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효현(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나 채명량(차이밍량) 영화로 대표되던 대만영화의 아우라는 진작에 사라졌다. 최근 한국영화팬에게 대만영화란 아련한 그 시절의 추억과 첫사랑을 강조하는 말랑말랑한 노스탤지어 감성영화가 대세이다. 해마다 부산과 부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를 통해 빠뜨리지 않고 대만의 그런 최신 감성영화가 소개된다. 영화제를 통해 충분히 입소문이 난 영화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도 극장에서 꼭 개봉된다. 비록 보는 사람은 제한적이지만, 본 사람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도, 대만을 여행하며 지우펀의 아날로그적 풍광과 101타워의 현대적 아름다움, 그리고 각종 먹거리와 함께 묘하게 겹치는 회고적 동질감을 대만영화에서 느끼는 모양이다.
16일 개봉하는 대만영화 <안녕, 나의 소녀> (감독: 사준의 원제: 帶我去月球/Take Me to The Moon)도 그런 대만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원제는 ‘나를 달나라로 데려다 줘’(帶我去月球)이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제목 소개부터 해야할 것이다. “나를 달나라로 데려다 줘”는 대만에서 히트친 노래의 제목이다. 이른바 사대천왕(장학우, 유덕화, 여명, 곽부성) 홍콩스타들이 휩쓸던 1990년대에 대만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가수가 있었으니 바로 장우생(張雨生,장위셩)이란 가수이다. 대만 서쪽의 펑후(팽호)에서 태어났다. 중국 한족(漢族)이 아니다. 대만 원주민(?) 타이아(泰雅)출신이다. 싱어송라이터로 꽤 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그 시절 대만 청춘의 우상이 되었다. 그는 1997년 10월 20일 새벽, 공연준비를 끝내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중상을 입고 24일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 11월 12일, 31살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다. 그가 부른 히트곡이 바로 ‘나를 달나라로 데려다 줘’(帶我去月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목을 ‘안녕, 나의 소녀’로 바꿨다. 물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2)와 ‘나의 소녀시대’(2016)의 유명세(?)를 이어가자는 것이리라. 여하튼, 장위셩이 세상을 떠난 바로 그 1997년, 대만 타이베이의 청춘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1997년도 빛나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주인공 ‘정샹’(류이호)이 오랜 짝사랑 상대 ‘은페이’(송운화)와의 이루지 못했던 로맨스를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1997년)에는 용기를 내지 못했던 그가, 어른이 된 뒤, 신비스런 ‘꽃향기’에 취해 기적적으로, 판타스틱하게 과거로 돌아가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송운화의 사랑을 얻을 것인지, 장우성의 생명을 구할 것인지. 감독의 작전이 궁금해진다.
영화는 1997년의 시먼딩(西門町)을 보여준다. 지금도 대만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찾아가는 핫스팟이다. 아마도, 지하철(MRT)을 이용했다면 시먼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왼쪽으로 시먼홍루가 보일 것이고, 오른쪽으로 H&M이 보일 것이다. 여기가 영화에 등장하는 옛날 ‘신세계’빌딩이다. 그 길로 쭉 들어가면 이른반 대만의 명동이라는 시먼딩 골목이다. 1997년의 류이호와 송운화는 그 거리를 뛰어가다 다마고찌하는 소년도 만나고, 그런다. 장위셩을 기리는 영화답게 ‘나를 달나라로 데려다 줘’(帶我去月球) 등 많은 그의 히트곡이 사용된다.
노래말을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날 데려가 줘, 공기오염된 지구에서 날 데려가줘/ 날 데려가 줘, 매일 싸우고 떠드는 이곳에서 날 데려가 줘/ 하늘은 온통 시커멓고 내 꿈은 사라지네/ 전쟁과 살육 때문에 친구하나 없게 생겼네/ 집도 절도 필요 없네/ 홍진 속에 갇히기 싫네/ 날 달나라로 데려가 줘/ 공기 희박한 그 곳으로~ ” 뭐 그런 내용이다.
뻔한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지만 대만을 좋아한다면 특별해 보이는 영화일 것이다. 2018년 5월 16일 개봉 (KBS미디어 박재환)
여주인공(송운화)이 부르는 '帶我去月球'
오리지널 장우성(장우생(張雨生)이 부르는 '帶我去月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