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영화 <기담>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정범식 감독이 <워킹걸>의 외도를 끝내고 공포의 원류로 돌아왔다. 영화 <곤지암>은 CNN 선정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라는 자극적인 언플과 함께 실존하는 폐허인 곤지암 정신병원을 영화적으로 재설계하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감독은 1961년 개원과 1979년 폐쇄라는 설정 속에 근현대사의 그림자를 교묘하게 깔아두고, 그 위에 작금의 유튜브와 드론, 고프로 등 디지털 관찰 문화를 덧입혔다.
영화는 초반부 즐거운 ‘촬영 헌팅’의 분위기를 풍기다 어느 순간부터 관객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어둠 속의 소음과 불길한 징후들은 공포의 밑밥이 되어 서서히 숨통을 조여온다. 공포의 강도는 상대적이겠으나, 이 영화는 극강의 시각적 충격보다는 막판의 쥐어짜는 듯한 혼란과 압박감을 무기 삼아 호러의 정체성을 증명한다. 아프리카TV 방식의 생중계 기법을 적극 도입해 관객이 마치 공포 놀이에 직접 동참하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 점이 돋보인다.
진정한 호러의 법칙을 잊은 채 인터넷 중계와 자극적인 수치에만 매몰된 청춘 군상들은 결국 출구 없는 지옥행 열차에 올라탄다. 감독은 물웅덩이와 교복 입은 여학생 등 의아한 상징물들을 배치하며 공포의 잔상을 남기고, 그 이면에는 특정 시대를 환기하는 정치적 은유까지 슬쩍 끼워 넣었다. 담력 테스트를 즐기듯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이들에게, 영화는 우리가 사는 현실만큼이나 서늘한 장르적 쾌감을 안겨준다.ⓒ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