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원은 충무로의 확실한 흥행 메이커로, 그의 존재 자체가 영화 제작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신작 <골든 슬럼버> 역시 강동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2007년 발표된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일본 센다이를 배경으로 총리 암살범이 된 평범한 택배기사의 도주극을 다뤘던 원작과 사카이 마사토 주연의 일본 영화가 '거대 음모에 맞선 평범한 선의'에 집중했다면, 노동석 감독의 한국판은 여기에 장르적 재미와 긴박함을 더했다.
극 중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는 학창 시절 밴드 활동을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조금 손해 보더라도 남을 돕는 착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광화문에서 벌어진 유력 대선 후보 암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다. 국정원은 치밀하게 증거를 조작하며 건우를 사지로 몰고, '제이슨 본'이 아닌 평범한 시민 건우는 생존을 위해 서울 도심을 내달린다. 그가 믿을 것이라고는 비틀즈의 '골든 슬럼버'와 신해철의 음악을 함께 공유했던 친구들의 우정과 호의뿐이다.
영화는 대통령 후보 암살과 국정원의 개입, 매스컴의 이미지 조작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건우의 절박함을 밀어붙인다. "손해 좀 보면 어때"라며 살아온 순박한 남자가 하루아침에 희대의 암살범이 되어 쫓기는 과정은 한국적 정서인 '우정'과 결합해 독특한 드라마를 형성한다. 결국 영화는 건우가 하수구 바닥을 구르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대중 앞에 당당히 서는 통쾌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강동원의 원맨쇼가 극 전체를 이끄는 가운데 김의성, 김대명, 한효주, 윤계상 등 탄탄한 배우진이 조력자로 나서 힘을 보탠다. 비록 국정원의 일처리가 다소 허술해 보이거나 특정 매체의 영향력이 과하게 설정된 대목도 있지만, 고구마 같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시원한 사이다 같은 결말을 선사하는 미덕을 갖췄다. 착한 사람이 끝내 승리하는 이야기를 강동원이라는 매력적인 배우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KBS미디어 박재환.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