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1,156만 명이라는 메가 히트를 기록한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원래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다. <부산행>이전 그의 작품은 흥행과는 거리가 아~~주 먼 감독이었다. <돼지의 왕>(2011)이 1만 9천명, <사이비>(13)가 2만 3천명, 그리고 <부산행>의 덕을 좀 본 <서울역>이 14만 7천명이었다.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대로 작품의 특성이 있지만 그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 드라마의 밀도에 놀란다. TV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영화팬들을 만족시킬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다. 아마, <부산행>이 나오기 -성공하기- 전이었다면 ‘염력’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서 ‘만 단위’ 관객을 불러 모았을 것이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을 ‘블록버스터’급 완성도의 실사영화를 만들었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은 소박한 시민, 힘없는 서민, 사회적 약자의 정서를 담고 있다. 주인공 석헌(류승룡)은 은행경비원이다. 요즘 ‘은행경비원’은 마치 ‘시큐리티 에이전트’ 같은 댄디함이 있지만 ‘염력’ 속 석헌의 모습은 거리가 아~~~~주 멀다. 행동거지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고객을 위해 마련된 객장 커피믹스를 챙기고, 화장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집에 갖다 쓰는 것에서 동질감/공감/배려를 느끼게 되거나 혹은 ‘그들의 정서’에 급속도로 주파수가 맞추게 된다.
딸 루미(심은경)는 어릴 적 아버지(석헌)가 야반도주한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이후 ‘대박 치킨메뉴’를 개발하여 TV에도 소개되지만 상가가 재개발되면서 철거용역에게 내몰린다. 결국 용역깡패와 몸싸움 하던 와중에 어머니가 넘어져 머리를 찧고 쓰러진다. 그 시각,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던 석헌은 전 우주적 기운의 미네랄워터를 마시게 된다. 연상호 감독은 ’평범한 서민‘이 ’초능력‘을 얻게 되는 과정을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할 뿐이다. 마블의 영웅 만들기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석헌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줄 모른다. 나이트클럽에서 차력쇼를 펼쳐 푼돈을 버는 것이 유일한 활용법인지 모른다. 하지만 딸의 절박한 상황은 그의 몸속에 웅크리고 있던 전 우주적 기를 외부로 분출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의 그런 초능력은 안드로메다 외계인을 무찌르는 것도, 공산주의 침략자를 제거하는 것도,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박살내는 것도 아니다. 단지, 딸을 위해, 딸의 이웃을 위해 철거용역을 장풍으로 몰아내고, 홍 상무(정유미)의 벤츠 승용차를 구겨놓는 것뿐이다.
영화 <염력>은 이전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 충분히 ‘한국사회의 모순과 약한 고리들’에 대해 시니컬한 반응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이 다시 한 번 ‘발광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순간을 담아낸다. (위키피디아에)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라고 등재된 2009년 1월 20일의 사건이다. ‘화염병을 든 철거민과 크레인에 매달린 컨테이너 속 전경’의 모습은 연상호 감독의 사회적 상상력과 전 우주적 기를 혼합시켜 ‘염력’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어수룩한 류승룡의 부성애, 매몰차게 삶을 개척하는 심은경, ‘만화 속 악역’에 걸맞은 김민재, 그리고 정유미의 익사이팅한 빌런 연기가 묘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염력>은 재밌다. 특히 '4DX with ScreenX' 포맷으로 관람하면 특히나 재미있을 것이다. 여태 나온 작품 중 가장 최적화된 것 같다. 화염병 씬에서는 좌석 뒤에서 더운 바람이 훅 불어온다. 영화적 재미를 붕~ 띄우는 순간이다. 물론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본다면 영화 관람 후 나오면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천지개벽한 용산의 모습’에 기이한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