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은 충무로의 확실한 흥행메이커이다. 강동원을 중심으로 영화제작이 성사되기도 한다. 도 강동원의 힘이 컸던 모양이고, 이번 작품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도 그런 모양이다. <골든 슬럼버>는 2007년 일본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스릴러 소설이 원작이다. 수도 도쿄가 아니라 작가의 고향인 센다이를 배경으로 총리 암살범으로 몰린 ‘평범한 택배기사’의 도주극을 보여준다. 히치콕 스타일의 누명쓴 이 남자의 이야기는 사카이 마사토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거대한 음모에 희생당하는 평범한 시민,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선한 감정과 도움으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 구조이다. 후반부가 조금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강동원이 보기에는 이런 이야기 구조에 몇 가지 화끈한 요소를 조금 보태면 훨씬 재밌고, 스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14일 개봉되는 충무로 <골든 슬럼버>는 기본적으로는 원작과 같은 정서를 담고 있다. ‘추억과 우정, 그리고 선한 감정’의 결합품이다. 강동원이 분하는 택배기사 김건우는 학창시절 함께 밴드활동을 했던 친구들이 그립다. 언제나 오지랖 넓게 친구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발 벗고 나서 도와주었던 그다. 그런데, 이번에 건우는 말도 안 되는 음모의 희생자가 된다. ‘여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를 광화문 앞에서 RC카로 암살했다는 것이다. 건우는 국정원 요원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국정원은 모든 증거를 조작하고, 건우를 사지로 몬다. 건우는 누명을 벗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제 살아남는 것이 지상의 과제가 되어 버렸다. “오, 친구여. 비틀즈의 골든슬럼버를 같이 듣고, 신해철 노래를 같이 연주했던 나의 친구야. 나 좀 도와줘!”
쫓기는 남자의 절박함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상황이 최악이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유력후보에, 국정원개입, 그리고 대중매체의 이미지 조작이 뒤섞였으니 최악이긴 하다. 게다가 김건우는 ‘제이슨 본’도 아니다. 그럴수록 김건우가 믿을 것은 친구, 감성, 우정, 호의, 배려뿐이다. “손해 좀 보면 어때”라는 인생관을 가진 착해 빠진 인물 건우는 하루아침에 오스왈드 역을 떠맡게 된 셈이다.
결국, 이 영화는 강동원이 끝까지 살아남아서, 대중 앞에 최대한 멋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짠~” 등장해야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구마 전개에 사이다 드링킹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런 결말을 위해 건우는 어디든 뛰어간다. 하수도 안이더라도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국정원의 일처리가 이렇게 못 미더워서야, tbs 57분 교통정보 듣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 모르겠다.
강동원의 원맨쇼에 김의성, 김대명, 한효주, 윤계상이 병풍을 치고, 정소민, 김유정이 그나마 결정적 한방을 제공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