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이 <비상선언>의 진석 캐릭터보다 더 짜증나는 악역으로 돌아왔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무비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이다. 임시완은 이번 작품에서 남의 핸드폰을 주워, 스파이웨어를 깔아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준영을 연기한다. 정말이지 보고 있으면 ‘죽이고 싶을 정도’의 극혐의 연기를 펼친다. 영화는 일본 시가 아키라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미 일본에서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기에, 넷플릭스판 영화는 어떨지 기대가 높았다. 공개를 앞두고 임시완 배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런 평가는) 배우로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죠. 그렇게라도 저를 인지해주신다면 고맙죠. 배우로서는 찬 밥, 더운 밥 가릴 게 아니라고 봅니다.” 임시완은 원작소설과 일본 영화를 보지 않았단다. “일부러 안 봤어요. 다르게 (연기)한다고 해도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될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Q. 또 한 번의 악역을 펼친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소감은.
▶임시완: “넷플릭스의 즐겨보는 입장에서 ‘두둥~’으로 시작하는 것이 뭔가 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넷플릭스의 세계로 초대한다는 몰입감 같은 게 생긴다. 똑같은 영상이지만 이번엔 좀 더 기대감이 생긴다. 일 마치고 집에서 밥 먹으면서 ‘넷플릭스에 내가 나온 작품이 나오네~’ 이런 느낌.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는 달랐다. 내가 출연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정도 예고편이라면 나도 본편을 시청할 것 같다.”
Q.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것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는지.
▶임시완: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 좋은 것은 이게 190개 나라에서 동시 개봉하니 해외에서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것. 아쉬운 것은 <비상선언> 개봉할 때 펜데믹 이후 오랜만에 오프라인 행사를 할 수 있었는데 그때 새삼 느꼈다. 오프라인으로 직접 관객을 만나는 그 감성이라는 게 있다. 그렇게 못하는 것이 아쉽다.”
Q. 정말 나쁜 놈으로 출연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보이려고 했는지.
▶임시완: “절대로! 단 한 장면이라도 진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장난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송두리째 가져가는 것이 더 섬뜩할 것 같았다. 장난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갖고 노는. 아, 그래도 진짜 감정이 나온 적이 있다. 처음 형사와 맞닥뜨릴 때와 마지막에 총을 든 나미와 마주할 때. 그 두 장면 빼고는 다 가짜(마음)였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연기했다.”
Q. 감독님의 생각은 어땠었나.
▶임시완: “감독님은 꼼꼼하시고, 본인 생각이 뚜렷하신 분이다. 제가 ‘이렇게 연기 하겠다’, ‘장난스러운 정서를 쭉 이어가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감독님이 그걸 재미있어 했고, 나중에 편집을 그렇게 했다. 자기가 아끼는 것을 (경찰에) 빼앗겼을 때 표정연기를 더 많이 했었는데 그 부분은 편집에서 좀 들어냈다.”
Q. 나름대로 캐릭터의 전사를 생각해 봤는지.
▶임시완: “전사를 굳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전사가 없다고 해서 그 캐릭터를 이해 못하거나,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딱히 특별한 전사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예술행위를 하는데 쾌감을 느끼는, 현재진행형의 인물로 그리려고 했다. 그래서 준영의 과거가 궁금하지 않았다.”
Q. 혹시 영화 속 상황 같은 일상에서의 공포를 느낀 적이 있는지.
▶임시완: “광고 문자가 올 때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SNS를 하게 될 때 필연적으로 소극적이게 된다. 저의 정보를 업로드 하는 것이니. 저에 대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불특정 다수가 안다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Q.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마트폰 사용에 변화가 있는지.
▶임시완: “저도 스마트폰에 많이 의존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공포심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저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처리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강력한 암호를 사용하게 되고, 랜덤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사용한다. 이중보안. 근데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Q.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든 생각은.
▶임시완: “짜임새가 너무 좋았다. 촘촘하게 짜여있는 게 읽는 맛이 있었다. 처음 읽을 때의 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날 정도다. 그 때 빨려 들어갈 만큼 촘촘했다. 큰 반전도 있었고. ‘이게 아니었다고?” 나 자신도 뒤통수 맞은 것 같았다.“
Q. 같이 연기한 천우희 배우에 대해.
▶임시완: “마지막에 감정 신 찍을 때 컷을 많이 갔었다. 제가 생각하기엔 격한 감정신은 휘발성이 커서 몇 번 하면 무뎌진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희 누나는 같은 신을 몇 번을 가도 그대로 밀어붙이더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Q. 김희원 배우는?
▶임시완: “희원이 형이 이 영화를 추천해 주었다. 나랑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희원 형은 '미생' 때도 그랬고, '불한당‘에 특별출연 했을 때도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한 번은 감정을 어떻게 감정을 잡는지 물어보기 했다. 형은 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현장에서 시도를 많이 한다. 그런 연기자세가 너무 멋있다.”
Q. <비상선언>과 <스마트폰을..> 중 어느 것부터 촬영을 했나. 서로 영향을 미친 게 있는지. 둘 다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이다. 악역의 매력이 있는지. 임시완만의 악역의 매력이 있다면?
▶임시완: “<비상선언>을 먼저 찍었다. 그리고 드라마 <런 온>이라는 완충장치가 있었다. 세계관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독립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나미를 카페에서 만나 공통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전작(런 온)에서 ‘멜로멜로한’ 남주를 가지고 오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의도했었다.“
Q. 준영은 어떤 인물인가.
▶임시완: “아마도 그는 상대방을 속여서, 상대방의 캐릭터를 수집하여 본인의 예술 활동을 충족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섬뜩할 것이다. 그는 그저 장난스럽게, 재미있는 컬렉션의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준영이라는 캐릭터를 예술생활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으로 보고 연기하려고 했다. 그것도 열심히 했다. 수능공부 하듯이.”
Q. 임시완 배우에게도 광적으로 집착하는, 컬렉션이 있는지.
▶임시완: “레고에 빠졌었다. 작은 것, 큰 것 다. 하나 시작하면 꽂히는 편이다. 그래서 레고를 일부러 안 사려고 했다. 하나 사기 시작하면 어찌될지 뻔히 아니까. 일할 때도 될 때까지 하는 편이라서.”
Q. 준영이 초반에 핸드폰을 갖고 있을 때 친구로부터 전화가 올 때 ‘가짜 음성’을 이용한다.
▶임시완:“원래 대본에는 응답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는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는 사람이니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음성을 따와서 하게 된다. 감독님한테 제안을 드렸다. 정체를 안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그런 식으로 음성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Q. 요즘은 연기자로 더 많이 만나본다. 가수 활동 계획은.
▶임시완: “최근에 4년 만에 팬 콘서트를 갖고 팬들을 만났다.(팬 콘서트 -WHY I AM in SEOUL) 군대를 다녀와서 쉴 새 없이 작품을 했었다. 기획 단계부터 공을 들여 준비를 많이 했다. 팬을 계속 만나고 싶다. 올해 안에는 앨범을 내고 싶다. 작은 거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목표이다.”
한편 임시완은 악역을 연기하면서 생기는 마음의 무게감을 덜어내기 위해 출연료(개런티)의 일부를 기부하였다고 한다. “강원도 산불과 수해 이재민들을 위해 기부하며 스스로 당위성을 찾았다. 배우로서는 악역이 매력적이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해 본다면 선한 역을 많이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