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된 픽사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를 감독한 피터 손 감독의 신작 <엘리멘탈>이 내달 한국에서 개봉된다. <엘리멘탈>은 지난 주 막을 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던 작품이다.
영화 <엘리멘탈>은 피터 손 감독의 상상력에 개인적 가족사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엘리멘탈 속 세상은 이른바 물질의 4원소로 이뤄진 세상이다. 즉, 모든 캐릭터는 불과 물, 공기와 흙의 형상을 띄고 있다. 그중 주인공 엠버는 불(火)의 패밀리이다.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정열적 모습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치 뉴욕항을 통해 미국으로 이민 오는 이민족처럼 이곳에 흘러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가족 사업을 하고 있다. 별일 없으면 하나뿐인 피붙이인 엠버가 가게를 이어받아 장사를 계속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집 지하실 배수관이 터지면서 물의 종족 웨이드가 등장한다. 이제 로미오와 줄리엣도, 청군과 백군도 아닌, 물과 불이라는 결코 결합할 수 없는 ‘듣보잡 케미컬’ 로맨스가 펼쳐진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연출을 맡은 피터 손 감독과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이채연 애니메이터가 참석했다. 피터 손 감독은 <굿 다이노> 개봉당시 한국을 찾아 ‘픽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크리에이터’의 위상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실력을 인정받아 다시 한 번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피터 손 감독은 “학교 화학시간에서 본 주기율표에서 영감을 얻어 ‘엘리멘탈’을 기획했다. 내 눈에는 주기율표에 자리한 원소들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가족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렇다고 내가 그런 원소들을 가지고 웃기게 만들 순 없기에 가장 기본적인 원소인 물, 불, 흙, 공기 네 가지 원소를 소재로 삼았다”고 영화의 출발점을 밝혔다.
피터 손 감독은 1960년대말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이민자 커뮤니티 정서가 전편에 걸쳐 드러난다. “극중 파이어(Fire) 타운은 이민자 구역인데, 뉴욕에서 자랐던 경험을 작품에 담았다. 뉴욕에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산다. 그렇다고 특정 문화를 레퍼런스 삼아 파이어 타운을 만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피터 손 감독과 함께 불, 물, 흙, 공기라는 캐릭터를 창조한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각 원소의 특성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자 고민을 많이 했다. 엠버는 사람 몸에 불이 붙은 것이 아니라, 불 자체라는 설정으로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엠버(불)와 웨이드(물)와 결혼하게 되면 아이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라는 돌발 질문에 피터 손 감독은 “스팀 베이비!”(수증기)라고 답했고,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미지근한 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피터 손 감독은 “어릴 때부터 숙제해야할 책에 그림을 그렸었다. 부모임은 애니메이터가 되는 것을 처음에는 반대하셨다.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에 아버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부모님의 사랑과 추억을 모두 이 영화에 담았다. 부모님이 자란 한국에 이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다”고 한국 개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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