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가합니다' (김성환 감독)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김성환 감독의 <오늘 출가합니다>가 시청자를 찾는다. 시의적절한 편성이다 아니할 수 없겠다. ‘출가’(出家)라 함은 세속의 번뇌를 모두 끊고 법문, 즉 불가로 귀의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인 중년의 남성이 출가하는 며칠의 사정을 보여준다.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까. 흔히 말하는 대승적 결단일까.
성민(양흥주)은 출가를 결심하고 친구들과 마지막 저녁자리를 가진다. 친구들은 성민의 처지나 성향을 아는지 따뜻하게 그를 대해준다. 성민은 친구 진우(나현준)에게 자신이 가고자하는 절, 태웅사까지 바래다달라고 부탁한다. 영화일을 하는 진우는 시나리오 문제로 정신이 없지만 절친의 특별한 부탁인지라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승복(가사)까지 마련했지만 주지스님으로부터 거절당한다. ‘나이가 많다고.’ 어이없는 이유로 출가를 거절당한 성민은 진우와 함께 다른 절을 찾아간다. 그 사이 진우는 준비 중이던 영화가 엎어질 위기에 놓인다. 둘은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그 여정에 옛 지인을 만나 잠깐 숨을 돌린다. 또 다른 절에서 또 다시 어이없는 거절을 당한 성민은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아내와 딸을 만나지만 속세의 인연은 뜬구름 같다. 하루를 같이 보낸 뒤 성민은 마침내 머리를 깎고, 법문에 귀의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친구와 딸이 스님이 된 그를 찾아온다. 성민 대신 ‘한수’라는 법명을 가진 그가 옛 인연을 위해 축원을 올린다.
'오늘 출가합니다' (김성환 감독)
영화 <오늘 축원합니다>는 불가(佛家)의 사연과 법문(法門)의 인연을 펼치는 드라마이다. 사바세계의 성민에게 어떤 번뇌가 있기에 모든 연을 끊고 절로 들어가려고 했을까. 아내가 중병일까, 딸이 마에 끼었을까. 사실, 성민의 친구는 인간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관련 일은 제대로 안 되거나, 혹은 뚜렷한 이야기는 없지만 자신의 몸에 커다란 결정을 한 친구도 등장한다. 그리고, 두 번 보게 될 때 그 존재를 알게 되는 ‘민호’라는 친구도 있다. 영화 초반부 성민의 환송회 저녁자리에서 흰 티를 입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뒤에 성민은 진우에게 그 민호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 축원을 할 때 ‘민호’에 대해서도 극락왕생을 말한다.
질긴 악연과 모진 인연, 그리고 사사로운 정을 끊고, 부처님의 품에 귀의한 한수 스님이 성불하시길. 영화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준다. 양산 통도사가 위치한 영축산/영취산(靈鷲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불교 의식 발원문에 등장하는 ‘복덕구족(福德具足)’을 이야기한다.
성민을 연기한 배우는 <춘천, 춘천>, <남매의 여름밤> 등의 작품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양흥주 배우이다. 여하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KBS 독립영화관은 아주 특별한 영화를 편성했다.
참, 선문답이지만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많은 보살님들은 그곳이 서쪽인줄 알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