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하늬는 2006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다. 그리고 S대 출신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 출연했다. 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남자사용설명서>(2013)와 <상의원>(2015)이라는 연결이 잘 안 되는 작품을 감독했었다. 이하늬는 <기생충>으로 주가를 올리던 이선균과 함께 이번 작품에서 희대의 연기를 쌍으로 펼친다. 용감무쌍하게, 이하늬답게! 이하늬 배우를 만나 극중에서 초절정 인기를 누리는 ‘발연기의 대가’ 황여래를 연기한 소감을 물어보았다. 영화는 지난 14일 개봉했다.
참, 영화 <킬링 로맨스>는 CF퀸으로 팬클럽 '여래바래'를 몰고다니는 스타 황여래(이하늬)가 희대의 발연기를 보이다가 은둔 겸 힐링을 위해 콸라 섬에 도망갔다고 그곳에서 엄청난 재력가 조나단(이하늬)을 만나 결혼하게 되고 연예계에서 은퇴한다. 그리고 7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남편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래의 필사적 인생탈출극이 시작된다. 사수생 범우(공명)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여래바래 회원들, 그리고 타조와 함께!
Q. 작품흥행에 대한 생각은.
▶이하늬: “상업영화로서 흥행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는 스코어보다는 다른 생각을 해 보았다. 이원석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도 다양성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극장이 코로나를 지나면서 양분화 되었다. 흥행을 이끄는 원동력이 위축되어 간다. 이런 한국 영화시장에서 다양성이 필요할 것이다. MZ세대가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그들이 나중에 또 다른 창작자가 되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제2의 킬링로맨스’, ‘제3의 킬링로맨스’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원석 감독은 최선을 다해 상업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저는 이 작품이 민트초크 같았다. 처음 맛볼 땐 이게 무슨 맛이지? 새로운 장르로 매니아 층이 생기지 않을까. 영화 찍을 때 매일 현타가 왔었다. 하지만 스태프와 ‘우리는 한국영화 역사에 남을 영화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Q. 이선균 배우는 이 장면은 도저히 못 찍겠다고 한 장면이 있었다고 하더라. 이하늬 배우의 경우는 어땠나?
▶이하늬: “많이 들어내고 순화한 것이 공개된 것이다. 톤다운을 시킨 것이 맞다. 여래가 남편 조나단(이선균)에게 학대받는 장면 중에 귤 던지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는 조나단도 던지고, 여래도 던진다. 그리고 원래는 귤이 아니었다. 오렌지였다. 귤은 타격감이 없다고. 그런데 오렌지였다면 보는 분들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귤로 바꾸었다. 영화를 보고 타격감이 너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이 영화 보시는 분들이 확장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센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데 난 다섯 번 보고 나니 범우(공명)가 보이기 시작했다. 안 보신 분은 있겠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말에 맞는 영화같다. N차 관람 추천한다.”
Q. <유령>에서의 파격적 액션연기에 이어 코미디에서도 확고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이하늬: “배우는 작품을 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작품, 저런 작품 하겠다는 식으로. 그런데 <킬링 로맨스>는 그렇지 않았다. 이런 영화가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의 좌표보다는 작품으로서의 <킬링로맨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연기한 여래는 레이어가 큰 친구였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이른바 ‘음기’와 ‘양기’가 동시에 있는 캐릭터였다. 이원석 감독의 희한한 작품에 탑승한 것이다.”
Q. 확실히 코미디이다. 독특한 상황에 놓이는데, 극에 몰입하는 비법이 있는지.
▶이하늬: “대본에는 세세하게 쓰여 있지 않다. ‘랩을 한다’라고만 되어 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몇 달 동안 고민한다. 그런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텍스트로 간단히 적혀 있는 것을 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그만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니 배우에게는 도전이다. 물론, 작품을 보는 관객에게도 도전일 것이다. 큰 화면에서 보니 더했다. 레알, 찐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이선균 배우가 조나단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던 작품 같다
Q. 이선균 배우와 출연에 대해 논의 했다는데.
▶이하늬: “저는 출연하기로 결정한 상태였고, 미국에서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축하파티 하는 곳에서 이선균 배우를 만났었다. 축하도 드리고 <킬링 로맨스> 이야기도 했다. 오빠가 출연 결정을 하기 전이었다. 그래서 ‘할 거지? 해야 돼.‘ 계속 그랬다. 열 번 정도. 연대보증이란 말이 나온 것 같다.”
Q. 참고한 영화가 있는지.
▶이하늬: “참고하려고 본 작품은 따로 없다. 완전히 열어놓고 여래라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모방하게 될 것 같아서. 신축성이 ’1도 없는‘ 의상 때문에 불편했다. 그런 의상에 신경 많이 썼다. 미장센과 색감, 재질까지도 디테일하게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이다.”
