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끝나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어요. 저는 행복했어요.” JTBC수목드라마 ‘나쁜 엄마’의 최종회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돼지 엄마’-‘검사 최강호 엄마’-‘나쁜 엄마’ 진영순을 연기한 라미란 배우가 마지막 소회를 털어놓았다. 어릴 때 자신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모든 가족을 잃었고, 신혼의 행복감도 느끼기 전에 돼지농장 방화사건으로 남편(조진웅)을 잃었고, 하나뿐인 아들(이도현)이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에 기억상실까지 된 믿을 수 없는 불행의 삶을 살아온 ‘나쁜엄마’는 마지막 회에서 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고달팠던 삶을 조용히, 평온하게 마감한다. 하늘나라에서는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만나 ‘결국엔 모든 것이 행복했다’고 끝없는 수다를 나눌 것 같은 라미란 배우를 만나 드라마 ‘나쁜 엄마‘를 떠나보내는 소감을 들어보았다.
Q. 아이를 훌륭한 검사로 만들었다. 다그치는 엄마를 공감하는지.
▶라미란: “영순의 삶을 보면 쉽게 공감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아픔을 겪는 인물이다. 그런 인생을 상상해 보았다. 사람이 어디까지 무너지고, 어느 정도 독해질 수 있을까. 그렇게 상상은 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해나 공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자식교육은?) “방임형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좋은 엄마이다. ’이런 엄마 없지?‘ 그랬더니 ’그건 그래!‘하더라.”
Q. 어찌 보면 많이 보아온 스토리일 수도 있다. 흔한 복수하는 이야기이고, 여자주인공은 고난 끝에 행복을 얻는다. 그런데 대단한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라미란: “처음 대본을 보면서 진부하고 올드한 스토리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나쁜 엄마?‘ 이거 뭐야? 남편 억울하게 죽고, 검사 아들이 저렇게 되고. 그런데 읽으면서 새롭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빠져들게 되더라. 마을사람들, 쌍둥이 이야기 보면서 ’애네 뭐야?‘ 했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런 과정이 계속 이어진다.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어지더라. 올드하고 진부하면 어떤가. 집중력 있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우리 애가 일어설까? 계속 보게 되더라.”
Q. 매 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라미란: “촬영현장에서 ’다중인격자‘ 소리도 들었다. 휠체어 탄 아이를 강물에 밀어 넣을 때는 ’영순이 또 급발진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전체 스토리를 두고 영순의 감정을 나누지는 않았다. 한 신, 한 회 안에서 이야기를 읽고 덩어리를 연결하려고 한다. 그렇게 감정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영순의 접근 방법이다. 전체를 끌어간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신 하나에 집중하면 된다. 나머지는 연출자와 작가가 짜놓은 구도 안에서 하는 것이니. 창조해낸 사람에 비하면 연기자는 편한 거다. 만들어놓은 것을 하면 되는 것이다.“
Q. 감정 연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상황에 이입하는지.
▶라미란: 처음엔 (이)도현이가 엄마가 이상하다고 그랬다. 그것이 저만의 (연기) 방법인 것 같다. 감정 신에 집중할 때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면 오히려 힘들어진다. 그냥 편하게 놀고 장난치다가 슛 들어가면 한 번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빨리 해내고 다음 준비하는 것이 내 방식이다. 다들 연기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가라앉히는 배우도 있다. 도현이도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하더니 어느새 자기도 그렇게 하고 있더라. (습득이) ’빠른데~‘ 말했다.“
Q. 아들을 연기한 이도현 배우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라미란: ”이도현 배우와는 처음 연기를 같이 했다. 이전에 다른 작품하면서 모자 연기를 펼친 적은 있지만 이런 아들은 없었다. 오랜 시간 호흡을 같이 맞추는 게 좋았다. 잘 맞았다. 오랜만에 상대배우의 눈을 보며 연기하는 것이 좋았다. 슛 들어가기 전에 장난치다가도 바로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배우였다. 앞으로 훨씬 더 잘 될 것 같다. 서로 ’눈물버튼‘이라고 했다. 제작발표회 때도 말했지만 매회 눈물이 나는 연기를 펼쳐야했다.“
Q. 시청자들이 보면서 재밌고, 행복한 드라마였다. 좋은 반향을 일으킨 좋은 드라마이다. 출연한 배우로서의 소감은?
▶라미란: ”배우로서 한 작품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내게 있어선 모든 작품이, 잘 되었던 그렇지 못했던 이미 지나간 작품이다. 촬영하면서 행복했다. 방송을 재밌게 잘 봐주시면 너무나 감사하다. 내게 의미를 찾기보다는 좋은 기억과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항상 다음을 생각한다. 이만큼 좋았던 작품을 만나는 것이 확실히 쉽지는 않다.“
Q. 라미란 배우는 코믹한 조역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런 진중한 연기는 처음인 것 같다.
▶라미란: ”진중한 것은 다 안 되더라. 나름 머리를 써서 다른 색깔의 작품을 해볼까 했는데 잘 안되더라. 이번 작품에서는 코미디를 없앴는데 많이 봐주셨다. 이전엔 ’배꼽도둑‘이라 했는데 이런 진중한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작품이 잘 되니 기억하는 것 같다. 대본을 너무 재밌게 봤었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 그랬다. 대본 보면서, 촬영하면서 그렇게 느껴지더라. (시청률로 보아) 잘 안되더라도 우린에겐 웰메이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 본인과 가장 근접한 캐릭터는 무엇인가.
