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대만 영화를 상징하던 거장들의 아우라는 흐려졌지만, 이제 그 자리는 아련한 첫사랑과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극하는 말랑말랑한 감성 영화들이 채우고 있다. 16일 개봉하는 <안녕, 나의 소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원제 <대아거월구(帶我去月球)>는 1990년대 대만 청춘의 우상이었던 싱어송라이터 장우생의 히트곡 제목에서 따왔다. 31살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를 기리며, 영화는 장우생이 사망한 1997년 타이베이의 풍경을 소환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정샹이 신비로운 꽃향기에 취해 기적적으로 1997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며 시작된다. 그는 과거에 용기 내지 못했던 짝사랑 상대 은페이와의 로맨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얻은 두 번째 기회 앞에서 정샹은 사랑하는 소녀의 꿈을 지킬 것인지, 혹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날 장우생의 생명을 구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영화는 다마고치가 유행하던 시절의 시먼딩 거리를 비추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추억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장우생의 음악은 영화의 정서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오염된 지구를 떠나 달나라로 데려가 달라"는 가사는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순수했던 시절을 갈구하는 인물들의 내면과 맞닿아 있다. 뻔한 시간여행 설정일 수 있으나, 대만의 이국적이고도 친숙한 풍광과 그 시절을 향한 회고적 동질감은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다. <안녕, 나의 소녀>는 찬란했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우생의 선율과 함께 유려하게 그려낸 노스탤지어 무비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