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더 캣' (허지예 감독)
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세이브 더 캣>(허지예 감독), <양림동 소녀>(임영희, 오재형 감독), 닻(김채정 감독) 등 세 편의 독립 단편영화/애니메이션이 시청자를 찾는다.
2020년 작품 <세이브 더 캣>은 두 여자와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잔잔한 영화이다. 글을 쓰는 영우(옥자연)와 영화를 만드는 진희(이태경)는 조용한 주택가 2층집을 작업실로 공유하며 일상을 함께 하는 사이이다. 같이 요가도 하고, 글을 쓰다 잠이 들고, 커피를 마시며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앞에 놓인 박스에 담긴 고양이를 발견한다. 진희는 고양이를 이 조용하고, 잔잔한 작업실에 데려오고, 영우는 그 고양이가 신경 쓰인다. 노트북 키보드 앞을 성가시게 돌아당기는 고양이를 어떡하나. 어느 날 그 고양이 ‘매기’가 굳게 닫힌 2층의 한 쪽 방(‘M의 방’)에 들어간다. 아마, 오래 전, 혹은 최근까지 그 방엔 영우도 알고, 진희도 알던 친구(명진)가 살았던 모양이다. 보살펴줄 사람이 없는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서 영우와 진희는 잔잔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세이브 더 캣' (허지예 감독)
<세이브 더 캣>에서 조용하게 앉아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영우는 배우 옥자연이 연기한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옥자연은 이 작품에서는 ‘안 좋은 기억’은 심연으로 떨쳐내고 룸메이트와 마음의 안녕만을 생각하는 영우를 연기한다. 진희를 연기한 이태경은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2016), <죄 많은 소녀>(2017), <굿 파더>(2018)와 허지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던 <졸업>(2018) 등의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배우이다.
집 주인 딸이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라는 말을 한다. ‘M의 방’의 주인 명진은 어디에 갔는지 알 듯 하다. 누군가가 떠나고, 남은 사람은 열심히 산다. 남아 있는 그 빈 공간으로 갈 곳 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걸어 들어오는 것이다. 고양이의 재롱을 보다 보면, 집사는 평안을 얻게 될 것이다. 관객들도.
2019년 [독립영화관] 시간에서도 방송된 허지예 감독의 <졸업>에서는 벽에 다르덴 형제감독의 <내일을 위한 시간>(영어제목:Two Days, One Night)이 걸려 있었는데, <세이브 더 캣>에서는 <캐롤>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세이브 더 캣 ▶감독/각본:허지예 ▶출연: 옥자연,이태경,조매기(고양이) ▶촬영:장민경 ▶제작:HER FILM ▶프로듀서: 강예솔 ▶시간: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