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 팬들에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그야말로 거대한 충격이다. 케빈 파이기가 이 장대한 우주 서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가히 ‘만행’에 가깝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나돌던 사망설의 실체를 확인시켜 주며, 마블 영웅들의 거대한 부고를 예고한다. <시빌 워>와 <토르: 라그나로크>의 줄기를 잇는 이야기는 아스가르드 난민선을 습격한 우주 최강 빌런 타노스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타노스는 전 우주를 통제할 힘을 지닌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려는 야심가다. 영화는 뿔뿔이 흩어졌던 슈퍼 히어로들을 하나씩 불러내며 활약상을 그리는 듯하지만, 실상은 타노스가 건틀렛에 스톤을 하나씩 채워가는 ‘악의 완성’ 과정을 따라간다. 원작 만화와는 다른 스톤의 행적과 팀 재정비가 흥미를 더하지만, 타노스의 압도적인 파워 앞에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숱한 영웅들은 속수무책이다.
조나산 힉맨의 만화 제목처럼 ‘모든 것은 죽는다(Everything Dies)’는 명제가 스크린 위에서 모래알처럼 흩어지며 현실화된다. 영화가 끝나고 긴 엔딩 크레딧 뒤에 등장하는 쿠키 영상은 닉 퓨리 국장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며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모든 것을 되돌릴 단 하나의 ‘의지’는 무엇일까.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팬들에게 타노스의 대사는 차가운 조롱처럼 들린다. “어려울수록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