순간 여기가 어디지 생각이 들만큼 잠깐 기절을 경험한 것 같다. 영화를 디테일하게 보시면 제 동공이 벌어지는 장면이 보일 것"이라고 말해 큰 웃음이 일었다.
한편 제작보고회 말미에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장상황에 대해 이병헌은 ”압도되는 사운드나 장면들을 극장에서 보는 것과 TV로 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OTT를 통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콘텐츠가 인기 있는 건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장을 사랑하는 관객이 줄고 모든 영화나 시리즈를 TV로 보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고 밝혔다.
엄태화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눈빛과 영혼을 갈아넣은’ 이병헌의 연기,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균 등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지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8월 개봉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