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소 냉전 시대의 황당한 초능력 전쟁과 군사적 대치를 우스꽝스럽게 그린 영화들이 있었으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그 시절의 살풍경한 배경을 빌려 황홀한 판타지 로맨스를 완성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1960년대 미국 정부의 비밀 연구소를 배경으로, 언어장애를 가진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와 아마존에서 잡혀온 괴생명체 사이의 경이로운 교감을 다룬다.
엘라이자는 가난한 화가 이웃과 청소 동료만이 유일한 벗인 외로운 존재다. 그녀는 실험실 수조에 갇힌 비늘 덮인 아가미 인간을 마주하고, 그를 실험 대상이 아닌 애정의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미국과 소련이 이 생명체의 능력을 이용하려 혈안이 된 사이, 사회적 약자인 엘라이자는 목숨을 건 탈출 작전을 감행한다. 델 토로 감독은 멕시코 출신답게 정교한 특수분장과 탐미적인 연출로 무정한 과학 실험과 냉전의 이데올로기를 조롱하며, 소수자들의 연대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와 궤를 같이하는 감수성을 지녔으면서도, 주인공 엘라이자를 자신의 삶과 사랑을 주체적으로 쟁취하는 의지의 여성으로 설정해 차별점을 둔다. 아카데미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지만, 개봉 전후로 퓰리처상 작가 폴 진델의 희곡 등 여러 작품과의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필름 아카데미 등 전문가들은 이 영화만의 독창성을 인정했다.
영화는 비밀스러운 실험실의 차가운 공기와 엘라이자의 집을 가득 채운 물의 이미지를 대비시키며 완벽한 '사랑의 모양'을 형상화한다. 언어와 종을 뛰어넘은 이들의 교감은 차별과 혐오가 만연했던 시대상을 판타지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 녹여낸다. 외로운 여자의 맹랑하면서도 숭고한 러브스토리는 관객들에게 진정한 소통과 사랑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KBS미디어 박재환.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