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 영화 '대외비'
‘부산싸나이’ 조진웅이 부산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지역구는 해운대구, 때는 바야흐로 1992년이다. 총선과 대선이 있던 바로 그 해이다. <대장 김창수>의 이원태 감독과 다시 한 번 손잡고 내놓는 ‘정치+범죄’ 드라마 <대외비>이다. 극중에서 조진웅은 자신이 자라온 해운대구 국회의원에 연거푸 낙선하고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는 정치인 전해웅을 연기한다. 이번엔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정치판의 막후실세인 권순태(이성민)가 판을 흔들어버린다. 독이 오른 해웅과 미스터리 인물 순태가 펼치는 복마전으로 관객을 몰아넣을 예정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조진웅 배우를 만나 영화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대외비>를 본 소감은?
▶조진웅: “오히려 기자 분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늦어진 영화이다. 홍보하면서 다시 보게 되었다. 배우로서 작품 하나를 끝내면 잊어버린다. 오래 고생한 장면들과 곱씹었던 대사들도 함께 떠나보낸다. 잘 정리해서. 잘 보내어야 다음 작품 잘 들어갈 수 있다. <대외비>는 작업을 하면서 저 자신에게 질문을 많이 한 작품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이렇게 무너지는가.,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까지 하면서 갖고 싶을까.’ 영화를 찍고 나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감독님은 내가 연기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바로 그것을 작품에 담았다고 말씀하시더라. 해웅이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았다. 인간적인 갈등이 엄청 많이 하는 인물이다. 배우로서 어디까지 들어가야 하나 고민했다.”
영화 '대외비'
Q. 그래서 전해 웅이란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조진웅: “저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결국은 그렇게 되는 것이 슬펐다. 권력욕에 빠지지만 않았으면 올바르게, 정의롭게 살지 않았을까? 겉멋에 빠져들어 바보가 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좀 더 잔혹하게 드러내고 싶었다. 그 인물을 연기하면서 나는 저렇게까지는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큰 욕심 내지 말고 적당하게 살아야지 하고. 권력을 가지고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거지처럼 살더라도 천당에서 살아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 이 영화 촬영하며 술도 많이 마시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었다. <대외비>는 국회의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권력욕과 야망을 가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뭔가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이성민 배우, 김무열 배우, 이원태 감독과 함께 같이 느껴보자고, 해답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그렇게 신명나게 연기했던 것이다.”
Q. 그동안 이런 타락한 정치판을 다룬 범죄드라마는 많았다. 차별점이 있다면?
▶조진웅: “인간의 고민을 깊이 들여다본다. 배우 조진웅은 전해웅이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성질을 끄집어낸다.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다고 말하게 되기까지,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과연 옳고 그름이 있을까. 고민을 한다고 해서 결론이 나올까. 나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답이 도출되기까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조진웅
Q. 영화 제목은 처음부터 ‘대외비’였었나?
▶조진웅: “제가 받아본 대본은 처음부터 ‘대외비’였다. ‘이게 뭐지?’ 하고 봤다. 영어제목 [악마의 거래]가 딱 들어맞는 제목 같다. 상당히 마음에 든다. 해웅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그 과정이 나오고,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는 게 잘 표현되었다. 그러면서 웃프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했다.”
Q. 출연 제의를 받고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조진웅: “대충 보고 결정했다. 세상에 쉬운 영화가 어디 있나. 그런데 분명한 것은 신명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 하는 배우들이 다 아는 배우이고, 별 내용이 있겠어하고 시작했는데, 정말 별 내용이 있더라. 같이 작업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시사회 간담회에서 감독님에 ‘너무 어려운 캐릭터 주어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는 ‘왜 주셨어요?’라고 말했지만 배우는 다 알고 뛰어드는 것이다. 물론, 가성비 때문에 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하하)
영화 '대외비'
