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늦은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두 여자의 사랑에 대한 추억을 담은 영화 <낮과 달>이 시청자를 찾는다.
민희(유다인)는 최근 남편을 여의고 제주도로 내려온다. 119대원이었던 남편은 살았을 적에 고향 제주도로 내려가서 바다낚시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바다에서 죽은 것이다. 민희는 남편을 떠나보낸 그 곳에서 파도치는 바다를 넋을 잃고 바라본다. 홀로 남은 민희는 사랑하는 남편을 앗아간 그 제주를 맴돌다 식물카페를 운영하는 목하(조은지)를 만나게 된다. 바로 옆집에 살고, ‘야매’로 요가도 가르치고 있는 미혼모이다. 목하의 아들 태경이 누군가를 닮은 것 같다. 그렇다 ‘구강구조’가 남편을 닮은 것 같다. 알고 보니 목하는 죽은 남편의 첫사랑이었다. 민희는 묘하게 태경이가 애처로워 보이고, 신경이 쓰이고, 안아주고 싶다. 태경을 사이에 두고 ‘미혼모’ 목하와 ‘과부’ 민희의 신경전이 펼쳐진다. 민희는 남편을 사랑했지만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곳 제주도에서 그 ‘반쪽’이라고 갖고 싶은 것이다. 이제 제주도에서는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스런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제주도는 특별하다. 멀리 떠난 것 같지만 결국 비행기를 타면 1시간 거리이다. 그래도 멍하니 바다를 보면, 땀을 흘리며 한라산을 오르면 속세의 잡념과 번뇌를 떨칠 것 같다. 민희는 남편을 사랑하고 영원히 가슴에 담아둘 것 같지만, 남편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의심이 짙어진다.
영화는 배우들의 매력이 넘쳐난다. 민희를 연기하는 유다인은 남편을 잃고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함을 보인다. 그러나, 태경이란 존재를 알게 되면서 삶의 의욕이 되살아난 것이다. 떼를 쓰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남자를 두고 이제 그 아들에게서 보상, 혹은 안식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런 그를 상대하는 조은지는 발군의 케미를 보여준다. 유다인의 맹랑함과 절박함에 황당해 하면서도 조은지는 담담한 거리두기와 옆에 두기를 선택한다. 두 사람의 밀당 아닌 밀당과 함께 아들 태경의 달콤한 노래가 관객을 제주도의 푸른 바다로 이끈다.
영화 제목 <낮과 달>은 영화 속에 그 의미가 등장한다. 민희와 목하가 캠핑장에서 탐색전을 마친 뒤 앞서거니 뒤서거니 숲을 걸어간다. 목하가 말을 건넨다. “낮에도 달이 떠있는 거 알아요?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에요. 저렇게 뜬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밤이 되면 불을 탁 켜고 우리를 지켜봐요. 저 시선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을까.”라고. 대강 짐작이 간다. 낮의 세상에 남은 두 여자가 있고, 밤의 세상으로 간 남편이 우리를, 태경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뻔할 것 같은, 혹은 막장드라마로 갈 것 같은 영화는 미소와 함께 힐링을 전한다.
▶낮과 밤 ▶감독:이영아 ▶출연:유다인 조은지 정영섭 하경 ▶개봉:2022년 10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