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 (궁유정 감독)
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단편소설과 만난 단편영화 두 편을 만날 수 있다. 김경욱 작가의 [빅브라더]와 황정은 작가의 [낙하하다]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이들 작품은 서울국제작가축제(2021)가 10주년을 맞이하여 국내소설을 오마쥬한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로 완성된 작품이다.
궁유정 감독의 <빅브라더>는 김경욱의 단편소설선 『소년은 늙지 않는다』에 수록된 단편 <빅브라더>를 기반으로 한다. 단편 <마감일>과 <창진이마음>로 재기발랄한 이야기꾼의 재능을 보여준 궁유정 감독이 김경욱의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영화로 만들었다.
<빅브라더>는 닮은 데가 없어 보이는 형과 동생, 그리고 이들과 동행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여자는 동생의 여친이다. 여자친구는 형이 소설가라는 말에 만나보고 싶다고 했고, 그것 때문에 그들의 데이트에 형이 동행하는 것이다. 동생은 형에게 당부한다. 자기 여친 앞에서 이상한 소리나 엉뚱한 행동하지 말라고. 여름날,이렇게 만난 세 사람. 하늘은 쨍쨍한데 갑자기 형이 비가 올 것 같다고 말하고, 뭘 먹을지 고르다가 형의 말에 따라 백숙을 먹으러 간다. 동생이 식당을 알아보는 사이, 여친이 형에게 관심을 표한다. 형은 하늘을 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 여친의 모자가 높다란 나무 위에 걸려버린다. 동생이 장대를 구해서 돌아오니 모자는 어느새 여친 손에 쥐어져있다. 형이 날아서 모자를 갖다 줬다고? 형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혹은 무슨 말을 할지 동생의 불안을 커져만 가고, 그것 때문에 여친과의 언쟁은 높아만 간다.
영화는 묘한 남녀관계의 흥미로운 구석을 파고든다. 남녀는 일반적인 애인관계일까? ‘형’이란 존재의 엉뚱한 기행 때문에 신뢰관계가 깨어질까. 원작소설은 동생 시점에서 형의 꼬마 시절부터 마흔 넘어서의 삶을 보여 준다. 궁유정 감독의 단편영화에서는 원작에서 성인 시절 일부분을 가져와 새롭게 꾸민다. 삼각관계도 아닌, 불륜은 더더군다나 아닌 형제의 기싸움을 담고 있다. 형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권능을 가졌는지는 미스터리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 한번쯤은 가졌을 상상, 망토 하나만 걸치면, 혹은 우산 하나로 하늘을 나는 슈퍼맨일 될 수 있다는 망상의 이야기를 할지 모른다. 형은 소설가가 되었고, 동생은 그런 형이 불안한 모양이다. 어쩌면 형이 가진 확인할 수 없는 능력에 대한 동생의 불안감일지 모른다. 궁유정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부끄러움을 가장한 열등감”이라고 간단하게 소개했다.
동생을 연기한 배우는 독립영화에서 자주 만나는 박종환 배우이다. 신경질적인 연기를 실감나게 펼친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형은 영화감독이기도 한 ‘이승원’이다. 덩치만으로도 <빅브라더>의 아우라를 남긴다. 이승원감독은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작품을 거쳐 <세 자매>의 감동을 안긴 감독이다. 배우 김선영의 남편이기도 하다. <빅브라더>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혹시 천재이거나 초인일지 모르는 미스터리한 존재감을 잘 연기한다.
▶빅브라더 ▶원작: 김경욱, 「빅브라더」, 『소년은 늙지 않는다』 ▶출연: 박종환, 이승원, 장선 ▶촬영:조영천 ▶제작:궁극 ▶시간: 32분
빅브라더 (궁유정 감독)
■■ 인터뷰 ■■ 궁유정 감독, ‘빅브라더’ 영화에 관해 궁금한 것들
Q. <빅브라더>는 어떻게 연출하게 되었나.
▶궁유정 감독: “서울국제작가축제(2021)가 10주년을 맞이하여 국내 소설을 오마쥬한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연출하게 되었다.”
