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이 선정한 작품은 다소 의외이다. 이훈국 감독의 [효자]이다. 지난 해 초 극장에서 개봉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작품을 들어본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제목만 보자면 ‘설’에 맞춘 훈훈한 가족극 같은데 보고 있으면 심사가 복잡해지는 그런 영화이다. 혹시 명절에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한 자리에 모였다면, 한 사람쯤은 오늘 밤 늦게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내일 아침 감상평을 전해줬으면 한다.
영화는 시골마을 형제들이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형제들이 슬피 우는 가운데 어머니를 땅에 묻는다. 초상화 속 엄마는 활짝 웃고 있다. 그런데, 태 풍치는 날 무덤은 폭우에라도 쓸려갔는지 흔적조차 없다. 그리고 얼마 뒤 마치 좀비로 변한 듯 거무튀튀한 얼굴을 한 엄마가 큰 아들집에 나타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그리곤 형제 많은 집에서 명절이나 제삿날이면 벌어지는 그런 풍경이 펼쳐진다. 살아계실 적에 누가 잘 모셨니, 못 모셨니, 형님이 서운하니, 동생이 X가지 없니 하면서. 그러다간 선산이 어쩌니, 집문서가 저쩌니 하며 사생결단 멱살잡이가 시작된다. 과연 이 집안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머니는 치매였고, 아들들은 우애 있으며, 나름 어머니를 잘 모셨다. 그런데, 4형제 말고 또 한 남자가 있다. 이들 형제들은 무슨 일인지 그를 백안시했다. 왜 어머니가 눈을 못 감으시고, 좀비처럼 되살아나서 집안을 들쑤셔놓을까. 사형제 아들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 읍내 파출소 순경들도 ‘살아 돌아온 엄니’를 두고 우왕좌왕한다.
영화 ‘효자’는 흔히 보아온 명절날 제사상 앞 형제들의 유산다툼을 다룬 영화는 아니다. 살다보면, 조금은 현실적이고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나름 어머니를 사랑하고, 애틋한 정이 느껴지는 시골 형제들의 사모곡이다.
형제를 연기한 김뢰하, 이철민, 정경호, 박효준, 그리고 또 하나의 아들 전운종과 대사 하나 없이 정말 ‘좀비’가 되어버린 듯한 어머니 연운경의 연기가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혹시 설에 일가친척이 모이는 집안이라면 다시 한 번 ‘효’를 생각해 보고, 가족 간의 정이 도타와지는 시간이 되었음 한다. KBS 1TV 독립영화관 <효자>를 보지 않았더라도 말이다.