▶라미란: ”나와 가장 근접했던 것은 ’응답하라 1988‘에서의 ’치타여사‘인 것 같다. 정말 코미디를 하면 힘이 든다. 톤을 업 해야 하고, 말을 빨리 해야할 때 너무 힘들다. 나는 가라앉은 사람인데 애써 해내야하는 것이 있다.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어렵다. 그리고 뭔가 재미있는 것을 나에게 바랄 때. 이건 재밌는 장면이 아닌데 어떻게 하지? 힘든 작업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이번엔 조우리 사람들이 다 재밌는 캐릭터라서 전 웃기만 하면 되었다.“
Q. 라미란의 성격은?
▶라미란: ”젊었을 때는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는 계속 웃음소리가 나야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라도 분위기가 좋아야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씩 내려놓다보니까 바뀌는 것 같다. 현장에서는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너 이름이 뭐니 물어보고 그랬는데 이젠 낯을 가리게 되더라. 이게 유명세라는 거겠죠?(하하하).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눈을 안 마주치게 된다. 살면서 변하는 것 같다. 정말 많이 얌전해졌다. 컴다운하려고 노력한다. 인터뷰할 때는 정말 조심스럽게 한다. 거침없이 이야기하다보면 실수도 하더라고요. 사람이 뜨면.. 이런 이야기도 하면 안 되는데..“
Q. 영순의 삶은 힘들었다. 병도 깊고. 죽음을 앞둔 사람이 그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라미란: “저는 너무 많이 느껴지더라. 강호가 검사가 된 것도 좋았고, 입양동의서를 내밀 때도 ’네가 행복하다면..‘ 도장을 찍어준다. 아이가 그렇게 되어 왔을 때. 아이가 다시 깨어났을 때도, 밥을 먹기 위해 손을 움직이는 순간에도.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보다 몇 배는 될 것이다. 아픔이 클수록 보상이 큰 것 같다. 영순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였지만 곧 깨닫는다. 목을 매다가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선택을 했는지 깨닫는다. 상황을 비관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더라. 그런 신을 찍을 때마다 짜릿함을 느꼈다. 아이가 손을 움직일 때, 걸음을 옮길 때 전율을 느꼈다.”
Q. 영순의 아픔을 연기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나. 느낀 게 있을 것 같다.
▶라미란: “저도 파란만장했다. 지금까지는 나 자신을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골치 아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고민도 안 한다. 놀다가 대사만 외워서 현장에 나간다. 가면 다 만들어주니까.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 너무 행복하다. 녹초가 되어 집에 와도, 내일 새벽에 또 나가게 되지만 행복하다. 연기를 하며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니까 재밌다. 언제 영순이 같은 인생을 살아보겠나. 내 아들에게선 이런 걸 느낄 수 없으니. 그런 인생의 부침이 없으니 그만큼의 희열도 없을 것이다. 작품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인간 라미란 으로 너무 행복한 게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응도 좋고, 드라마 끝나고 인터뷰 하는 것은 <응팔>이후 처음이다.”
Q. 강호한테 달려갈 때 신발도 안 신고 뛰쳐나오는 장면이 있다. 즉흥연기라는데, 라미란 배우는 애드리브도 많이 할 것 같다.
▶라미란: “감정에 충실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정신없이 뛰어나가는데 슬리퍼 찾아 신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 대단한 아디이어도 아니다. 그리고 저는 애드리브를 안 좋아해요. 예전에 내 대사가 끝나도 감독님이 컷을 안 하고 있으면 ’왜 안 해? ‘ 이런 말을 했다. 그런 게 재밌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난 철저히 대본에 의존하는 편이다. 이걸 어떻게 잘 살릴지가 중요한 것이지 내가 애드리브로 덧붙이는 것은 흐름을 깰 수도 있다고 본다. 요즘에는 감독님이 컷을 안 하면, 그냥 가만히 멈춤 자세를 유지하고 기다리고 있다.”
Q.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는지.
▶라미란: “휠체어 끌고 물에 넣는 장면이 힘들었다. 강가에서 휠체어가 안 굴려가서. 합판을 대고 시도해도 바퀴가 빠졌다. 그래서 한 번 더 빠뜨리고 그랬다. 편집에서는 그냥 물에 들어가더라. 비를 맞으면 찍는 장면도 힘들었다. 도현이가 하루 종일 물에 빠져 파르르 떨었다. 원래는 없었는데 내가 물로 달려갔다. 그게 애드리브라면 애드리브이었다. 수영 치료 장면도 힘들었다. 사실 모든 신들이 쉽지는 않았다.”