Q. 김경욱 작가의 원작 소설 그대로 제목을 가져왔다. 어떤 점을 중점으로 영화화 하려고 하였는지.
▶궁유정 감독: “동생과 형의 미묘한 갈등을 표현하고 싶었다. 소설을 읽고 형이 너무 매력적이고, 실사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 옮기면서 ‘형’이라는 인물의 매력을 잘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동생이 형을 왜 질투하는지, 왜 열등감을 느끼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다시 읽으면서 형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는 영화나 소설을 볼 때 평범하지 않은, 어딘가 불안해 보여서 무슨 일을 저질러 버릴 거 같은 인물한테 시선을 빼앗기는 거 같다. 동생과 형의 매력을 박종환 배우와 이승원 감독(세 자매, 소통과 거짓말 외 연출)이 잘 살려주셔서 너무 기쁘다.”
Q. 박종환, 이승원, 장선 배우에 대해서.
▶궁유정 감독: “장선 배우는 언제나 저에게 캐스팅 섭외 1순위이다. 박종환 배우는 오래 전부터 꼭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보내드렸는데 재밌게 봐주시고 흔쾌히 출연에 수락해주었다. ‘형’ 캐스팅이 가장 난관이었는데, <세 자매> 촬영을 하신 조영천 촬영감독이 이승원 감독을 추천해주었다. 마침 박종환, 장선 배우 모두 이승원 감독과 인연이 있었고, 모두들 이승원 감독에게 시간 차를 두고 전화를 해서 힘을 실어주셨다.”
Q. 영화 속에서 형의 ‘비행’(飛行)은 중요한 요소이다.
▶궁유정 감독: “형이 날 수 있다는 것은 소설 속에서도 중요한 설정이었다. 그러나 소설의 형은 진짜 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영화의 형은 실제로 날 수 있는 판타스틱한 인물로 설정하였다. ‘형이 정말 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미스터리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그로 인해서 이야기의 의외성을 주고 싶었다.”
빅브라더 (궁유정 감독)
Q. 원작 소설에서 가져오지 못한 것 중에 영화에 담고 싶었던 것들이 있다면.
▶궁유정 감독: “소설 속에서 세 사람은 밥을 먹고 번지점프를 하러 간다. 저는 소설의 그 순간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번지점프를 하는 곳에서 동생과 여자 친구가 결별하게 되는 순간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희가 촬영을 하는 기간이 여름 휴가기간이었고, 번지점프 체험하는 곳은 성수기라 장소 섭외를 할 수 없어 포기하게 되었다. 만약 예정대로 번지점프 상황이 영화에 담겼다면 좀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Q. 원작자인 김경욱 작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유정 감독: “영화 제작 과정에서는 김경욱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소설가님은 소설이 영화화 되는 것을 전적으로 저에게 맡겨주셨다. 서울국제작가축제 때 완성된 영화를 보시고, “제 소설을 영화화 한 것 중에 최고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주셨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장소 섭외, 날씨 문제 등등 되는 게 너무 없어서 정말 힘들었는데 소설가님의 그 말씀을 들으니 너무 뿌듯하고 기뻤다.“
Q. <빅브라더> 이후 근황을 전해주신다면.
▶궁유정 감독:“ 먼저 <창진이 마음> 이후로 오래간만에 독립영화관 시청자분들에게 인사드리는 것 같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도 쓰고, 운동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고, 저는 여전히 장편 영화를 꿈꾸고 있다. 시나리오도 완성됐는데 예산을 모으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시작도 못하고 있다. 최근에 한태의 감독과 ‘2023 다양성문화제’ 개막 영상을 단편 영화로 제작했는데, 직접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카메라 속에서 저의 얼굴이 재밌어 보인다고 평가해주셨다. 올해도 장편영화를 찍는 건 힘들겠다 싶어서 단편영화를 찍을 계획이다. 그리고 시리즈물 기획안을 쓰고 있는데 이것까지 완성한다면 나름 뿌듯한 2023년이 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는 시청자분들에게.
▶궁유정 감독: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봐주신 시청자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 제가 곧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서 곧 찾아뵙겠습니다. 영화관 또는 OTT에서 여러분들에게 선보일 날을 고대하며 절대 멈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궁유정 감독과의 인터뷰는 KBS독립영화관 송치화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