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로에 불고 있는 외국 영화 리메이크 열풍 속에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재해석한 <사라진 밤>이 가세했다. 이창희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단출한 출연진을 활용해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구축한 '경제적'인 수작이다. 원작의 강력한 반전이라는 골조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적 정서에 맞게 세부 설정을 변주해 차별화를 꾀했다.
영화는 비 내리는 밤, 국과수에서 발생한 시신 실종 사건으로 포문을 연다. 사라진 시신은 재벌가 오너인 아내(김희애)를 독살한 소심한 남편(김강우)이 완벽범죄를 꿈꾸며 안치했던 사체다. 형사 중식(김상경)은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밤샘 대치를 이어간다. 시체가 사라진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불꽃 튀는 심리전은 10년 전 발생했던 또 다른 사건의 공백을 서서히 메우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는다.
김상경은 마치 '형사 콜롬보'처럼 허술해 보이면서도 예리한 형사의 모습을 노련하게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조율한다. 여기에 스테레오타입의 형사 캐릭터들을 배치해 미스터리에 집중하게 만든 연출은 이 영화의 탁월한 선택이다. 아내를 죽였다고 믿는 남편과 그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를 추궁하는 형사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관객을 숨 가쁜 미스터리 속으로 몰아넣는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이창희 감독은 첫 장편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 원작을 보지 않고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김상경의 선택은 주효했고, 결과적으로 원작의 아우라에 눌리지 않는 독자적인 스릴러가 탄생했다. 긴 밤을 관통하는 이 지독한 미스터리는 세련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마지막 순간까지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