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장덕수, 디즈니+ ‘카지노’의 서태석, 그리고 쿠팡플레이 ‘미끼’의 노상천. 배우 허성태가 최근 OTT 작품에서 선보인 악당들이다. 그 전에도 악역으로 간간히 등장했었다. 글로벌한 지명도를 가진 배우이지만 여전히 인터뷰에서는 어색함과 불편함,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첫 주연을 맡은 쿠팡플레이 <미끼> 파트2 공개를 앞두고 만난 허성태의 모습이다. 오늘(21일), 마침내 <미끼>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허성태에게 ‘노상천의 운명’과 배우 허성태의 미래를 들어보았다.
Q. 넷플릭스(오징어게임), 디즈니플러스(카지노)에 이어 쿠팡플레이 작품에 출연했다. OTT의 최대 수혜자인 것 같다.
▶허성태: “정말 운 좋은 놈인 것 같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독립영화에서는 주연을 해 보았지만 이렇게 큰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Q. [미끼]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허성태: “한 인물을 오랜 기간에 걸쳐 보여준다. 시대 변화에 따라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설레는 일이다. 각 시대에서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캐릭터 분석을 했다기보다는 작가님이 글을 잘 써주셨고, 환경을 잘 만들어 준 것 같다. 저는 그 안에서 적절히 변주를 주고 싶었다.”
Q. 드라마 전개가 시대를 정신없이 오간다. 촬영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
▶허성태: “시간순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첫 촬영은 중간 시기의 노상천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이후 왔다 갔다 했다. 이번 드라마 특성이 그랬다. 이런 트레이닝을 해봤었고, 낯설지는 않았다. 시대변화에 따라, 캐릭터의 외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Q. 시기적으로 캐릭터에 큰 차이를 두었는지.
▶허성태: “촬영 처음 들어갔을 때는 차이를 많이 줄까 생각했었다. 어떻게 변화를 줄지. 그래서 처음엔 미디엄으로 시작했다. 안정감 있게. 분장과 의상이 많이 바뀌었다. 특수분장도 활용하고. 의상이 달라지니 도움이 되었다. 착장을 하면 그 분위기에 빠진다. ‘어제는 이 정도 톤, 오늘은 이게 맞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변화가 되더라.”
Q.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허성태: “솔직히 지금 (인터뷰 하는 것이) 가장 부담스럽다. 연기자로서의 부담감은 너무 많이 느낀다. 시즌1(파트1)을 할 때도, 촬영할 때도 부담은 없었다. 너무 재밌었다. 감독님이 다 열어주셨다. 저의 애드리브를 다 받아주셨다. 그래서 부담감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너무 부담감을 느낀다.”
Q. [미끼]의 플롯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결과를 알고 보면 재미가 줄어든다. 배우들은 결과나 진행을 다 알고 찍었는지? 예를 들어 노상천이 생사여부에 대해서 말이다.
▶허성태: “제 생각에는 알고 찍든 모르고 찍든 그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씬이 어느 단계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차이가 있다면 감독님이 다 알고 있으니 촬영하면서 조절을 하신다. 저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마지막 대본이 끝까지 오픈을 안 했다. 그래서 궁금해 하며 마지막 회를 찍었다.”
Q. [미끼]는 모티브가 된 금융사건이 있었다. 작품을 하면서 찾아본 게 있는지.
▶허성태: “[미끼] 때문에 찾아보지는 않았다. 예전에 영화 [꾼]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었다. 이런 히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대의 변주를 어떻게 줄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Q. 허성태 배우는 최근 악역 연기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악한을 연기하려고 했나.
▶허성태: “노상천이란 인물은 오랜 시기에 걸쳐 나쁜 짓을 한다. 시기에 따라 어떻게 변주를 할 수 있을까. 잘 하고 싶었다. 욕심이 났다. 작가님이 잘 써주셨다. 심각하게 하지는 않았다. 웃으면서 연기를 했다. 많이 웃을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Q. 악역을 많이 하면, 이미지가 굳을 것인데. 배우로서 우려는 없는지.
▶허성태: “굳어간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런 걱정은 없다. 예전에도 지금도. 초창기에 악역을 많이 할 때 어머니가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셨다. ‘그런 것 느낄 필요 없다. 지금 잘 하는 사람들도 악역으로 시작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오히려 어머니는 저의 악역 연기 보시는 것을 좋아한다. 악역도, 그렇지 않은 역도 꾸준히 제안 들어오는 것 보니 나를 색다르게 보는 분이 있구나 생각했다. 난 주어진 역할에 따른 연기만 준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할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Q. [꾼]에서도 금융사기 주범을 연기했다. 그게 이번 역할 캐스팅과 관련이 있는가?
▶허성태: “그건 아닌 것 같다. 감독님께 [꾼]에서 내가 사기꾼 연기했었다고 말씀드리자 ‘아, 그랬어?’ 그러시더라. 아마 알았다면 연출에 방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감독님은 자기 스타일로 가시는 분이다. ‘내 갈길 간다’식으로 쿨하게.”
Q. <카지노>에선 최민식 배우와, <미끼>에서는 장근석 배우와 합을 맞췄다.
▶허성태: “<카지노>에서는 비중도 없고, 짧은 기간에 촬영했다. 두 작품은 색깔이 다르다. <카지노>는 최민식 선배님과 연기했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뿐이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 할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장근석 배우는 내가 연기를 하지 않던 어린 시절에, TV로 봤던 연기자이다. 그 배우가 상남자가 되어 만난 것이다. 저보다 에너지도 세다는 것이 느껴졌다. 연기할 때 신선했고,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이분들과 연기한다는 게 신기했다.”
