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외로 입양 간 아이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TV 아침교양 프로그램에서, 사회고발 시사프로그램에서, 애니메이션에서, 절망적인 영화로도 만나봤다. 이런 해외 입양아의 처연한 모습은 한국전쟁 이후 대규모로 발생한 전쟁고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개발시대에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갓난아기는 버려지거나 고아원을 거쳐 해외로 나간다. 그렇게 떠나간 한국출신의 해외입양아의 수가 20만을 뛰어넘는다고. ‘고아수출’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거기까지이다. 각자의 사연이 있으니. 오늘(3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리턴 투 서울>은 그렇게 떠난 한국입양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쟁고아는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씩씩한 프레디(박지민)의 모습이 보인다. 프랑스인이다. 2주의 휴가를 받아 일본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서울에 머물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한국을 떠나야했던 그가 운명적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 프레디는 누구를 만나게 될까. 친구가 되다시피 한 숙소 카운터와 함께 생부와 생모를 찾는 모험에 떠난다. 그렇다고 애타게 한국이 그립다거나, 친부모를 꼭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입양관련 기관을 통해 아버지가 군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군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아버지란 존재, 아버지의 새 가족들, 그리고 고모와 할머니. 갓난아기 때부터 20년 넘게 프랑스인으로 살았던 프레디는 한국식 가족 관계, 어떻게든 끈을 이어려는 유대의 문화에 쉽게 적응할 수가 없다. 특히나 아버지는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보낸다. 술에 취해 “미안하다”, “돌아오거라”고 말한다.
<리턴 투 서울>의 데이비 추 감독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캄보디아계 인물이다. 그 또한 영화 속 프레디처럼 스물다섯이 되기 전에는 캄보디아에 가본 적이 없는 ‘프랑스인’이었단다. 그는 프랑스의 한국인 입양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꼈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크메르 루즈의 킬링필드’ 같은 끔찍한 박해를 피해 모국을 떠난 캄보디아의 경우와는 확연히 다른 ‘한국의 입양아’가 겪게 되는 문화적 혼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프레디는 25살 이전에는, 태풍으로 한국으로 오기 전에는 자신의 뿌리나 자신의 국적, 혹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물론, ‘다문화 사회’에서의 어떤 ‘사회적 마찰’에 대한 의문을 가졌을지 모른다. 그런 인물이 ‘단지 태어났다는, 모국이라는, 피를 나눈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잘못된 (해외)가정으로의 입양과 성장과정에서의 어긋나는 사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그렇게 그 사회에 융합되기도 하고, 주변인으로 주저앉기도 한다. 그렇게 2세대, 3세대가 형성되며 ‘은은한 디아스포라’가 형성되는 것이다. 프레디는 첫 방문 이후 꾸준히 서울을 다시 찾고, 프랑스인으로서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그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한민족의 동질감’이나 ‘뿌리 찾기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프레디는 젊고, 혼란스러우며,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프레디는 여기도 저기도 아닌, 루마니아에 서 있다. 최훈의 소설 <광장>의 명준처럼.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ALL THE PEOPLE I'LL NEVER BE’이다. ‘내가 결코 될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이라... 프레디는 이제 서른이 넘었다. ’청춘의 방황‘이라고 하기엔 서글픈 나이인 셈이다. 그대 어디를 가든 그곳이 고향이리라.
▶리턴 투 서울 (Return to Seoul) ▶감독: 데이비 추 ▶출연:박지민 오광록 김선영 ▶2023년 5월 3일 개봉 119분 15세이상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