Q. 황여래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였나.
▶이하늬: “개연성은 따질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특별한 전사가 있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이선균 배우는 더 그랬을 것이다. 악역이었으니까. 여래의 기저에 깔려있는 감정선을 생각해 보았다. 코미디를 해야 하지만 여래의 상황은 특별하다. 먹는 것 하나까지 남편의 제재를 받는 상황을 몇 년 살다보면 신경쇠약에 걸릴 것이다. 여래는 그런 불안정한 상태에서 심신미약 직전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약을 먹는 것도. 남편이 모질게 이야기한다. ’넌 발연기라서 다시 연예계로 돌아가면 조롱거리밖에 안 된다‘는 남편의 가스라이팅으로 심신미약 직전까지 가는 캐릭터이다. 그런 저간의 사정을 생각했다. 개연성보단 전체적인 에너지와 상황에 충실했다.”
Q. 여래의 상황을 보자면 밝은 코미디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하늬: “그런 캐릭터에 사로잡히면 코미디가 어렵다. 코미디를 하다보면 레이어가 옅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여래의 본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면이 너무 소중했다. 남편의 학대를 받고 나서 방에서 혼자 부르는 노래(들국화 ’제발‘)가 소중했다. 여래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진짜 혼자 있을 때 어떻게 사는지 한 장면에서 보여준다.”
Q. 초절정 인기를 누리고 살다가 그렇게 사는 여래의 모습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는지.
▶이하늬: “너무 공감이 갔다. 육체적인 노동보다 더 힘든 때가 있다. 사람에게 노출되어 있는 배우, 모든 사람이 알아보는 연예인의 삶을 살고, 감정노동을 하는 것이다. 항상 웃으면서 살아야하니. 그 피로감을 잘 안다. 저도 한때는 오버워킹하다가 부러진 적이 있다. 그때는 조금이라도 쉬어야한다. 여래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Q. 배우 이하늬가 아주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이하늬: “정말 살벌하게 일할 때가 있었다. 영화 ’부라더', '침묵',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예능 프로그램, CF를 1년 내내 타이트하게 찍은 적이 있다. 여기가 어딘지로 모르고 차에서 쪽잠 자면 촬영을 이어갔었다. 연기도 그렇지만 가야금으로 박사과정 하던 때라. 쉬어야한다. 그렇게 휴식 없이 감행을 하다 보니 손이 떨리고 몸에 문제가 생겼다. 걷다가 주저앉기도 했다. 난 스스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배우는 몸이 중요하다. 그래서 쉰다는 것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Q. 극에 등장하는 타조는 어떻게 찍은 것인가.
▶이하늬: “모형을 활용했다. 조감독이 그걸 들고, 위치를 잡았다. 여러 가지 표정이 있었다. 귀여운 타조도 있었다. 그걸 보며 상상하며 같이 연기하는 것이다. 나중에 CG로 완성된다.”
Q. 가족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이하늬: “다들 재밌게 보셨다. 사실 가까운 사람들이 더 무서운 비평가이다. 연세가 있는 부모님도 재밌게 보셨다. MZ세대가 어떻게 호응할지 궁금하다. 우주의 기운을 담은 새싹(아기)이 집에 있다 집에 가서 그 얼굴만 봐도 정화가 된다.”
Q. 초반에 여래가 연예계 활동을 할 때, CF 촬영을 하는데 ‘집중력 향상, 엠씨스퀘어’ 광고를 한다. 요즘 세대가 그걸 알까?
▶이하늬: “그건 Y2K같은 것이다. 예전에 알고 있는 설정들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감독님이 CF감독 출신인데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코믹한 요소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여래가 하는 광고 중에 ‘랄라텐’ 음료수가 있다. 예전에는 ‘서울사투리’ 톤으로 멘트를 친다. 그런 광고가 많았다. 실제 그런 광고 하나 때문에 단숨에 슈퍼스타가 된 경우도 많다. ‘엠시스퀘어’는 지금 친구들은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광고 지금 보고, 들으면 웃긴 면이 있다. 발음도 괴이하고. 이원석 감독은 코미디에 대해선 천재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가탄’ 광도도 아무도 웃지 않지만 박장대소하는 사람이 이원석 감독이다. 여래가 찍은 광고 중에 ‘땀띠’ 패딩 CF도 그렇다. 아직도 CF찍을 때 그런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발열~내의’. 10년 전의 일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서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유진위 감독의 <동성서취>나 <서유기-월광보합/선리기연> 스타일의 영화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 도전해 보시길. 이하늬 배우가 온몸 바쳐 열연을 펼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