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전략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란 것을 꼭 극장에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것. 아니면, 적어도 신작영화가 극장에서만 최초 공개되는 것은 아니란 사실! 다른 (동영상)업체들이 극장 상영 이후의 영화들을 모아 2차 윈도우에 집중할 때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전용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유명한 ‘하우스 오브 카드’같은 미드만을 생각했었지만 갈수록 야심이 커졌다. 물론, 열심히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를 긁어모을 뿐만 아니라, 톱스타를 캐스팅한 오리지널무비를 동시다발로 만들어 뿌린다. 올해에만 시리즈물을 제외하고서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비롯하여,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워 머신>이 공개되었고, 하반기엔 윌 스미스의 <브라이트>를 내세웠다. <브라이트>는 제작비가 9천만 달러에 이르는 액션물이다.
<수어사이드 스퀘어>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브라이트>(Bright)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이슈가 되는 ‘문화다양성’을 영리하게 활용한 오락영화이다. LA는 흑인, 동양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다양성의 실험장이 되어 버린다. 인간과 오크, 엘프, 그리고 팅커벨 같은 조그마한 요정도 뒤섞여 산다. 물론 공존의 도시는 아니다. 물과 기름처럼 융합하지 못한다. ‘흑인’경찰 워드(윌 스미스)의 파트너는 ‘오크’ 자코비(조엘 에저튼)이다. 물론 ‘오크’는 ‘반지의 제왕’에 등장했던 괴물같은 형상의 존재이다. 동료 경찰들은 윌 스미스를 조롱하고, 윌 스미스의 가족들도 파트너인 오크 때문에 죽을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브라이트>는 LA가 어떤 상황인지, LAPD 윌 스미스가 어떤 환경에서 패트롤 업무를 수행하는지를 보여준 뒤, 곧바로 판타스틱한 사건이 전개된다.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만능 마법봉(Magic Wand)을 가진 엘프 티카(루시 프라이)가 등장하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대결전이 벌어진다. 부패한 경찰들, 오크들, 엘프들, 그리고 암흑군주의 존재와 인페르니 같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각자의 무기와 능력으로 LA 밤하늘에 섬광을 펼치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꽤 큰돈을 들여 만든 넷플릭스오리지널무비지만 아카데미를 노리고 만든 작품은 아니다. 적당한 상상력과 대단한 액션, 그리고 톱스타를 끼워 넣기로 만든 액션물이다. 물론, 맥스 랜디스의 시나리오는 풍성한 드라마를 잉태할 가능성이 있는 설정을 담고 있다. 지구가(LA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그리고 종족간의 불협화음을 펼치는 캐릭터들이 얼마나 더 매력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절대 마법봉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중심일 수도 있고, 종족간의 화해나 브로맨스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브라이트>는 인간경찰과 오크경찰이 펼치는 독특한 버디물이다.
조만간 디즈니(마블) 캐릭터 영화들이 넷플릭스에서 철수한단다. 인터넷 VOD시장에도 격변의 바람이 불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더 많은 오리지널 무비로 영화팬을 끌어들일 것이다. 이른바 비디오시장을 몰락시키고, DVD타이틀 배송방식으로 새판을 짜더니, 월정액 영화 ‘몰아보기’ 시청 패턴을 정착시키는데 일조를 한 넷플릭스의 다음 번 작전이 궁금해진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