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
마블이 창조한 수십 명의 히어로, 수백 명의 캐릭터 중에 ‘데드풀’(Deadpool)은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지구평화를 지키는 영웅(히어로)이 아니(었)다. 엑스맨 같은 신체적 고뇌를 갖고 있는 그는 거의 악당(빌런)에 가깝다. 최근 나온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보다 더한 놈이다. 마블 카툰 중에 ‘데드풀의 마블유니버스 죽이기’(Deadpool Kills the Marvel Universe)를 보면 그의 캐릭터가 극명하다. 그는 우리의 마블 히어로를 다 죽인다. 칼로, 폭탄으로, 입심으로.
다행히 20세기폭스사의 ‘데드풀’은, 그리고 ‘데드풀2편’에서는 확실히 마블(팬)을 위해 ‘성질죽이기’(톤다운)에 나섰다. 악당이면서도 영웅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기실, 데드풀은 기이한 운명으로 탄생했다. 끔찍한 생체실험 결과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인간이 된 것이다. 극강의 힐링팩트는 데드풀의 최강 능력인 셈이다. 칼에 찔려도 총에 맞아도 아니 폭탄에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다시 살아난다. 그러니,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이 상대가 되리오!
전작 <데드풀>에서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이 암 치료를 위한 비밀실험에 참여했다가 강력한 힐링팩터를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줬다. 탁월한 무술실력과 거침없는 유머감각을 지녔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갖게 된 데드풀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린 놈들을 찾아 복수혈전을 펼치는 것이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서는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2편은 더욱 수다스러워지고, 더욱 마블스러워진다. 윌슨은 여친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족을 꾸리고 싶었지만 ‘복수가 복수를 낳는 총격전’에 여친은 죽고 그의 소박한 꿈은 산산조각 난다. 그 후, 오직 “죽는 게 소망”이 된다. 2편에서는 데드풀의 엉망진창 활극을 위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케이블’(조슈 브롤린)을 위시하여 만화같은 캐릭터들이 마블 같지 않고, 디즈니 같지 않은 히어로 활극을 펼친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넘치는 입담을 마블과 디즈니에게 퍼붓고 싶었겠지만 결과물은 굉장히 귀엽게 만들어진다. 물론 신체절단의 비주얼과 황당한 개그가 폭포수같이 쏟아지지만 말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직접 찾은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 영화가 가족영화라고 극구 강조했다. 가족의 사랑을 잃고, 왕따 당한 소년을 중심으로 한 유사가족의 형성, 그리고 희생과 사랑으로 점철된 이야기는 확실히 디즈니노선의 가족영화이다. 만든 사람이 그렇다니 ’가족영화‘로 받아들여도 된다. 단지 ’미성년자관람불가 가족영화‘란 점만 기억하면 된다.
‘어벤져스’나 ‘판타스틱 포’처럼 ‘엑스 포스’라는 팀이 나온다. 엑스포스는 1991년 만화버전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데드풀2’에서는 조금 웃기게 – 라이언 레이놀즈답게 – 결성 과정이 설명된다. 여하튼 ‘데드풀3’이 되었든, ‘엑스포스’가 되었든 ‘마블의 영화세상’은 더욱 다양함을 추구하게 된 셈이다. 그게 성(性)적 올바름이든, 인종적 공평성이든, 연령별 차별화 전략이든 말이다. 도미노(재지 비츠)는 확실히 계속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