Q. 이성민 배우와의 연기 앙상블을 어땠는가.
▶조진웅: “극중에서 해웅은 계속 딜을 한다. 필도(김무영)랑 하고, 순태(이성민)랑도 딜을 한다. 그런데 거래를 정도나 양이 다르다. ‘나, 이거 갖고 왔으니 이거 하자’ 그런데 그게 점점 커진다. 점점 긴장되고. 이게 (내 연기가) 망치면 (전체가) 죽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지? 그래서 협연이 중요한 것 같다. 성민 선배와는 작업을 많이 해봐서 이야기를 많이 안한다. 사실 각자의 에너지 포지션을 알고 있으니까. 선배님께서 잘 열어놓으시니까. 둘이 연기하다가 엇나갈 것 같으면 감독님이 중심을 잡아주신다. 전 편하게 자유롭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기했다. 술 한 잔 하며 자책도 했다가 자화자찬도 했다가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 풀었다. 감독님이랑 진이 빠지게 이야기를 나눴다.”
Q. 영화는 1992년의 세상으로 영화팬을 이끈다.
▶조진웅: “미술팀이 고증을 잘 한 것 같다. 제가 타는 차도 그렇고. 공간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순태를 보면 정말이지 실제로 거기 사는 사람 같더라. ‘어르신 나오셨어요.’하고 인사할 것 같은 그런 사람. 마치 복개천 앞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미술과 의상, 분장을 하게 되면 캐릭터로 가는 마지막 단계가 완성된다. 그러고 나서 그 공간에 들어가면 그 인물이 되는 것이다. 그런 차를 타고, 그런 옷을 입고, 연기를 하면 대충 그런 향이 난다. 스태프들은 배우들이 연기를 하게끔 도와준다.“
Q. 멈추지 못하고 달려간다. 본인이 연기를 시작할 때를 생각해본다면.
▶조진웅: “연극을 하면서 녹록치 않았다. 어제 밥을 먹다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매니저가 28살이다. 부럽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맨발로 뛰어다니고 싶지 않다. 그때의 열정이 지금의 나를 만든 자양분이겠지만 극단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사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그런 열정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돌아가면 죽을 것 같다. 지금은 많은 걸 저울질한다. 그 때는 그런 것 없이 들이대고, 잘 안되면 일인 시위라도 하고 싸우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열정이 없다. 참, 그 때는 왜 그랬었는지. 해웅이가 재선 국회의원이 되고, 3선이 되고 하면 절대 못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보니 나랑 해웅이랑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렇게 살진 않았지만 짠 한 게 있다.“
조진웅
Q. 영화 개봉 즈음하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tvN '텐트 밖은 유럽-스페인‘)
▶조진웅: “지구 이상기후에 대해 말씀 드려야겠다. 결론을 말하자면 텐트 밖은 유럽이 아니라 극한이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날 뉴스를 봤는데 기상이후로 스페인에서는 한 겨울에 해수욕을 한다는 뉴스를 봤다. 너무 따뜻하고 예쁠 것 같았다. 그런데, 폭설과 폭우에, 강풍주의보까지. 전 텐트에서 자는 걸 싫어한다. 자본 적이 없다. 그래도 최원영, 박명훈, 권율과 함께, 아는 사람이랑 가니 좋았다. 대학 다닐 때 배낭 여행가고 싶었던 곳이다. 캠핑장은 영하 13도였다. 이국적이었다.” (인터뷰 옆에서 스태프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너무 자세히 말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조진웅은 더욱 열심히 스포일러를 하기 시작한다!) “율이가 고생이 많았다. 영어가 되니. 돼지고기 사러 가서 돌아오지를 않는다. 그곳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블라블라~”)
Q. 2년 전에 단편영화 [력사:예고편]을 연출했었다. 본편은 언제 만들 것인가.
▶조진웅: “충분히 기대해도 된다. 열정을 다해 작업하고 있다. 그 때 그 식구들이다. 고스란히 대형화면에 옮겨질 것이다. 장르를 말씀드리자면, 판타지 크리처 드라마이다.”
영화 '대외비'
“이 영화는 단지 국회의원 뽑는 정치판의 이야기만이 절대 아니다. 권력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왜 자신의 양심을 무너뜨리는지. 그걸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본질이다”고 강조한 영화 <대외비>는 내일(3월 1일) 개봉한다. 그리고 tvN 예능 <텐트밖은 유럽-스페인>은 3월 2일 첫 방송된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