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이 창조한 수많은 캐릭터 중 ‘데드풀’은 독보적이다. 지구 평화를 수호하는 전형적인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 신체적 고뇌를 안고 빌런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던 그는, 원작 카툰에서 마블의 히어로들을 몰살할 정도로 광기 어린 존재였다. 하지만 20세기폭스의 영화 <데드풀> 시리즈는 팬들을 위해 영리하게 ‘성질 죽이기’에 나섰다. 악당의 면모를 간직한 채 영웅의 서사에 합류한 것이다.
전작이 암 치료를 위한 비밀실험 끝에 흉측한 외모와 불사의 ‘힐링 팩터’를 얻은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의 탄생을 알렸다면, 2편은 더욱 수다스럽고 ‘마블스러운’ 확장성을 꾀한다. 연인 바네사와의 소박한 꿈이 총격전 속에 산산조각 난 뒤, 윌슨에게 남은 소망은 오직 ‘죽음’뿐이다. 영화는 이 엉망진창인 삶 속에 ‘케이블’(조슈 브롤린)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를 투입하며 디즈니와 마블을 넘나드는 황당한 개그와 신체 절단의 비주얼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내한 당시 라이언 레이놀즈가 강조했듯, 이 영화의 본질은 역설적이게도 ‘가족영화’에 닿아 있다.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소년을 중심으로 유사가족을 형성하고, 희생과 사랑으로 점철된 결말을 맺는 과정은 분명 디즈니적 노선이다. 물론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전제가 붙지만 말이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엑스포스’라는 팀의 결성 과정을 데드풀 특유의 냉소와 유머로 풀어내며 마블 세계관의 다양성을 확장했다. 성적 올바름이나 인종적 공평성 등 시대적 요구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낸 셈이다. 도미노(재지 비츠)와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은 향후 전개될 마블 영화 세상에 대한 기대를 더한다. 거침없는 입담 뒤에 숨겨진 뭉클한 휴머니즘, 그것이 데드풀이 가진 진정한 ‘국보급’ 반전이다. ⓒKBS미디어 박재환.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