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영 감독이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를 거쳐 113억 원 규모의 대작 <독전>으로 돌아왔다. 두기봉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마약 조직의 베일에 싸인 수장 '이 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와 조직에서 버림받은 의문의 생존자 락의 위험한 공조를 다룬다. 영화는 '이 선생'이라는 미스터리한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카리스마를 지닌 캐릭터들의 전쟁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독전>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다. 조진웅은 집착에 가까운 형사 원호의 결기를 완벽하게 표현하며, 류준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락의 복잡한 내면을 절제된 연기로 소화한다. 특히 고(故) 김주혁이 연기한 길림성의 마약왕 하림과 진서연의 광기 어린 연기는 관객의 숨을 멎게 할 만큼 강렬하다. 여기에 "믿음"을 강조하며 코믹함과 잔혹함을 오가는 차승원의 존재감은 극의 결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이해영 감독은 피비린내 나는 액션 속에서도 개인의 자아와 허망한 목적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일생의 과업이었던 '이 선생'을 잡기 위해 달려온 형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마지막 노르웨이의 설원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는 평화로우면서도 서글프다. "살면서 행복했던 적이 있냐"는 물음은 관객에게 영화가 달려온 지독한 여정 끝의 허무와 평온을 동시에 안긴다. 설원을 가르는 총성 한 발과 함께 관객은 저마다의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