Q. 배우의 입장에서 배세영 작가의 대사를 어떻게 체화했는지.
▶라미란: “제가 어느 정도 영순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할까, 어떤 흐름에서 이런 입장이 될까를 고민하다보면 어느 순간 작가가 그려놓은 영순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준비 안하고 현장 간다는 말은 그런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생각 안하고 간다. 그 말(대사)을 내뱉는 순간 영순이니까. 대사만 잘 외워 가면 된다. 토씨 안 틀리려고 한다. 그런데 이젠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금방 까먹고..”
Q. 최근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작품 중에는 40대, 50대 여배우들이 동년배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많은 공감을 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번 작품도 그런 것 같다. 배우로서 생각은 어떤지.
▶라미란: “그런 이야기가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요즘 시청자를 많이 세분화하더라. ’2049‘가 많이 시청하는 작품이다. 요즘 보면 시청하는 패턴도 달라졌다. 짤막한 영상으로도 많이 보는데 이 작품을 그렇게 보면 힘들다. 집중하며 봐야한다. 언니(배우)들 뒷배가 든든한 것 같고, 그만큼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해주는 것 같다. 요즘 이런 이야기가 흐름인 것 같다. 그런 콘텐츠 트랜드에서 잘 살아남도록, 시류에 잘 편승해야겠다. 안주하려고 하지 않는다. 쉬면 안 불려줄 것 같기도 하고,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쉬지 않고 일을 하려고 한다.”
Q. 가족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보았는지.
▶라미란: “저희 식구들은 제가 나온 것 안 본다. 제 연기에 대해 아무 말 안 해 주는 게 좋다. 조진웅이랑 뽀뽀하는 것 보고 뭐라 할지도 모르는데 잘 됐다.” (라미란은 조진웅의 한 살 누나이다!)
Q. 본인은 자기 작품을 보는지. 자기가 연기하는 걸 보기 싫어하는 배우도 있다.
▶라미란: “저는 제 작품을 다 봐요. 제 연기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너무 재밌으니. 웬만하면 드라마 다 본다. 남의 드라마도. 그래서 매일 밤을 새고, 촬영갈 때 너무 힘든 모양이다.”
Q. 트랜드 쫓아간다고 했는데 요즘은 어떤 음악 좋아하는지.
▶라미란: “르세라핌, 에스파. 요즘에는 ’나쁜 엄마‘ OST 듣는다. 이문세의 ’사랑을 말해요‘에 푹 빠졌다. 폴킴이랑 멜로망스, 김푸름 ‘Good Night’ 너무 좋아요.”
Q.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라미란: “엉망이죠. 체력이 엉망이다. 원래 힘이 좋아서 여태 버텼는데 조금씩 무너지는 게 느껴져요. 먹고 자고 그러니. 이제부터 운동을 해야겠다. 숨쉬기만 한 셈이다. (캠핑은?) ”그건 운동 안 돼요. 가서 먹고 가만있으니. 장작도 안패고. “
Q. 연기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라미란: "죽을 때까지 하는 것. 내가 온전한 정신으로 연기할 수 있는 게 저의 꿈이고 목표이다.“
Q. 드라마를 끝내 놓고 본 ‘나쁜 엄마’의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지.
▶라미란: "제목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것은 강호가 초등학교 때 소풍 못 간다고 불참사유에 ‘나쁜 엄마’라고 쓰는데 그때는 정말 영순 이는 아이에게 나쁜 엄마일 것이다. 영어 제목이 ‘The Good Bad Mother’이다. 이게 뭐지? 아이러니 하지만 다 나쁜 엄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쁜 엄마라고 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쁘다고 엄마가 아닌 것 아니니까. 강호에겐 어쩌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가여운 엄마가 아니었을까. 강호가 일기장에 ‘아버지의 복수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모질게 살 수밖에 없었던 엄마 때문’이라고 쓴 것을 보면 잘 키웠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르게 컸구나, 세상을 바르게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구나 생각했다. “
Q. 차기작품은?
▶라미란: :이 머리로 찍는 게 있고, 9월에 또 다른 작품, 영화랑 드라마 시작할 예정이다.“ (하이파이브는?)”개봉을 하겠죠? 후반작업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이다. 후반작업이 아직 안 끝났다. 잘 마무리해서 개봉을 해야겠죠. “ (‘하이파이브’는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다.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는 것은 부끄러워(?) 하면서도 매일 인터넷으로 시청률 찾고, ‘나쁜 엄마’를 계속한다고. “시청자들이 잘 보고 있는지, 어떤 반응인지 궁금하다. 정말 쓸데없는 것까지 다 찾아봤다”고 덧붙였다.
라미란,이도현,안은진과 함께 서이숙, 김원해, 장원영, 강말금, 박보경, 백현진, 홍비라, 유인수, 정웅인,최무성 등 모든 배우들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JTBC 드라마 <나쁜 엄마>를 끝낸 라미란 배우는 후속 작품을 찍고 있다. 라 배우는 탈색과 염색을 한 머리를 숨기기 위해 모자를 꾹 눌러쓰고 인터뷰에 응했다. 차기작 촬영 중이란다. ’나쁜 엄마‘ 다음에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나보게 될지 벌써 기대된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