Q. [미끼] 때 애드립이 많았는지? 감독님이 받아주시는 편이었는지.
▶허성태: “파트1에서 송영진(박명훈) 속일 때 수염 깎고, 선글라스 쓰고 영진을 속이는 장면이 있다.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그런 분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부두에서 매달리는 영진을 뿌리치고 촐싹대며 뛰어가는 장면은 리허설 때 그랬더니 감독님이 재밌다고 쓴 장면이다. 아, 첫 장면에서 ‘마이네임 이즈 노상천’이라고 영어를 어설프게 하는 것도 사기꾼 냄새가 날 것 같다고 의견을 드린 것이다. ‘자석이 마그네틱이네..’하는 대사도. 많은 장면이 그런 식이었다. 감독님은 제 의견의 90프로는 받아주신 것 같다.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것이 마이크에서 들렸다. 연기자 입장에서 내 의견이 받아지는 것 같아 기뻤다.”
Q. 애드립은 미리 준비해 가나.
▶허성태: “준비한다. 그런데 감독님마다 다르다. 황동혁 감독님(오징어게임)은 준비된 대본에서 바꿔서는 안 된다. <헌트>의 이정재 감독님도 그렇다. 철두철미하시다. 절대 바꾸면 안 된다. 아, <오징어게임>에서 한 번은 ‘바꿀까요? 하지 말까요?’한 장면이 있는 것 같다“
Q. 악역을 많이 맡았다. 배우로서 생각하는 최고의 악당 연기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허성태: “아, 지금 떠오르는 것은 <공공의 적>의 이성재 아닐까. 자기 부모를 살해한 놈이다. 그 작품 보면서 설경구 형사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Q. 이번 노상천 연기에서 특별히 차별을 둔 게 있다면?
▶허성태: “악역이긴 하지만 조금 다른 것 같다. 노상천은 조폭은 아니다. 걸을 때도 멋있고, 세련되게 걸었다. 이미지가 중요하니까. 깡패들처럼 껄렁거리며 걷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미묘한 걸음걸이의 차이.”
Q. <미끼>는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공개된다. 소감은.
▶허성태: “저도 조마조마 기다리는 입장이다. 왜 이렇게 나눠서 공개하는지 모르겠다. 파트2에서는 또 다른 사건과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파트1과 연결되면서, 교묘하게 이야기를 끝낸다. 정신없이 달려간다. 궁금증이 매화 해소되는 것이 있다. ‘파트1’이 썰렁썰렁 넘어갔다면, ‘파트2’는 확 담아간다.”
Q. 글로벌 스타인데 여전히 인터뷰가 익숙지 않은 것 같다. 악역을 연기할 때의 텐션은 어디서 끌어오는지.
▶허성태: “그냥 지금 이렇게 있는 게 나인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는 배우로서 합법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니. 그 온도 차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대부분 사람은 텐션이나, 독한 감정을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약에 가족 중에 의료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사회운동가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 내면에는 그런 게 있는데, 난 배우이기에, 일이기에 필요한 부분을 끄집어내어 연기하는 것 같다. 텐션은 다 가지고 있다고 본다.”
Q. 디즈니+의 <카지노>에 마지막 장면 뱀에게 물리는 장면은 어떻게 찍은 것인가.
▶허성태: “그건 진공청소기의 파이프를 쓴 것이다. CG를 위해 녹색테이프를 감고. 탁자 밑에서 그걸 막 움직이는 것이다. CG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것 촬영할 때 현타가 조금 왔었다.”
Q. 다양한 OTT 플랫폼과 작업해 본 소감은? 배우로서 차이점이 있었는지.
▶허성태: “차이점은 모르겠다. 그냥 운이 좋아서 업계 분들이 저를 잘 활용하시구나 생각한다. 내가 맡은 덕수, 태석, 상천은 작품에서 비중이 다르다.”
Q.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것을 염두에 두는지.
▶허성태: “플랫폼 차이 때문에 선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작품이 제 캐리어에 도움이 되는지는 생각한다. <도굴>에 출연했었다. 그 작품은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제작하는 작품이다. 원래 내게 주어진 역할은 <범죄도시>의 ‘독사’같은 역이었다.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고사했다. 대신, 코믹한 느낌의 다른 역할로 특별출연했다.“
Q. SNL에도 나갔다.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지.
▶허성태: “적당한 시기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데 예능은 저에게 과분하다.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 그분들은 순발력도 좋고, 머리도 참 좋은 것 같다. 제가 그 속도를 못 따라가겠더라.” (SNL에서는 레전드를 남겼는데..) “그건 짜인 대본이라 할 수 있는데, 리얼 버라이어티는 정말 못 할 것 같다.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을 못 하겠더라. 그런데 그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술술 나온다.”
** 허성태는 이시언, 안보현, 곽준빈과 함께 ‘좌충우돌 시드니 워킹 홀리데이’를 하는 tvN 예능 <부산촌놈 in 시드니>에 출연했다. 첫 방송은 23일(일)이다.**
Q. SBS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하게 2011년이다. 연기자로서의 소회가 있다면.
▶허성태: “어머니랑 아직도 그 이야기한다. 내가 연기자로 안착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 순리대로만 살아간다면 바랄 것이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책임감을 느낀다. 처음으로 주연을 해봤으니 다음 작품 선택할 때 더 고민할 것 같다. 책임감을 많이 느껴야 할 것 같다.”
장근석, 허성태, 이엘리야 배우가 출연하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미끼>는 오늘(21일) 오후 8시,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사진=쿠팡플레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